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무
테무는 PDD홀딩스(핀둬둬)의 자회사입니다. 약 9억명의 회원을 보유한 공동구매 플랫폼 핀둬둬의 중국 네트워크를 통해 제품을 초저가로 판매하고 있죠. 지난달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265만6644명으로 지난 8월에 대비하면 5배 급증한 수치입니다. 또한 지난 7월26일부터 11월10일까지 앱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했고요. 3위는 알리익스프레스입니다.
이렇듯 빠르게 고객을 유입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강력한 프로모션 때문입니다. 이용자가 신규 고객을 초대하고, 가입으로 이어지게 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는데 수십만 포인트를 수령하는 이용자도 나오고 있거든요. 지난달만 약 172만명이 가입한 까닭입니다.
그리고 PDD홀딩스의 3분기 실적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테무의 영향력이 증명됐죠. 이번 3분기 PDD홀딩스의 매출은 688억위안(약 1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상승했습니다. 별도로 테무의 데이터가 공개되지는 않지만, 테무가 론칭되기 이전 PDD홀딩스의 거래 서비스 매출 비중은 10% 초반대였으나 3분기 42%대로 올라갔거든요. 업계에서는 테무가 성장 모델로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비슷하게 무료배송, 전 주문 1회 무료반품, 배송 지연 보상 등의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정확한 물류 협력사는 알 수 없으나 UPS, FedEx 등과 협력하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최대 90%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는데 실제로 많은 제품들이 50% 이상 할인 중이었고, 몇백원 단위의 제품들도 다수 존재했습니다.
✔ 쉬인
쉬인은 중국판 유니클로라고 불리는 패스트패션 플랫폼입니다. 자라, H&M 등과 유사하면서도 '중국'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더 빠른 '실시간 패션'을 추구하는데요. 중국 내 6000여곳에 달하는 협력사를 구축해 신상품을 소량(100개 단위) 생산하고, 온라인에서 고객 반응 데이터를 취합해 인공지능으로 수요를 예측합니다. 이후 협력공장에서 다시 추가적으로 생산하는 거죠.
몇천원 단위의 옷은 물론, 6만원 이상 주문 시 6천원 할인 등 가격경쟁력이 높았습니다. 남성, 빅사이즈, 생활용품 등까지 확장한 것으로 보이며 최근 미국에서 론칭한 것으로 알려진 제3자 마켓플레이스 상품도 존재했습니다. '한국 주소'에 한해 모든 주문 무료 특급배송, 24시간 내 출고 혜택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국내 시장 확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죠. 실제 배송기간 정보도 명시되어 있는데 현재는 약 10일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중국을 제외한 15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 중이며, 지난해 미국 패스트패션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7일 비공개로 미국 증시에 IPO(기업공개)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 5월, 자금 모집 당시 기업가치를 660억달러(약 85조원)로 평가받아 IPO 때는 더 높을 것으로 보이며, 900억달러(약 116조원)까지 언급되고 있습니다.
✔ 개인정보 수집
이 세 기업 모두 '초저가'라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 중입니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저렴한 제품들을 직접 매입하거나, 협력관계를 구축해 싸게 파는 거죠. 특히 이 부분은 중국산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줄어든 것도 한몫했습니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저렴한 제품들 역시 대부분이 중국산이기 때문이죠. 오프라인에서 주로 소비하던 과거와는 달리 온라인쇼핑에서는 원산지 정보를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기도 하고요.
크로스보더(직구·역직구) 영역에서 가장 취약점이었던 배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다퉈 투자하고, 프로모션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유의미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품질, 가품, 배송 지연 등 고질적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못했는데요.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가품 판매 때문에 국정감사에 소환되기도 했죠. 쉬인도 폴로 랄프 로렌, 스투시 등 글로벌 브랜드들과 표절에 관련한 법적 다툼을 지속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저임금 노동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상장에도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중국기업이라는 점은 잠재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여지가 있죠. EU나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는 정보 유출 문제로 인해 틱톡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요. 알리익스프레스 또한 유사한 리스크를 갖고 있습니다. 개인정보처리방침에 따르면 '회원의 사전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거든요. 또한 중국 '네트워크안전법'에서는 기업에서 수집한 정보를 중국 정부가 들여다볼 수 있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는 거죠.
✔ 큐텐의 구매력
앞선 중국발 이커머스 기업들의 성장세도 무섭지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습니다. 큐텐은 현재 동남아시아를 주축으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앞선 기업들과 유사한 해외 직구 플랫폼인데요. 티메파크(티몬, 위메프, 인터파크)를 연이어 인수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 중 아직 강자가 없는 크로스보더 영역을 선점하려는 듯 보입니다.
큐텐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물류거점을 활용해 국내는 익일, 해외는 5일 이내에 배송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각 플랫폼에 '프라임' 서비스를 론칭합니다. 티몬의 'T프라임'은 올해 3월 말 전용관을 론칭했는데, 4월과 비교해 8월 거래액이 18.4배 증가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큐텐은 해외 직구 플랫폼을 운영해왔기에 글로벌 인프라 노하우를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앞선 티메파크 인수를 통해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은 4.6%까지 끌어올렸고요. 이를 기반으로 큐익스프레스는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SK스퀘어가 11번가의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불발됐던 인수설도 제기되는 모양새입니다.
큐텐 홈페이지의 카테고리를 보면 유럽/미국 직구, 일본 직구 등 국가가 세분화되어 있는데요. 특히 일본에서 기념품으로 인기가 많은 '일본 닛신 라오 컵라면'이 베스트셀러에 올라있었습니다. 배송비는 무료이며, 예상 배송 기간은 3~6 영업일이었고요. 이는 결국 '구매력'이라는 맥락에서 중국발 이커머스 기업들과 궤를 같이합니다.
티메파크를 인수한 것처럼 점유율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큐텐이 매입하거나, 협력관계를 구축한, 혹은 입점 셀러들이 한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창구를 늘리게 되는 거죠. 자연스럽게 공급사에게는 보다 저렴하게 상품을 가져올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결국 초저가라는 키워드에서 경쟁하게 되는 셈인데요. 쿠팡의 플라이휠이라는 것도 결국 이 구매력에서 나오는 전략이죠.
결국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큐텐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또 다른 격전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위기를 의식한 듯 오프라인 생필품 판매의 강자인 '다이소'도 자회사인 한웰이쇼핑이 운영하던 '다이소몰'을 모기업인 아성다이소가 직접 챙기는 구조로 바꿨습니다. 이커머스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죠. 전국 각지의 다이소 매장을 기반으로 한 옴니채널(Omni Channel) & O2O(Online to Offline) 전략을 강화할 게 자명해 보입니다. 리셀러나 구매대행, 나아가 도소매를 통해 수익을 내던 국내 셀러들은 당연히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연계된 국내 오픈마켓은 물론, D2C(자사몰)을 기반으로 성장하던 기업들도 총성 없는 전쟁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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