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우리 해운은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이루어져 있고, 북한이 있기 때문에 과장을 보태면 사실상 섬나라라고 봐도 무방하죠. 수출입 물동량의 99.7%가 해운을 통하고 있으며, 국가 비상시 국민의 생존을 책임져 주고, 팬데믹과 같은 이슈가 발생할 경우 임시선박을 투입하는 등 해운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매우 중요합니다. 게다가 지금 해운산업은 해운불황, 탈탄소화, 친환경 선박, 스마트화, 디지털화, CBER(독점금지법 적용 제외) 폐지 등 변화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전반적인 컨테이너 해운시황만 보더라도 2023년 말 기준으로 8천TEU 이상의 컨테이너 선박 발주 잔량은 약 557만TEU으로 공급과잉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클락슨의 예상에 따르면 2023년 2783만TEU, 2024년 2980만TEU를 기록하는데 각각 전년 대비 약 8.9%, 7% 증가한 수치인데요. 기간을 넓게 보면 이렇게 크게 증가한 적이 없으며,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장기 해운불황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최근 하팍로이드가 머스크와 동맹을 맺고, '제미나이 협력(Gemini Cooperation)'을 공식 출범시켰죠. 글로벌 선사 1, 2위였던 MSC와 머스크의 미래 시장 지배 전략이 달랐고, 동맹 해체를 선언한 게 지난해입니다. 머스크는 육해공 종합물류사업을 영위하려고 하고 있고, MSC는 아직 무한 선복 경쟁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하팍로이드가 디얼라이언스를 탈퇴하면서 업계에서는 많은 우려를 낳고 있지만, HMM은 결국 또 다른 파트너를 찾고 전략을 찾아나가게 될 겁니다. 문제는 얼라이언스라는 것이 선사 간의 신뢰도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인데요. 선사가 어떤 선복을 갖고, 시장을 지배하는지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믿을 만한 파트너인지가 중요하다는 거죠. 지금 업계에서 우려되고, 논의되고 있는 문제점들을 글로벌 선사들은 더 치열하게 들여다보고, 지적할 확률이 높습니다. 해운동맹이 재편되는 시점에서 지금의 매각이 얼라이언스 구축이나, 추가적인 전략의 방향성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거죠.
✔ 그런데 왜 지금?
HMM을 왜 지금 이 타이밍에 매각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많은 의문점이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가장 비싸게 팔 수 있는 시점으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2022년 HMM의 한국-유럽 평균 운임은 20ft 6천달러, 한국-미국은 20ft 7천달러였습니다. 그런데 2022년 12월부터 1년간 각각 1천달러, 1400달러로 하락했죠.
산업은행과 해진공(해양진흥공사)가 HMM 매각을 결정함에 있어서 수익성 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이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겁니다. 아마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후티 반군 습격 등의 이슈가 없었다면 2025년까지 운임은 한국-유럽 평균 20ft 500달러, 미국은 1천달러 이하로 떨어졌을 것으로 전망되고요.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현재 인수금액으로 제시된 6조4천억원 이상의 금액을 받기가 어려울 거라는 거죠. 그런데 공교롭게도 최근 리스크들로 인해 운임이 상승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벌어진다면 수익성이 다시 좋아지겠죠.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적으로는 불행하지만, 선사들에게는 호황인 상황이고요.
지금의 상황이 서남아시아로까지 번지게 된다면, 수출입업자들에게는 불행이지만, 선사들에게는 호기가 됩니다. 조금 더 지속되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 기록적인 흑자보다도 더 유보금이 늘어날 수도 있겠죠. 물론 다른 선사들에게도 똑같겠지만, HMM이 10위권 안에서 만족하는 기업이 아닌 종합물류해운사가 되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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