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물류의 시계는 거꾸로 흐른다

결국 선사, 컨테이너 운송사, 화주사, 포워더 등의 이익의 방향성은 결국 코레일의 이익과 반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철도물류는 더욱 쇠락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6/30일 금요일 로지브리지 뉴스레터입니다
2023/06/30 금요일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
 
- 알프레드 아들러 -
 
 
글 : 배화여자대학교 국제무역물류학과 구교훈 겸임교수
 

✔ 국가적 차원에서

 

의왕ICD(Inland Container Depot)를 쉽게 말씀드리면 ‘대한민국 최대 수출입 물류기지’라고 정의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나 한국타이어 등 대형 화주, 중소기업 화주들, 이런 많은 기업들의 수출입 과정을 보면, 선사가 운송사를 통해서 화주에게 공컨테이너를 빌려주고 그것을 부산신항, 광양항, 인천항 등까지 운송, 통관을 합니다. 이런 과정을 종합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수출입 컨테이너 물류기지가 의왕ICD라고 보시면 됩니다. 

 

의왕ICD가 어떻게 태동이 됐는지를 알고 있으면 관련 이슈들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데요. 지금의 코레일(철도공사)은 원래 철도청이라는 이름으로 국가 정부기관이었습니다. 그리고 철도공사라는 이름으로 공기업화가 됐는데요. 1984년 10월 (구) 철도청에서 남부철도화물기지로 추발했습니다. 그리고 1991년, 도로운송이 확대되고, 화물트럭들이 도로를 많이 다니다 보니까 도로가 파손되고, 사고도 발생하고, 오염, 진동, 소음이 심한 문제가 된 겁니다. 그렇게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다 보니까 정부는 도로운송에만 치중하면 문제가 생기겠다고 판단했고 철도운송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낀 거죠.

 

그렇다면 수도권에 가장 큰 부지에 철도와 도로를 연계해서 복합 운송을 할 수 있는 컨테이너 기지를 조성해야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이런 부분에서 SOC(사회간접자본) 위원회에서 의결을 해서 만든 정부 차원의 국책사업이 시작입니다. 민간이 단순하게 만든 게 아니라는 점을 꼭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점용 협약 만료

 

운영해야 할 회사가 필요했기 때문에 주식회사 경인ICD(의왕ICD)라는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15개 기업이 주주로 참여하게 되고요. 우리나라 대표 물류기업인 CJ대한통운, 한진, 세방, 동부익스프레스(동원로엑스), 천일, 국보, 양양, 천경, 동진, 삼익물류 등이죠. 이런 기업들이 모여서 주주사를 이루고 그것을 대리해서 운영을 맡은 운영 회사가 경인ICD입니다. 그리고 1993년 6월 22일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철도청과 협약을 맺었고 이때 철도청이 점용 허가를 내줍니다.

 

그리고 2023년 6월 30일 그 30년간의 계약이 만료가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 민간 기업끼리 계약이 종료되면 세 가지 방안이 있어요. 첫 번째는 그대로 계약을 종료시키는 겁니다. 두 번째는 계약 연장을 하는 거죠. 세 번째는 새롭게 입찰 공고를 내서 새로운 계약 주체를 찾는 겁니다. 보통은 문제가 없다면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되거나 몇 년마다 한 번씩 계약 조건을 변경하는 등의 방식이고요.

 

그러나 국가의 협약은 조금 달라서 기간이 끝나면 종료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협약이 종료됐으니까 기존에 컨테이너 운송사(주주사)들은 의왕ICD에서 나가야 하는 거죠. 그러면 코레일은 재계약을 하든가 또는 입찰 공고를 통해서 새로운 계약 주체를 찾아야겠죠. 예를 들어 의왕ICD를 탐냈던 글로벌 선사 머스크나 MSC, HMM 등도 있고, 포워딩 회사들 중에서 급성장하는 태웅로직스, 그동안 의왕ICD의 진입장벽 때문에 들어오지 못했던 물류기업들이 되겠죠. 이런 기업들에게 개방해서 입찰을 통해서 새로운 계약 주체를 찾아서 재계약을 해야 하는 겁니다.

 

그게 국가사무관리 규정, 또는 공사니까 공기업 사무규정에도 부합한다고 추측이 됩니다. 그런데 계약이 종료된다고 해도 갑자기 모두 나가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컨테이너가 수천개, 차가 2천대, 관련 장비도 50대 가까이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이게 새삼스러운 일이냐를 따지면 또 아닙니다.

