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급 가뭄
파나마운하와 수에즈운하는 운영방식이 다릅니다. 파나마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 바다의 높이 차이가 크다 보니까 선박이 지나갈 수 없기 때문에 갑문을 만들어서 닫고, 물을 채우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물을 채우면 선박이 뜨고, 높이가 올라가니까 한 칸 전진, 그러면 다시 갑문을 닫고, 물을 채우고 이런 방식을 3번 정도 하면 동쪽으로 나오는 겁니다. 계단식으로 고저의 차이를 이용해서 운영하는 거죠.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데에만 10일 이상이 걸리는 걸로 알고 있어요. 문제는 선박을 띄울 때 사용하는 물은 바닷물이 아니라 호수물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내륙에 있는 호수에 바닷물이 들어와버리면 먹을 수 없는 물이 되니까요. 파나마에는 가툰호수라고 엄청 큰 호수가 있는데 파나마운하(82km)에는 이 호수의 비중이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엘니뇨 현상이 극심해졌고, 파나마 지역에 역대급 가뭄이 옵니다. 지난 3년 전부터 지속되면서 흘수가 낮아지게 됐고요. 선박에 컨테이너를 가득 적재했을 때, 그 잠긴 부분과 선박의 제일 밑바닥과의 길이를 흘수라고 합니다. 그 흘수가 확보가 되어야 선박이 정박해서 하역할 수 있는 거고요. 흘수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갑문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인천항, 군산항에는 갑문이 있고, 부산항에는 없는 이유죠. 부산항에는 조수간만의 차가 없으니까요.
마찬가지로 파나마도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 가기 위해 갑문 방식으로 운하를 운영 중인데, 이는 많은 양의 호수물을 필요로 하고, 이를 가툰호수가 100년 정도 담당해준 겁니다. 근데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서 엘니뇨 현상이 심화되고 70년 만에 역대급 가뭄이 와서 호수들이 말라가고 있는 거죠.
✔ 피해는 화주에게까지
파나마운하는 지난 11월부터 통행을 제한시켰습니다. 지난해 파나마운하를 통행한 선박은 238척으로 알려졌는데 올해, 12월 첫 주까지 167척이 통항했습니다. 그러니까 40% 이상 줄었다는 건데요. 더 심각한 건 LNG(Liquefied Natural Gas)선입니다. 액화천연가스선으로 이곳을 통항해야 하는데 제한이 있으니까 서로 입찰경쟁을 하게 됩니다. 최근 최고 입찰 가격이 400만달러(52억원)입니다. LNG선 1척이 파나마운하를 지나가는데 52억원을 내고 지나가야 한다는 건데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죠. 물론 통항료가 예전부터 수억원 이상이라고는 하지만요.
지난 11월부터 파나마운하는 하루에 25척을 통항시켰는데, 내년 2월부터는 하루에 18척만 통항을 허가할 예정이랍니다. 현재 파나마운하 평균 대기기간은 약 12일로 알려져, 통행 기간이 10일 이상이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이 지연되고 있고요. 결국 이 피해는 미국의 동남부 항만에게 돌아옵니다. 운하통항료의 상승으로 인해 선사는 고객들에게 할증을 부과할 예정이죠. 실제로 이미 부과하는 사례도 있고요. 결국 운송비용이 다시 급증하고 있고, 리드타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최근 미국에 많이 진출해 있는데요. 현대차그룹,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전부 다 동남부 항만을 이용하면 유리한 입지에 공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파나마운하가 계속 문제가 생긴다면 선사들에게 피해가 가고, 선사들은 이 부담을 화주에게 전가시키겠죠. 그러면 화주들은 물류비가 상승하니까 경쟁력이 떨어질 겁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서안 항만이 다시 활성화될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대안이 있지만, 남미 마젤란 해협은 위험하기 때문에 서안 항만으로 가서 복합운송으로 동안까지 가는 경로가 활성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수에즈운하, 파나마운하, TCR(중국횡단철도), TSR(시베리아횡단철도), 북극항로, 희망봉 등 모든 경로들은 사실 경쟁관계라고 생각하거든요. 쉽게 말해 유가가 오르면 어느 항로가 유리해질지, 전쟁이나 리스크가 있으면 어느 항로가 불리해질지, 이런 부분들을 선사나 포워더, 화주들이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