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및 제작 : 로지브릿지
◆SK증권 유승우 연구위원
최근 언론을 보니까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님의 여론이 그렇게 좋지는 않으신 것 같더라고요. 희망퇴직을 비롯한 구조조정 이슈도 있었고, 임직원들이 현재 상황에 대해서 불편하다는 내색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실질적인 현황을 보면 스타벅스를 인수했고, SSG닷컴도 출범했고,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커머스 쪽에서 자리를 잡아보려는 노력을 많이 했죠. 그런데 유효하게 작용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다들 어떤 이커머스를 사용하고 있는지 보면 명확해지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중 쿠팡은 아예 흑자로 돈을 벌고 있는 상황까지 갔는데 아직 적자 규모가 상당하며, 점유율도 유의미한 성장을 끌어내지 못한 곳들은 C커머스(중국발 커머스)의 공습이 더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비단 이마트, 신세계그룹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11번가 마찬가지고요.
결국 상장은 물 건너 갔고, 매각 수준으로 가고 있는데 이 역시도 C커머스의 공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봐야 하고요. 몇몇 영세한 거래액을 보여주고 있던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큐텐으로 넘어가서 하나로 합쳐지는 그림이거나, 사실상 구조조정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내 플레이어들 간의 경쟁에서도 명확한 엣지를 세우지 못하면서 흘러가는 그림에 C커머스, 그러니까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표현이 맞겠네요.
쿠팡이 3조원 투자를 예고했습니다. 그동안 거의 6조원 투자를 해왔는데 그 절반을 또 쓰겠다는 거고요. 이렇게 되면 정말로 전국 도서산간 지역까지도 로켓배송이 가능해지는 물류망을 실제로 구축하는 겁니다. 이 투자 계획이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에 1.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맞불 형태로 발표가 나서 관계 유무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투자 규모는 다른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 입장에서는 입이 떡 벌어지는 규모이기 때문에 국내에서의 서열정리는 어느 정도 끝났다고 봅니다.
쿠팡을 역전해서 더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국산 이커머스는 존재하지 않는 걸로 보시는 게 맞겠고요. 온오프라인을 합친 월간 거래액을 봤을 때도 쿠팡이 이마트보다 커지기도 했고요.
그리고 이걸 알리익스프레스와의 대항, 그러니까 맞불로 해석을 하게 되면요. C커머스들은 국내에 물류기지가 없기 때문에 그동안 CJ대한통운이나 한진 이런 쪽과 협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내재화하고, 전진 배치를 해서 주문이 들어오면 빠르게 배송하겠다는 거거든요. 물론 쿠팡처럼 로켓배송을 해주려면 시간이 더 소요되겠지만 차근차근 투자 계획을 발표한 걸로 봐서 쿠팡을 제외한 다른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들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겠다고 봅니다.
물론 미미하죠. 지금 알리익스프레스가 지으려는 물류센터가 5만평인데, 쿠팡은 이미 155만평을 확보했어요. 따라잡을 수가 없는 정도로 차이가 벌어졌기 때문에 쿠팡처럼 가겠다는 건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타협이 나올 것 같아요. ‘적과의 동침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거죠.
전략적으로 시장을 나눠 먹을 수 있는 쪽으로 가는 부분도 의사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쿠팡의 3조원 투자가 공격적인 숫자라는 점에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이미 끝내겠다, 선언하고, 오히려 C커머스에서는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그런 메시지도 있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정합니다.
사실 이미 성장이라는 건 거래액만 보더라도 둔화세입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자체가 이미 성숙됐기 때문에 크로스보더 이커머스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번 C커머스의 공습은 오히려 쿠팡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도 열렸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거래액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는데 쿠팡으로 자연스럽게 넘어오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강한 체력을 갖고 있는 쿠팡과 네이버 쪽으로 거래액이 흡수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또한 해외에서의 입지도 점점 강화하고 있죠. 물론, 들어가는 돈이 많을 겁니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자리잡기에는 긴 시간이 소요됐기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특히 에셋 헤비 모델을 가져가는 쿠팡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고요.
그동안 외형 성장이라는 부분에서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상장했었는데 이제는 내실도 점점 명확하게 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기간이 더 명확해질 거고요. 영업이익률도 올라갈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미 고정비 투자는 어느 정도 됐고, 이 물류센터의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매출이 올라가는 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지거든요.
쿠팡은 앞으로 일회성 흑자가 아니라 장기간, 일회성 비용이 반영될 때를 제외하고는 이익의 증가세를 기대해볼 구간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외형 성장의 둔화는 불가피하지만 그 안에서 더 이익이 올라가는 구조로 가면서 해외 투자나, 국내 방어적 투자 등 이런 것들이 가능해질 여지가 생길 겁니다.
대만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한국과 유사한 시장을 이용해서 유사한 전략을 펼친 건데 잘 맞는다고 봐요. 시장이 아직은 미성숙한 단계에서 물류나 여러 투자를 미리 해두고, 장기간 성장할 수 있는 그림이 나올 것 같습니다. 일본은 결국 철회했으나 사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앞으로도 이커머스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 있기 때문에 신흥시장 쪽으로 쿠팡이 확대하는 그림은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의외로 쿠팡플레이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라는 게 무섭죠. 과거 한류보다 지금 한국 콘텐츠 열풍이 더 강해졌고, 이 쿠팡플레이라는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내재화하고 있다는 점은 히든카드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당분간 해외 쪽으로 실적은 당연히 안 좋을 겁니다. 그러나 조금 더 기다려보고, 내부적으로는 또 다른 국가를 검토 중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대해볼만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또 글로벌로 본다면 아마존이 있는데, 사실 아마존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겁니다. 아마존이 애초에 공격적으로 들어올 거였으면 C커머스처럼 하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대략 600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아마존이 가져가고 있는 전 세계 시장의 규모는 6천조원입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포화되어 있고, 많은 업체가 난립되어 있는 상태에서 아마존이 비집고 들어와서 마케팅 비용을 태우고, 노력한다는 건 합리적인 판단은 아니라고 보고요. 그간의 아마존의 행보를 보더라도 경쟁사를 인수하는 게 아닌 기능적으로 아마존한테 없는 것들을 인수해서 시장점유율을 자생적으로 올릴 수 있는 선택을 해왔던 걸로 보입니다.
홀푸즈 인수도 같은 맥락입니다. 아마존의 리테일망을 구성해서 가기에는 특히 신선식품이라는 관점에서 동네 지역 거점이 상당히 많이 필요했던 걸로 보이는데요. 이미 월마트가 그 역할을 잘해주고 있었으니까 아마존의 입장에서는 월마트를 인수하기보다는 더 규모가 작고, 신선식품 위주의 오프라인 유통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던 홀푸즈를 인수해서 온라인 배송을 붙이고, 포트폴리오를 강화시킨 겁니다.
한편, 지금 화두가 되고 있는 게 무료배달이죠. 원래 로켓와우 회원이면 쿠팡이츠에서 1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는데 객단가를 생각하면 2~3천원이었거든요. 보통 일반저긍로 2만5천원에서 3만원이 객단가였으니까.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출하는 총액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배민 등의 배달플랫폼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 있어요.
출혈경쟁이 어느 정도 끝나고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기조를 가져가다가 지금 쿠팡의 배달비 0원이라는 프로모션이 생기면서 뼈아프게 작용할 수밖에 없죠. 딜리버리히어로나 요기요 입장에서는 대규모 마케팅 투자를 할 재원은 없거든요. 그래서 또 어떤 전략이 나올지 궁금해지기는 합니다. 쿠팡의 락인효과가 더 명확해지는 그런 전략들로 해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