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들은 왜 오프라인 매장을 열까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는 많은 플레이어들이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 같습니다
11/10 금요일 로지브릿지 뉴스레터입니다
2023/11/10 금요일
 
 
 
빅 브랜드가 되는 핵심은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소비,
그 이상의 감정적 결속이다.
 
- 데이비드 오길비 -
 
 
 

✔ 패션 인큐베이팅

 

하고하우스는 특이한 패션기업입니다. 신생 브랜드에게 투자하는, 인큐베이터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테스트 베드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하고(HAGO)'와 오프라인 매장 ’하고하우스(HAGO HAUS)'를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들어 동반성장하는 형태입니다. 인수하는 것보다는 지분 투자를 통한 경영 전반을 지원하는 거죠.

 

2020년 대명화학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으며, 현재 31개의 브랜드에 투자하고 있고 6개의 자체 브랜드를 운영 중입니다. 롯데백화점과 협업 관계를 구축해, 지난해 11월에만 롯데백화점 내 3개의 하고하우스를 오픈하기도 했으며 총 4개의 지점이 있고, 월평균 13억원의 매출을 기록 중입니다. 각 브랜드의 단독 매장 또한 지난해 7개를 오픈했으며, 지난 6월 남성 패션 플랫폼 ‘뎁스(Deps)'를 공식 론칭했습니다. 이 또한 인큐베이팅 시스템이나 각종 지원을 통한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고요.

 

2000개가 넘는 브랜드가 입점해 있지만, 그중에서도 ‘마뗑킴(Matin Kim)’이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마뗑킴의 지난해 매출은 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3% 성장했습니다. 올해 1월 더현대 서울에 입점한 당일 첫날 1억3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고가 라인인 ‘킴마틴’을 통해 해외 진출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하고하우스는 단독 매장이나 편집숍을 오픈할 때 백화점에 입점하는 형태로 무엇보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장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고하우스의 이지윤 본부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온라인 패션 브랜드의 고객층은 20~30대로 국한돼있는데, 이를 50~60대까지 넓히고 롱런하기 위해선 화면 밖으로 나와야 한다"라며 오프라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 백화점 인프라 활용

 

W컨셉은 무신사와 함께 흑자를 이어오던 패션 플랫폼으로 2021년 신세계의 SSG닷컴에 인수됐는데요. 이후 신세계백화점의 인프라를 활용해 오프라인 매장을 연이어 오픈합니다. 올해 오픈한 신세계 센텀시티점을 포함하여 총 4곳을 운영 중이죠.

 

지난해 매출액은 1367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30억8526만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는데요. 오프라인 매장을 열면서 외형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로 인한 재고자산 등의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거래액은 4581억원으로 40%대의 신장률을 보이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요.

 

또한 올해 초 면세점 국문몰, 중문몰에 동시 입점하면서 외국인 고객도 유치하려는 모습인데요. ‘서울재즈페스티벌’이나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등 행사에 적극 참여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대폭 늘리고 있죠. SSG닷컴과 핵심 상품을 연동하면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다수 입점시켜 동종 플랫폼 최다 수준인 8000여개의 브랜드가 입점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현대백화점의 패션기업 한섬은 3개의 패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섬 브랜드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더한섬닷컴’, 수입 브랜드 중심의 ‘H패션몰’ 디자이너 브랜드를 취급하는 ‘EQL’인데요. 이중 EQL은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만큼 무신사, W컨셉 등의 패션 플랫폼들과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EQL은 지난해 10월 더현대 서울에 첫 오프라인 매장인 ‘이큐엘 스테이션’을 오픈했고, 올해는 성수동에 ‘이큐엘 그로브’를 열었습니다. W컨셉과 비슷하게 그룹사의 인프라를 활용해 시작하는 모습이죠.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해 단독 상품이나, 협업 제품 등을 활발히 전개해 소비자 접점을 늘리면서 테스트 베드 역할까지 소화할 예정입니다.

 

별도로 EQL의 매출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한섬의 지난해 매출은 1조54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1.2%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68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중 20.7%가 온라인 매출이며, 더한섬닷컴, H몰을 포함해 전년대비 11% 성장했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500억원을 투자해 첨단 자동화 시스템이 갖춰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D2C가 정답은 아니지만, 차별화됐던 건 분명합니다)
 

✔ 자사몰 강화

 

그 외에도 기존 패션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플랫폼도 존재하는데요. 대표적으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운영하는 ‘SSF샵’, LF가 운영하는 ‘LF몰’입니다. 타사의 브랜드까지도 입점시키면서 각 플랫폼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습인데요.

 

SSF샵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40% 성장했으며, 이는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성장에도 기여합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매출 2조원에 1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중 온라인 비중이 20%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F몰 또한 지난해 전년대비 두 자릿 수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LF의 지난해 매출은 1조9685억원, 영업이익은 185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LF몰은 라이프스타일 쇼핑몰로 변모해가고 있는데요. 올해 초 항공권 예약 전문 업체 ‘와이페이모어’와 협업해 항공권 예약 서비스까지 도입했습니다.

 

 

✔ 사실 생존경쟁

 

올해 의류 온라인 거래액이 증가한 것에 대해 단순히 오프라인 시장이 온라인으로 전환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 패션 플랫폼들의 행보를 볼 때 오히려 오프라인으로 매장을 확장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보하고자 하는 전략이 눈에 띄거든요.

 

기존 패션시장에서는 오프라인에서 구경하고, 착용해 본 뒤 저렴한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쇼루밍(Showrooming) 현상이 있었는데요. ‘무신사 대구’의 사례를 볼 때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 혜택을 동일하게 오프라인에서도 제공하면서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이 할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가 생긴 것 같습니다.

 

또한 W컨셉, 더현대 서울, 하고하우스, 무신사 등 자체적으로 신생 브랜드의 성장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좋은 브랜드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전략도 활발하죠. 이와 더불어 ‘독점’ 유통이나 ‘단독’ 기획 상품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타 플랫폼에서 볼 수 없는, 우리 플랫폼만의 매력을 보여주고 오프라인 매장까지 녹여내는 방아쇠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이들의 경쟁으로 인하여 소비자들에게 쇼핑이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있다는 점은 좋은 것 같습니다. 성수동만 가더라도 다양한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고, 단순히 옷만이 아닌 예술과도 결합을 시켜 콘텐츠화하고 있고요. 대구나 부산 등 지방에서도 이제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아주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쳐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1세대 패션 플랫폼으로 불렸던 ‘힙합퍼'는 한때 연 매출 20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1020세대를 타깃으로 무신사와 결이 비슷해, 양대 산맥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2021년에는 힙합퍼 유저들이 직접 사진을 찍고, SNS에서 힙합퍼를 태그하는 방식을 활용해 '패션 놀이터'를 만들고자 했고요. 구체적인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모기업인 바바패션이 결국 매각에 실패하면서 2022년 11월 1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습니다.

 
✔ 로지브릿지의 생각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는 많은 플레이어들이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 같습니다. 제품, 마케팅, 홍보 등의 차별화를 두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고객들에게 생태계이자, 놀이터를 만들어 줘야만 하는 거죠. 어느 한 앱이나 플랫폼의 매력도가 떨어지면 고객은 순식간에 이탈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구축하는 것이 그래서 더 유의미한 것 같습니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친구와 놀러, 혹은 데이트를 가더라도 하나의 놀거리를 만들어준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콘텐츠에서 수차례 다뤄왔던 것처럼 온·오프라인의 경계는 이제 없어졌고, 소매시장에서도 묶어서 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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