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3조 투자를 멋대로 해석해 봤습니다

아마존과 쿠팡의 초당적인 협력은 과연 불가능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4/5 금요일 로지브릿지 뉴스레터입니다
2024/04/05 금요일
 
 
 
비판받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 제프 베조스 -
 
 

쿠팡은 지난 3월 27일, 2027년부터 국내 인구 100%가 쿠팡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는 '쿠세권'을 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전국으로 확대해 지방 고객들의 삶의 질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건데요. 쿠팡은 왜 이런 자료를 냈을까요? 저희의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을 한 번 담아봤습니다. 

 
 
✔ 1. 'SOS'를 보냈다.
 
쿠팡은 보도자료 서두에서부터 '고령화'와 '저출산'을 주요 키워드로 제시하며 3년간(2026년까지) 3조원을 투자해 신규 풀필먼트센터(FC) 확장과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에 나서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쿠팡플레이 콘텐츠 투자도 확대하겠다고 내용도 담겼지만, 물류 투자가 주를 이룹니다.
 
물류에 투자해서 개선된 사례도 발표했는데요. 대형마트까지 접근성이 멀었던 강원도 삼척 도계읍에 로켓배송을 시행한 후, 한달 5000건 이상 주문이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신규 FC와 배송망을 확대하면서 고용도 증가하고 서울과 수도권으로 떠났던 청년들이 다시 지방에 유입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는데요. 쿠팡 측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쿠팡 전체 직원 6만여명 중 2만여명이 19세~34세 청년들입니다.
 
고령화와 저출산, 그리고 지방의 일자리 창출. 대한민국 정부가 항상 고민하는 문제죠. 저희는 쿠팡이 낸 이 보도자료가 정부와 국민들을 향해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쿠팡은 한국에서 이렇게 대대적인 투자도 진행하고 고용도 창출하며, 지역 소멸도 막는 좋은 기업이야." 이런 느낌이 들지 않으시나요? 여기서 쿠팡의 블랙리스트를 비롯한 퀵플렉스 배송기사 수수료 등, 암을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요지는 왜 이 시점에 쿠팡이 이러한 메시지를 냈는지, 또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지 알아보자는 취지입니다.
 
당연히 빼 놓을 수가 없는 기업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입니다. 크게 보면 알리바바그룹과 핀둬둬죠.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공격적인 한국시장 진출. 저희는 작년 7월, 94원짜리 물건도 무료로 배송하는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시장 공습이 거세질 것이라는 콘텐츠를 제작하여 뉴스레터로 배포한 바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지금 한국은 단기간에 상당한 시장점유율과 이커머스 거래액을 중국에 내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모든 유통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이 역직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통관이나 해상 물류 부문의 이점을, 도리어 중국기업들이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온 겁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현지 공장 혹은 도매상과 계약을 맺고, 국내 소비자와 연결되는 무역과 유통 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너무 좋은 일이죠.
 
하지만 중국과 거래하던 우리나라 무역상사나 도소매업체, 리셀러 등은 뒤통수를 맞은 게 아닐까요. 거래처에 상품의 데이터베이스(DB)를 빼앗긴 거니까요. 주로 거래하던 잘 팔리는 물건은 무엇이고, 한국 사람들이 어떤 상품을 선호하는지, 이런 자잘한 DB부터 시장의 트렌드 변화까지, 이런 정보를 중국의 공장이나 도매처가 확보해 잘 팔릴 물건들을 앱 전면에 배치하는 거죠. 
 
4일 앱·리테일 분석서비스인 와이즈앱 리테일 굿즈에 따르면 테무의 지난달 MAU(월간활성이용자)는 829만명을 기록하며 3위로 올라섰습니다. 한 달 만에 무려 250만명이 증가한 셈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887만명, 쿠팡은 3086만명입니다. 테무의 뒤를 이어 11번가, G마켓, 위메프, 티몬 등이 이름을 올렸는데요. 점점 상위권 기업들과 격차가 벌어지는 모습입니다.
 
중국의 소위 C커머스라고 불리는 이들 기업의 약진을 쿠팡도 가만히 눈 뜨고 볼 수는 없겠죠. 그래서 지난 보도자료에 담긴 메시지가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투자하고 한국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의 소멸을 막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한층 강조했죠. 중국계 기업들의 공격적인 한국 진출을 막아달라는 SOS로 보였습니다. 그들은 지금 한국에 물류센터를 세우거나 운영하지도, 일자리도 창출하지도 않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듯 보였는데요.
 
또 쿠팡은 지난 하반기부터 한국 기업의 대만 진출 사례를 대대적으로 알리기 위해 보도자료도 지속적으로 배포했는데요. 이 또한 내수를 넘어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즉 역직구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도 쿠팡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궁극적으로 어느 정도의 규제를 통해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을 보호해 달라는 의미가 담긴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 2. B마트를 위협한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쿠팡을 넘어설 수 없는 지점은 '물류'에 있습니다. 지금의 쿠팡과 동일한 대대적인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물가 상승분을 감안해 더 많은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해야 합니다. 불가능한 이야기겠죠. 그렇다고 CJ대한통운이나 한진과 같은 기업에 의존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알리나 테무의 물류만 100% 전담으로 할 수 없기 때문이죠. 수직계열화를 이룬 쿠팡과 같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도 없겠고요.
 