 

이미 10년 전부터 의왕ICD의 협약이 2023년 6월 30일에 종료되니 서둘러서 새로운 계약을 준비하고, 새로운 운영주체를 찾아야 한다고 했거든요. 그리고 코레일이 직영을 하든, 철도물류를 운영하고 있는 일부 기업들과 협업하여 공동 운영을 한다든지 이런 부분들을 모색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장들과 자문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분들이 전혀 미리 개선되지 않았고, 종료가 되는데 은근슬쩍 3년 자동 연장하는 것으로 계약을 해버린 겁니다. 그것도 비공개로요.

 
(철도운송의 경쟁력이 낮을 수 있지만 꼭 필요한 수단입니다)
 

✔ 이유가 뭘까

 

이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아마 민간기업들은 이렇게 얘기했을 겁니다. ‘지금 의왕ICD에서 나가면 물류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사실 이미 국토교통부에서도 한국교통연구원에 의왕ICD의 관리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겼고, 결과가 나온 걸로 알고 있어요. 공개된 적이 없는 것 같지만요.

 

여기서 운송사들은 화주사들을 걸고넘어질 겁니다. 화주사라고 하면 삼성, LG, 현대, 포스코, 한국타이어, 금호, 한화 등이겠죠. 의왕ICD는 신항까지의 운송 루트, 광양항까지의 운송 루트에서 매우 중요하거든요. 결국 각종 단체에서 불만을 얘기할 거고 운송사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게다가 의왕ICD에 속해있는 모든 운송사들과 연관된 것은 차주들입니다. 지금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표준운임제 때문에 파업을 하다가 좌절한 상태인데 이런 것들을 잘 알고 있는 국토교통부, 코레일, 운송사 등의 입장에서는 차주들의 일자리도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의왕ICD에서는 주주사들을 대변해서 코레일과 협의해서 3년 연장 카드를 꺼낸 거겠죠. 근데 명분에는 이런 것이 있더라고요. 의왕ICD에는 1터미널과 2터미널이 있는데 2터미널이 조금 늦게 운영됐어요. 그러니까 운송사들 입장은 의왕ICD가 정상적으로 운영한 것은 30년 전이 아니라는 거죠.애초에 1터미널에 대해서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고, 2터미널에서는 왜 이걸 진작에 거론해서 협의하거나 합의를 하지 않고 30년이 지난 이제 와서 3년을 연장한 걸까요. 제가 볼 때는 법적 근거가 뭐냐고 묻고 싶고, 공사의 자체 규정에 부합되는 것인지 묻고 싶고, 국가계약에 관한 규정에 부합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 본질은 철도물류

 

이런 것들을 떠나서도 과연 이게 상식적이고 합리적이고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입니다. 결국은 철도물류를 하지 않는 기업들이 대부분인데 그런 기업들을 포함해서 같이 가겠다는 것은 더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한진과 CJ대한통운의 경우 우리나라 최대 종합물류기업임에도 철도의 비중은 매우 적습니다.

 

이들의 연간 물동량은 2~300만TEU인데 철도운송의 비중이 2~3만TEU 정도거든요. 물론 이유는 있습니다. 철도가 경쟁력이 없다는 거죠. 그렇지만 경쟁력이 부족한 요인에 그들의 영향도 일정 부분 있다는 겁니다. 결국 민간기업들은 의왕ICD가 철도운송을 위해서 국가가 투자해서 만든 SOC 시설임에도, 철도를 외면하고 도로운송으로 꾸준히 지속해오고 있다는 거죠. 의왕ICD 반출입 통계를 보더라도 철도 물량은 고점을 찍었던 2008년 대비 약 55%나 급감하기도 했습니다.

 

이건 결국 컨테이너 운송사들이 아는 거죠. 화주사들의 니즈, 선사, 포워더들의 니즈, 무역업계의 니즈에 맞물려서 의왕ICD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것. 검역, 검사, 통관, 도로운송, 철도운송, CFS, CY 등의 모든 물류기능이 갖춰진 종합물류기지로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겁니다. 결국 코레일 편을 드는 쪽이 없는 상황에서 국토교통부가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않는 것은 관리·감독기관으로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님은 이런 부분을 헤아리실 필요가 있습니다. 파리협약 이후로도 국가적으로 친환경 넷제로(Net Zero), 운송부문의 CO2 감소 목표가 있죠. 철도운송은 도로운송보다 획기적으로 탄소를 줄일 수 있는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목표와 다르게 오히려 비중이 감소하고 있으며 시대를 역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제2차 철도물류산업 육성계획'이 발표됐죠. 철도운송의 분담률을 톤킬로(ton-km) 기준 10%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렇게 가다간 달성하기 불가능한 수치라고 봅니다. 지금 4% 수준이거든요. 결국 선사, 컨테이너 운송사, 화주사, 포워더 등의 이익의 방향성은 결국 코레일의 이익과 반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철도물류는 더욱 쇠락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 2023.07.03 월요일 뉴스레터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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