✔ 대항마는 없나?
물론, 기존 택배사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죠.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등 메인 택배사들 역시도 쿠팡이 하고 있는 풀필먼트와 동일한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화주한테 물량을 받아서 배송했는데 이제 물류센터에 셀러들의 상품을 보관하고,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는 NFA(Naver Fulfillment Aliance)라는 방식으로 제휴를 맺었죠. 네이버에서 판매하고 있는, CJ나 LG생활건강 등 메이저 업체 상품들을 CJ대한통운 물류센터로 확보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배송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위킵이나, 파스토 등의 업체들, 중소형 택배사들과는 잡화, 패션 등 특화된 상품들을 중심으로 쿠팡과 맞서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요.
실제로 파스토, CJ대한통운과 같은 풀필먼트 서비스가 특화된 기업들은 지금도 하루에 30만건 이상 배송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정도의 물량으로는 일평균 400만건 이상의 쿠팡 물량과 규모 자체의 차이가 있고요. 또 하나는 주로 단품 기준으로 배송하고 있기 때문에 쿠팡처럼 오늘, 내일 필요한 상품들을 합해서 배송해 줄 수 있는 그런 역량은 없다는 거죠.
그렇다 보니까 배송 밀도가 낮아지게 되고, 풀필먼트 서비스가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거든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풀필먼트 기업들이 매년 큰 규모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게 아직까지도 쿠팡만큼 배송 밀도가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쿠팡처럼 7~8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시간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도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네이버 같은 경우 직접적으로 배송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발생되는 수익을 풀필먼트 쪽으로 많이 공유하면서 보완해나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대항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버티컬 커머스(Vertical Commerce)도 쿠팡의 대항마가 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버티컬 커머스는 오아시스마켓, 올리브영, 무신사, 에이블리, 오늘의집 등 신선식품에서 생활용품과 패션 영역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별로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발굴하여 충성고객을 늘려가는 형태의 비즈니스인데요.
올리브영 하나만 보더라도 올해 4조원의 매출이 예상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쿠팡조차도 현재 전문성이나 상품력 면에서 버티컬 커머스 업체들에게는 밀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 올리브영 입점업체들의 쿠팡 입점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제소한 사건만 보더라도 버티컬 커머스 업체들의 위상이 쿠팡 못지않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택배업체들도 보다 전문적인 영역으로 사업자들과 풀필먼트 시장을 함께 연합하고, 구축해나가며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네이버 NFA와 또 다른 생존의 돌파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 퀵플렉스 리스크
게다가 현재는 쿠팡이 압도적인 물류인프라를 기반으로 이커머스와 택배시장의 승기를 잡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쿠팡도 여전히 많은 이슈가 잔재하고 있죠. 그중 한 가지는 쿠팡이 전략적으로 활성화시키고 있는 퀵플렉스입니다. 기존에는 쿠팡맨(쿠팡친구)이라고 불리는, 1만5천여명에 달하는 배송 인력을 직고용해서 로켓배송을 운영했었거든요. 지금은 전체 배송 물량 중 70% 이상이 쿠팡 퀵플렉스로 빠르게 전환됐습니다.
즉, 직고용 인력을 추가로 뽑히지 않고 오히려 축소시키면서, 그 인력과 운영에 대한 부분을 택배영업점 형태로 계약을 맺고 물량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장단점이 공존하고 있죠. 장점이라고 한다면 쿠팡에서 그동안 고정비로 나갔던 부분들을 상당수 변동비로 전환시키면서 운영에 대한 탄력적인 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거고요.
물량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인력만 추가적으로 모집하면 되기 때문에 고정적인 비용을 억제할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에는 능숙하게 배송했던 배송기사가 이제 초보자들도 많이 배송을 하고 있고, 혹은 대리점 단위로 편차가 커서, 배송 품질에 편차가 생기거나 떨어지는 우려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배송 계약 자체가 일반적인 대리점 계약과는 상이한 형태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클렌징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고, 다른 대리점으로 전환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엄격한 프레시백 회수율 조건 등으로 인해 대리점이나 배송기사와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가 있죠. 이들이 연합해서 쿠팡과 대립구도를 세운다면 쿠팡의 배송에도 차질이 있을 수 있거든요.
때문에 비용을 줄이는 부분이나, 전략적인 방향성도 중요하지만 '상생'이라는 측면에서 쿠팡의 미래전략과 상충되는 부분들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이런 부분에서 쿠팡의 택배산업 진출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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