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테일 아포칼립스라는 용어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소매업의 몰락과 종말을 뜻하는 의미인데요.
대형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위기에 봉착한 현실을 반영한 신조어입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2020년 7월까지 미국에서 13,80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이 폐점됐습니다.
200년 역사의 '로드앤테일러'를 비롯해 제이씨페니, 니만마커스, 센추리21 등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버티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는데요.
2020년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의 유통기업 수는 51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일부 백화점 점포는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택배 물류창고로 활용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대공황, 흑사병, 세계대전 등을 겪으면서도 사업을 굳건히 지켜왔지만, 어째서인지 이번 코로나19 여파에는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모습입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백화점업계는 '위기'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고, 연쇄적 폐점은 코로나로 앞당겨진 셈입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본 역시 저출산 고령화, 온라인 쇼핑 확대 등의 요인으로 유통업계의 폐점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320년 역사의 오누마 백화점은 2018년 사모펀드의 투자를 통해 경영 정상화에 나섰지만, 2020년 1월 결국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통계청에 따르면 백화점 시장규모는 2018년 30조원 규모에서 2019년 30.4조, 2020년 27.4조원으로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되는 추세입니다.
국내 백화점시장은 현대, 롯데, 신세계 3사의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으로,
2020년 기준 3사 점유율은 롯데백화점 37.3%, 현대백화점 28%, 신세계백화점 25% 순으로 3사가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독과점 시장입니다.
롯데쇼핑 측은 전자공시를 통해 "백화점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내수 경기침체 속에 투자를 강화한 전국 네트워크의 메이저 백화점과 마이너 백화점 간 격차가 심화돼 빅3에 의한 집중도가 심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상위기업으로 M&A(인수합병)됨에 따라 메이저 백화점의 다점포 형태로 개편돼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각사가 공개한 2020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롯데백화점 매출액은 2조65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5.1% 줄었고, 영업이익 역시 5193억원에서 3277억원으로 36.9% 감소했습니다.
현대백화점 역시 매출액 1조7522억원, 영업이익 2001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9.5%, 45.5% 줄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매출액 1조6362억원, 영업이익 1324억원을 기록, 6.6%, 8.4% 감소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내용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9년과 2020년 업태별 매출 구성을 비교한 자료입니다.
온라인은 비중이 증가한 반면, 백화점은 업종 자체가 3% 가까이 쪼그라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백화점은 전체 매출을 주도하던 여성의류와 외부활동 관련 상품 판매 부진이 매출 감소의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점은 해외 유명 브랜드 판매는 3월을 제외하고 줄곧 전년 대비 판매량이 증가했습니다.
연간 매출 증감률은 10.6%에 달하고, 매출 비중 또한 30%로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2020년 4분기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 비중은 35.1%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마냥 웃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명품업체들이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몰 운영을 시작한 건데요.
실제로 에르메스, 구찌 등의 방문자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단기간 내 방문자가 폭증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백화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보시는 바와 같이, 여성정장, 여성캐주얼, 남성의류, 아동스포츠 등 대부분의 품목이 상당한 매출 하락의 충격을 받았는데,
최근 무신사, 에이블리, 지그재그, 브랜디 등 다양한 패션 플랫폼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강세를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온라인으로 이동한 고객을 다시 되찾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와중에 현대백화점은 최근 서울 여의도에 '더 현대 서울'을 오픈했는데요.
'백회점'이라는 이름을 빼고, 신복합문화쇼핑공간이란 콘셉을 잡은 듯 보입니다.
단순한 물건의 구매와 판매를 넘어, 소비자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교감하는 공간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던 백화점은 이제 백화점을 넘어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해 나가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물류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듭니다.
지난해 백화점은 상당한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영업흑자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백화점 입점사 입장에선 코로나 사태로 월평균 관리비에 더해 매출의 일정 비율을 백화점에 지불해야 하는데요.
특히 백화점 방문자가 저조한 상황을 고려하면 반품재고 처리에 의한 물류비용이 상당히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른 손실은 모두 입점사가 부담해야 되는데요.
말하자면 브랜드나 입점사 입장에선 리스크가 큰 백화점에 입점하는 것보다,
소비자가 점차 더 많이 찾고 재고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수수료율이 낮은 온라인 플랫폼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A사 의류업체 센터장에 따르면 "의류 특성상 시즌이 끝나면 재고가 물류센터로 반품 돼 창고비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업력 300년 일본 백화점이 왜 무너졌는지, 우리나라 백화점업계에 전하는 시사점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상기해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