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휘 : 지금 유통 물류 부문에서도 흐름이 많이 바뀐 게, 다품종 소량 출하 빈도잖아요. 출하가 빠르게 나가는 것은 입고라인의 캡파 경영도 필요가 없어요. 미국 아마존의 예측 서비스 대시(Dash)와 같이 이제는 어느 정도 주문 예측이 가능해요.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은, 물류현장의 capa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회전율 싸움이거든요. 온라인 B2C가 점점 성장하면서 속도전, 회전율이 점점 중요해져요. 그래서 앞서 두 분이 자동화, 반자동화, 수동화 이런 이야기를 하셨는데, 제 생각에는 운영의 스킬이 더욱 중요한 것 같아요.
현장의 센터장이나 총괄, 부문장이 어떤 전략을 수립해서 방향을 갖고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물론 소비나 구매도 중요하겠지만, 센터장과 총괄의 역할도 그에 못지 않게 상당히 중요해졌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종수 : 컬리나 오아시스가 자동화에 인프라가 아니라, 프로세스나 운영의 원칙을 잘 살렸다고 하셨는데요. 결과적으로 컬리나 오아시스 모두 자동화가 없이 성공한 기업입니다. 오히려 앞서 말씀드린 엄청난 대기업들은 자동화가 있어도 새벽배송에서 실패했는데, 이 기업들은 자동화가 하나도 없이 성공했다고 봐요.
그럼 결론적으로 자동화가 성공하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이 있어요. 첫째, SKU(품목수)가 많지 않았어요. SKU가 불과 1~2천개였어요. 그리고 돈이 없었어요. 컬리 센터장도 그 이야기를 해요. "우리는 돈이 없었어요. 1천억이 있었으면 자동화를 하고 싶었지만, 우리에게 맞는 게 이거 밖에 없어서 가지고 온 게 DAS였다"라고 말하거든요.
돈이 있었으면 자동화를 했을 텐데, 그랬으면 실패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돈이 없어서 현실에 맞는 자동화가 아닌 반자동화를 했고, 그걸로 컬리는 지금 하루에 15만건을 하고 있거든요.
그걸로 하루에 사람이 15만건을 하고 있고요. 반대로 자동화가 잘 되어 있는 GS, 이마트나 롯데도 물론 잘 하고 있지만, 그에 1/4도 못하고 있다는 것은 자동화기 때문에 잘 한다? 많이 한다? 그것은 아니라는 거죠.
컬리는 SKU를 잘 압축했어요. 3천개였기 때문에 가능했지, 3만여개라면 불가능했다라는 거죠. 거꾸로 말하면 상품이 식품이 아니였다면, 구색이 많이 필요한 비식품이라면 자동화가 필요했다고 생각해요. 역으로 본다면. 저회전 상품이고, 외국은 그렇거든요. 저회전 상품인 공구나 이런 것들은 자동화가 많이 들어간 사례가 있기 때문에. 다만 식품에 자동화가 들어가는 건 조금은 위험성이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앞서도 비슷하게 질문을 드렸지만, 국내 유명 이커머스 A사는 왜 그럼 냉장과 냉동, 이 식품 부문에 자동화를 구축 중이고, 올해부터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는지, 그 점이 정말 궁금하거든요.
◆신성일 : 제가 여러 물류센터를 다녀 보면, 다들 문의를 하시는 게 비슷해요. "제가 운영하는 물류센터가 가장 힘들고 어렵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 말이 맞습니다, 그 센터에서 하고 계시니까.
제가 센터를 다녀 보면, 가장 어려운 곳이 3온도대. 특히 신선식품이 가장 힘들고요. 신선식품은 하나의 온도가 아니라 세 가지 온도입니다. 프레시, 신선, 생선이나 이런 냄새나는 건 다 별도로 해줘야 하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신선식품을 자동화한 곳은 없습니다. DPS, DAS, 컨베이어 정도 사용을 하죠. 롯데나 쓱닷컴도 DPS 피킹을 해요. AS/RS나 미니로드 플로우랙을 쓴다든지, 라우팅을 한다든지 이런 것은 아직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회사에서 GTP 피킹. 슈퍼패스트무브는 파렛트에서 피킹을 하고요. 패스트무브는 파렛트에서 미니로드에서 플로우랙 약간 스테틱한 피킹을 하는 거죠. 그리고 미디어무브나 슬로우무브는 GTP 피킹을 하도록 구축하는 곳이 있기는 합니다. 이 회사에서 왜 그렇게 하냐면 해외 사례를 볼 때, 성공사례가 있었기 때문이고요. 물론 한국적 오더라인 구조나 프로세스는 계속 심고 있는 중이죠. 저도 관전 포인트는 과연 이 회사가 성공을 할 것인가, 치킨게임을 준비 중인가. 그런 생각이 들고요.
