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는 다시 달려야 한다 (f. 의왕ICD)

그동안에는 의왕ICD 부지만 빌려주는, 임대업자의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주축이 돼서 철도물류의 중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7/3 월요일 로지브리지 뉴스레터입니다
2023/07/03 월요일
 
 
 
만약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라.
하지만 만약 멀리 가고 싶다면 함께 가라.
 
- 아프리카 속담 -
 
 
 
글 : 배화여자대학교 국제무역물류학과 구교훈 겸임교수
 

✔ 육성과 지원?

 

철도물류의 발전이 워낙 미비하다 보니까 국가에서는 철도물류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라는 것을 만들었고 2020년 9월 10일부터 시행이 됐어요. 정부에서 철도를 지원하려고 법까지 만든 건데 지금까지 시행한 것이 없습니다. 법에 의하면 ‘국가는 철도물류산업의 육성 및 지원을 위해서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수립은 했으나 시행이 지금 미비한 상태인 거죠.

 

먼저 '국가는 철도화물 운송이 다른 교통수단과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부족합니다. 화물차에 지급하는 유가보조금만 보더라도 매년 1조5천억원 이상인데 철도 전환교통 보조금은 연평균 40억원 정도 밖에 안 됩니다. 화물차의 유가보조금에만 매년 1조5천억원의 비용을 들이면서, 40억원의 예산으로 철도로 전환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겁니다.

 

또한 철도는 선로사용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선로는 철도시설공단, 즉 국가의 소유인데도 코레일(철도공사)은 선로를 사용할 때 사용료를 지불합니다. 이 부분은 15년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던 의견이고요. 이런 부분을 볼 때 타 교통수단과 공정한 경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철도물류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위배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16조 1항에 따르면 '철도차량을 이용한 운송을 촉진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는데요. 여기에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요. 코레일이 철도수송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본적으로 인프라, 즉 기관 차량을 최신 트렌드에 맞게 LNG(액화천연가스), 하이브리드, 수소 등으로 변경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하는데 국가의 책무를 법에 명시했음에도 전혀 하지 않고 있어요. 화물 기관차는 지금 굉장히 노후되어 있습니다. 결국은 선로의 개량이나 하역·운송·보관시설의 개량 및 투자, 현대화·자동화·표준화, 철도차량 수송용기의 도입 및 개량, 시설의 확충 등 이런 부분들이 법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 계획 달성은 언제

 

우리나라에는 '국가물류기본계획'이 존재합니다. 국가는 20년 단위로 국가물류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세부 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해야 한다는 건데요. 그래서 2001년에 2020년까지 국가물류기본계획을 수립했어요. 주요 내용에 의하면 물류부문의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BAU(온실가스배출량 전망치) 대비 16.7% 감소하겠다고 되어 있고, 물류 선진화를 하겠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물류 선진화란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친환경 수단인 철도와 연안해운을 활성화해 CO2를 절감하겠다는 건데요. 이게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죠.

 

오히려 철도화물 분담률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습니다. 철도화물 분담률은 톤키로(ton-km) 기준 1980년대 28.4%, 1990년대 17%, 2000년대 6.7%, 2003년에 6.2%, 2008년 6.4%, 지금은 1.5%로 정말 쪼그라들었습니다. 의왕ICD(Inland Container Depot)도 그렇지만 철도물류 전체적으로 감소 폭이 굉장히 큽니다. 이건 우리나라가 파리협약(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전 지구적 합의)에 기준해서 넷제로(Net-Zero), 친환경 물류로 가야 하는 상황에서, 탄소 저감·녹색성장을 이루는 국책 과제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철도물류가 그 중심에 있고요.

 
(친환경 트렌드는 필연적이고, 철도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요소입니다)
 

✔ 철도물류 활성화

 

그렇다면 어떻게 철도물류, 의왕ICD를 활성화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겠죠. 영국 같은 경우 1%의 철도수송 분담률을 늘리기 위해서 1조원을 투입하기도 했습니다. 단 1%를 늘리기 위해서 1조원이라는 돈을 국가적 차원에서 투입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전 세계에서 중국과 함께 철도 거리가 가장 긴 나라인데요. 철도화물 분담률이 20%에 달합니다. 미국의 철도회사는 동서남북으로 크게 4개가 있는데 잘 성장했고, 지금은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했죠. 해외에서는 철도를 부흥시키기 위해 투자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예 스위스 같은 경우는 화물자동차가 주말에 알프스를 넘지 못하도록 법으로 명시했으며, 도로 통행료를 받아서 철도에 투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보면 도로와 휴게소를 잘 발전시켰고 지원도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민간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철도를 이용하는 것보다 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렇지만 민간기업들도 철도를 이용할 이유는 존재합니다. 컨테이너운송사, 화주기업, 선사 등도 공컨테이너를 장치할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철도기지가 있어야 하거든요. 이 부분에서 의왕ICD는 화주가 무료로 장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거고요. 재고의 버퍼링 기능도 있고, 철도운임은 도로운임을 견제할 수 있는 준거가격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전략적인 부분 때문에라도 철도를 일부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거죠. 

 

직접적인 혜택도 중요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철도 전환교통 보조금 40~50억원으로는 부족하고, 최소한 1~2천억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철도 전환에 따른 혜택이 피부에 와닿아야 한다는 거죠. 자본주의 논리로 가게 되면 철도물류를 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이와 더불어 의왕ICD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지금 1, 2터미널을 분할해서 운영하다 보니까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터미널을 통합해서 하나의 큰 부지로 만들어서 선로를 직선화하고, 현대화·자동화·무인화를 통해 의왕ICD의 부지를 철도물류에 적합하게, 편리하게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의왕ICD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면서, 철도와 도로를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상생하는 물류기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힘을 모아야할 때

 

코레일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동안에는 의왕ICD 부지만 빌려주는, 임대업자의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주축이 돼서 철도물류의 중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단순히 컨테이너운송사에게 맡긴다거나, 자회사인 코레일로지스에 맡기기보다는 직접 나서서 철도물류를 주도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컨테이너, 시멘트 화차, 용기에 대해서도 투자하고, 철도물류에도 투자해서 회복할 수 있는 부분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KTX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투자와 혁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물류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예를 들어 코레일은 '조차장'이라는 거대한 부지를 보유 중인데 최근에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과감히 매각하거나 종합물류사업의 토대로 이용할 수도 있겠죠. 매출을 증대시키고,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결국 철도물류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선사, 화주, 포워더, 운송사, 코레일, 국토부, 해수부, 협회 등 이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SG 경영의 차원에서도 유럽에서는 친환경 물류수단인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평가 점수에 포함되기도 합니다. 이익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물류가 도로, 철도, 연안해운을 가리지 않고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유관기관들이 힘을 합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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