SK증권 유승우 연구위원은 얼마 전 저희 로지브릿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리익스프레스가 물류 인프라를 대규모로 확보한 쿠팡에 물류를 위탁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라는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특히 아마존과 쇼피파이가 협력한 사례를 들며 이러한 가능성에 힘을 실었는데요. 이해관계가 맞는다면 충분히 이 또한 어느 정도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알리바바그룹과 쿠팡의 교집합에 있던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알리바바의 주식을 대부분 매각했다고 알려져,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물류 이야기를 해보면, 쿠팡은 알리와 테무가 쫓아올 수 없을 정도의 '초격차'를 벌이려는 심산으로 보입니다. 쿠팡은 이번 보도자료에서 '5무(無)' 전략을 내세웠는데요. 무료배송, 무료배달, 무료반품, 무료직구, 무료시청(쿠팡플레이)입니다. 눈에 띄는 점은 역시나 '무료배달'입니다. 쿠팡이 27일 배포한 3조 투자와 17일 배포한 쿠팡이츠 무제한 무료배달은 많은 부분에서 연결된 이야기입니다. CJ대한통운이 오네(ONE) 서비스를 론칭하고, 네이버가 '도착보장'을 제공하는 등 로켓배송은 점점 차별화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새벽배송에 진출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고요.
 
쿠팡의 3조 투자에는 더욱 고도화된 물류서비스 제공이 담겼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침 7시 전 배달이 아니라, 와우회원을 대상으로 지금의 SKU(품목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30분에서 1시간, 2시간, 지정 시간 배달 등 더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배송(배달)의 폭을 넓혀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시 떠오르는 기업이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30분 배달, B마트입니다. SKU나 가격에서 경쟁이 안 되는데,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촘촘하고 밀접하게 배송과 배달망을 연계할 필요성이 큰데요. 적자를 감안한 선제적 배달시장 투자를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 이를 통한 이커머스와의 연동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커머스를 넘어 외식시장과 식자재 등으로 확장해서 보면 당분간 쿠팡의 새로운 성장 동력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되는 부분입니다.
 
무엇보다 무서운 점은 쿠팡이 이렇게 앱을 기반으로 강력한 연결성을 만들게 된다면, 차츰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관측되는 원격으로나 약 배달 등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이미 보도자료에도 나왔지만 전국을 100% 로켓배송 구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죠. 어쩌면 쿠팡을 단순히 이커머스 앱으로 볼 게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알리와 쿠팡의 물류 협력은 정말 가능할까요?)
 
✔ 3. 쿠팡에게 아마존이란
 
아마존은 각 대륙별로 여러 나라에 진출해 성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존재감이 없죠. 11번가와 협업하고, 글로벌 셀러 발굴에 나서고 있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한국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아마존이 쿠팡을 인수할 가능성은 없을까?' 늘 이런 고민을 해봅니다. 많은 분들께 질문을 해보면,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죠.
 
그런데 아마존은 콘텐츠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합니다. 넷플릭스 투자액을 넘었다는 보도도 나오죠. 아마존의 2021년 콘텐츠 투자액은 130억 달러에서 2022년 166억 달러, 2023년 189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89억 달러, 한화로 환산하면 4월 5일 환율 기준으로 25조5717억원입니다. 쿠팡의 시가총액이 4월 5일 기준 329억 달러(한화 약 44조51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입니다.
 
아마존은 지난해 프라임 비디오에서 <서진이네>를 독점 공개하는 등 한국 콘텐츠 투자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단순히 생각해 쿠팡과 아마존이 결합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존은 단숨에 Made in Korea 상품을 강화하고, 한류 콘텐츠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전 세계로 연결된 아마존 글로벌 채널을 통해 한국의 셀러와 콘텐츠가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습니다. 쿠팡 인수에 따른 투자비 회수를 생각하면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양사의 결합으로 인한 가치창출 측면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죠. 
 
특히 아마존이 2027년까지 한국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을 위해 약 59억 달러(약 7조98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요. 21세기 석유라 불리는 데이터를 보관하는 'IDC' 인프라를 한국시장에 투자하는 의미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폭증하는 데이터 시장을 선도적으로 차지하려는 심산으로 보이죠. 나아가 점진적으로 직구 역직구가 지금보다 더 활발해진다면 여기서 발생하는 물류나 배송 결재 등 여러 '데이터'가 발생합니다. 폭증하는 콘텐츠는 말할 것도 없고요. 
 
앞서 저희는 쿠팡이 전국 100% 로켓배송을 확장하면서 강력한 '수퍼 앱'으로 진화하는 동시에 이커머스를 넘어선 플랫폼이 될 가능성을 언급했는데요. 그렇게 된다면 쿠팡에 필요한 건 안전하게 데이터를 보관할 IDC가 필요해집니다. 쿠팡과 아마존의 이커머스만 보면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쿠팡과 아마존의 서로 다른 영역을 연결해 보면 접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마존과 쿠팡의 초당적인 협력은 과연 불가능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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