웬만한 물류센터, 쿠팡이나 컬리 등 물류센터에 가면 가장 먼저 접하는 게 관광 버스죠. 수백대, 수십대 관광버스가 줄을 선 건, 굉장한 리소스가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그게 뭐냐면 물류센터 인력 수급 때문에. 생산성과도 직결이 돼죠. 그래서 그 회사는 아무래도 이런 고민 때문에 자동화를 하려는 게 아닐까. 아까도 제가 말씀드린 플라이휠 전략이나 치킨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도체가 그랬던 것처럼. 자금력과 기술혁신. 그게 갖춰지지 않으면 언제든지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죠. 혹은 성장에 한계에 봉착할 수 있고요.
그래서 지금 쓱닷컴도 기존에 10개 오더라인, 15개 피스로 운영을 하다가 새벽배송이라는 이슈를 만나면서, 전체적인 이익률이나 이런 게 타격을 입게 되는 거죠. 그래서 최근에는 그것을 줄이는 거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겁니다. 시장은 커지고 있고 적자는 이것으로 적자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규모가 되어야 하고, 리소스에 대한 효율적 운영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계속 고민에 빠지는 겁니다.
지금 상황이 사실 굉장히 좋은 상황입니다. 엔데믹이 되고, 금리가 오르면서 약간 숨을 고르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시장에서 다음 단계로 점핑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진짜 경쟁은 올해 하반기에 어떻게, 어떤 업체가 성장하고 2~3년 뒤에 이익을 낼 것인지, 그런 것들이 윤곽이 나오면서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2023년 컬리와 오아시스
◇진행자 : 시간이 아쉽네요.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그럼 마지막으로 한 분씩 2023년 총평을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마종수 : 일단 상장 이야기부터 한다면, 앞서 조금 언급을 했지만, 기본적으로 컬리가 지금까지 투자를 받은 금액이 8천~1조 육박을 할 것 같은데, 주가 평가 밸류가 1조 아래라면, 과연 상장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기는 해요. 한 2~3조 정도라면 한 번 치고 나갈 것 같은데, 2023년 2월에 그 부분이 어떻게 될지는. 내부적으로는 상장을 하겠다고 하는데(본 콘텐츠 제작 시점은 2022년 12월 중순으로, 컬리가 상장 취소 계획을 발표하기 전입니다) 아직까지 그 부분에 확신은 없고요.
결론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변동비와 고정비 이야기를 계속 하지만, 영업이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지 못 한다면 그 부분이 좀 어렵죠. 지금 평택으로 가면서 모든 물류센터를 통합하는 것 같은데, 거기서 어느 정도 인력과 비용이 세이브가 될 것 같고요. 또 하나는 배송이 늘면서 평균적으로 새벽배송 기사 한 명이 45건을 가지고 나갔다면, 한 60건까지 점진적으로 늘지 않을까. 그 이상은 힘들겠지만. 그런 구조는 되고 있어서, 2023년 그런 부분이 어느 정도 잘 정리가 되면 흑자가 당장 나지는 않더라도 좀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을까.
오아시스는 그런데 반대더라고요. 원래 1조원 정도, 혹은 많게는 2조원까지 가치 인정을. 참고로 롯데쇼핑, 이마트 이 기업들 가치가 3조가 안 돼요. 엄청난 유통 대기업들도. 뭐 컬리나 오아시스가 1~2조를 말하는 것도 엄청난 거죠. 오아시스는 비록 1조원 아래로 가더라도, 본인들은 상장을 해서 상장한 다음에 실제 영업이익을 내고, 실력을 보이면 그 이후에는 가치가 오를 거다. 다른 곳보다 자신감이 있어요. 그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오아시스 구조를 잘 보셔야 하는 게, 물류구조가 굉장히 탄탄합니다. 다른 기업은 물류의 적자가 심하지만, 오아시스는 물류에서 적자가 최소화가 되는 거죠.
왜냐하면 오아시스는 일반적으로 온오프라인 연계를 해서 폐기율이 적다고 하는데, 사실 알고 보면, 온라인 폐기율이 오프라인으로 전이되기 때문에 그 부분은 크지 않다고 보더라도. 실질적으로 물류센터에서 운영되는 구동 구조를 볼 때, 자동화가 아예 없다고 봐도 돼요. 자동화가 없이 디지털 피킹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사람에 의해서 피킹을 하는, 그것도 합포장도 필요가 없이. 장보기, 장바구니가 끝나면 바로 올라가서 루트라는 시스템에 의해서 똑같이 그 부분을 바로 포장하기 때문에 포장비도 굉장히 절감이 돼요. 다른 곳보다 굉장히 잘 돼요. 다만 규모가 작죠. 몇 만 건이 아니라 만건 이하기 때문에, 규모가 커지면 어떨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다른 곳보다 효율적으로 운영을 했다는 거죠.
