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료배달과 요금제
무료배달과 요금제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지난 뉴스레터 <‘배민클럽’이 아쉬운 평가를 받는 이유>에서 다뤘듯, 무료배달 경쟁은 점주들이 신규 요금제를 가입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신규 요금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거든요. 요기요의 경우에도 '요기패스' 배지가 있어야 무료배달 혜택을 제공합니다. 아무래도 소비자는 무료배달을 선호할 수밖에 없으니, 요금제를 이용하지 않는 점주들의 주문량은 감소하겠죠.
배민의 ‘배민1플러스’, 쿠팡이츠의 ‘스마트 요금제’는 올해 도입된 신규 요금제입니다. 이외에도 배민에는 정액 요금제인 ‘울트라콜’이 있으며, 쿠팡이츠는 ‘수수료 일반형/절약형, 배달비 절약형/포함형’ 이렇게 4개의 요금제를 운영 중이었는데 이를 통합해 스마트 요금제를 만든 건데요.
문제는 신규 요금제가 점주의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배민의 ‘울트라콜’은 수도권 기준 깃발(자신의 가게가 노출되는 영역) 1개마다 월 8만8천원의 비용, 건당 배달비를 지불하는 정액제 형태로 별도의 수수료가 없습니다. 점주들은 요금제중에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지만 울트라콜은 ‘가게배달’에 해당하며, 배민의 멤버십 ‘배민클럽’은 ‘배민배달’에만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요.
가게배달(울트라콜)의 경우, 배달대행사에 건당 5천원을 준다고 가정하면 소비자 부담 3천원, 점주 부담 2천원으로 설정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배민1플러스(서울 기준 3200원)에서는 점주 부담 배달비가 늘어나며, 여기에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매출액에 따라 울트라콜 깃발을 꼽는 비용보다 6.8% 수수료가 더 높기에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거죠. 다만, 배민에 따르면 정률제 모델은 이전부터 운영되어 오고 있었으며 출시 이후 수수료를 인상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쿠팡이츠는 기존에도 정률 요금제를 사용해왔지만, 스마트 요금제는 쿠팡이츠가 배달비를 책정한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쿠팡이츠는 기존 요금제의 장점들을 모아 신규 요금제를 출시했다는 입장인데요. 점주 부담 배달비를 낮게 설정했던 점주들의 경우 스마트 요금제는 배달비 부담이 증가하고요. 동시에 ‘첫 주문 1000원 할인’, ‘추가 고객할인’ 등 가게의 경쟁력 확보라는 명목하에 점주 부담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수수료율이 가장 높았던 요기요는 '요기요 라이트' 요금제를 출시하고 일부 지역에서 운영 중입니다. 가게배달은 9.7%, 요기배달은 9.7%에 건당 2900원의 이용료가 추가로 부과되죠. 다만, 이 요금제에 가입하려면 영업시간, 배달료, 최소주문금액 등 요기요가 가게 운영 전반에 관여하는 전제 조건이 붙습니다. 소상공인과 동반성장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1월부터 테스트를 진행해온 것으로 확인됩니다.
✔ 대책은 없을까
오는 21일, 일부 점주들은 ‘배민1 끄기’ 운동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죠.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전국 사장님 모임은 “과도한 정률형 수수료에 반대한다”라며 그날 하루는 ‘가게배달’만 운영할 예정인데요. 배달앱과 점주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듯 보이죠. 또한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요 배달플랫폼 관계자들과 이와 관련해 상생 방안 모색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배민에서는 ‘탄력적 배달제’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교통, 기상악화로 인해 배달원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한집배달(단건배달)’로 주문했더라도 ‘알뜰배달(묶음배달)’로 변경될 수 있다는 게 골자입니다. 이 경우 고객에게 안내하고, 차액을 환불해 주고요. 시장의 과당 경쟁으로 배달비(기존 3천원->2천원)가 내려갔기 때문에 배달원 수급이 어려워 생긴 서비스로 예상되고 있으며, 단건배달, 그리고 무료배달 경쟁이 과열돼 비용이 증가함에 따른 변화입니다.
결국 플랫폼과 입점 업체(점주)와의 상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지금의 과열 경쟁이 썩 좋은 방향이 아님을 알 수 있죠. 배달앱은 물류로 우리의 편의성을 향상시켰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라도 출혈이 따르는 ‘무료배달’보다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배달비를 책정하고, 이를 통해 점주, 플랫폼, 라이더 등 이해관계자가 충분한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만들어 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공공배달앱이나, 무료배달앱 ‘두잇’과 같은 여러 서비스의 형태가 발전돼 공존하는 것도 좋겠고요.
'요즘 자영업자들이 힘들다, 망했다'라는 실제 수치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시 외식업 폐업률은 18.99%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던 2020년(18.89%)보다도 높습니다. 또한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지난 4월 말 기준 0.61%로 1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요. 불경기, 물가·인건비 상승 등 열악한 환경에서 점주가 부담해야 할 몫도 있겠지만 프랜차이즈 본사나 배달앱이 먼저 나서서 상생을 꾀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자영업자의 폐업은 가정의 붕괴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의 치열한 배달앱 경쟁이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세심하게 살펴보고 그야말로 '치킨게임'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비용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물류 본연의 목적에 맞게 기술로 '비용 최소화'를 만들어야죠. 그들이 받아야 할 몫을 줄이거나, 부담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로부터 합당한 비용을 받으며, 노동에 대한 정당한 값을 지불하는 배달, 물류생태계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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