자동화, 반자동화, 수동이 중요한 게 아니고, 그런 운영의 구조를 잘 설계하는 게 첫째로 중요하고요. 실제로 쓱닷컴은 물류센터 하나 오픈할 때 보통 1500억원 들어가고, 거기에 3~4백명 근무해요. 오아시스는 센터 하나 구축하는데 25억원 정도. 거기에 170명 정도 근무를 해요. 1/100의 비용으로 피킹 인력도 1/3 정도인데, 새벽배송을 똑같이 2만건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1/100의 비용으로 2만건을 하는데, 과연 누가 이길 수 있겠어요.
물론 규모는 쓱닷컴이 커요. 똑같은 2만건이라도, 장바구니가 크니까. 하지만 절대적 영업이익은 쓱닷컴은 장바구니 하나 조립할 때 평균 7~8천원이라면, 여기는 7~8백원이 들어간다는 거예요. 산술적으로 보더라도. 거기서 바로 승부가 날 수 있는 포인트입니다.
물론 언젠가 오아시스도 자동화로 들어가고, 물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신 이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부분이 물론 있겠지만, 현재 가장 안정적으로 가져 갈 수 있는 것은 자동화도 물론 좋지만 사람의 역량을 최우선으로 하고, 부족한 것은 자동화로 채워 나가는 전략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더 드리면, 제일 중요한 건 자동화, 수동화, 프로세스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컬리나 오아시스는 신라면을 팔지 않아요. 삼다수도 없어요. 이것을 생각해봐야 해요. 우리가 이마트나 롯데마트 홈플러스에서 신라면이 없으면 점장이 굉장히 위험할 텐데요. 그 온라인몰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중요한 건 고객은 신라면, 삼다수, 하기스, 이런 것들을 사기 위해서 그런 것들은 쿠팡에서도 팔고. 일반적 마트에서도 팔고요.
신선 전문몰, 차별화된 버티컬 전문점은 일반적 1등 브랜드에서 빠져 나와서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상품을 갖고 있어야 하고요. 그게 엄청나게 성공을 했어요. 그래서 오아시스의 완전자연방사 1번란. 컬리도 그렇고요. 99%가 중소기업 제품이라는 거죠.
최근에는 두 기업이 공산품도 많이 취급을 하지만, 처음 회사를 키우고 고객에게 어필할 때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것부터 따지고 자동화든, 반자동이든 진입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조철휘 : 저는 이렇게 표현을 해보겠습니다. 조급한 컬리냐, 여유 있는 오아시스냐. 컬리는 무조건 2월까지 상장(본 콘텐츠 제작 시점은 2022년 12월 중순으로, 컬리가 상장 취소 계획을 발표하기 전입니다)을 해야 합니다. 6개월 안에 해야 하니까. 사실 미국에 상장을 하고 싶어 했죠. 쿠팡을 쫓아 가다가 안 되니까, 국내에서 상장을 준비하는 겁니다. 공모주 시장이 다 힘든 상황이라, 1~2조원 기업 가치를 받기도 힘든 거예요.
기업 IPO 이후, 모든 것을 다 오픈해야 하니까. 투자에 관한 것들도. 그래서 2023년 1월 내에 결정을 낼 것으로 보고 있어요. 결국 이 시장에서 흐름이 다른 것은 비용구조가 3온도도 말했지만, 식품이 고비용 구조입니다. 돈이 많이 들어요. 라우팅 동선 하면서 수량이 늘고 객단가 올라야 하거든요.
두 회사의 차이는 현저해요. 1천만 고객의 컬리와 1백만 고객의 오아시스. 여기서 객단가도 올리면서 구매력을 올려야 하는데, 주문량과 매출이 연동되고. 컬리 물류센터가 평택으로 통합이 되면, 앞으로 주목이 되는 물류센터가 될 거예요. 그 동안 경험을 해보면서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모멘텀이 될 것 같고요.
오아시스는 모회사 지어소프트 창업자가 개발해서 적용한 IT 솔루션을, 잘 하는 것부터 확장을 시작했어요. 고객은 1백만명이지만, 점점 고객이 늘어갈 거예요. 매출과 영업이익은 안정적으로 가는데, 온오프라인이 융합되면서. 신 이사님도 말씀하셨지만, 가장 중요한 건 폐기율을 줄이는 거예요. 상온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생각해 보면, 컬리는 무조건 IPO를 해야 돼요. 안 하면 딜레이가 되어서 나중에 타이밍을 놓치죠. 오아시스는 오히려 급할 게 없어요. 상황을 보면서 가야 하니까. 2023년 관건이 금리 인상, 고비용 구조인데, 소비자들은 한 번 익숙한 물건을 살 수 밖에 없어요. 컬리나 오아시스의 고객층은 탄탄하게 되어서, 다만 마 교수님도 말씀하셨지만, 다른 곳에 없는 차별화된 상품으로 이익구조를 가지고 가니까. 어떻게 갈 것이냐.
양쪽 두 기업의 가치는 다르겠지만, 지금 컬리가 조금 더 조급한 입장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진행자 : 오늘 산업과 시장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긴 시간 각자의 인사이트를 아낌 없이 말씀해 주신 세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