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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길도 늦게 움직이면 더 비싸집니다
지난주에는 대체항만이나 다른 선사, 항공 전환 계획이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실제 필요한 날 그쪽으로 갈아탈 수 있어야 대안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에는 여기에 돈 문제가 붙었습니다. 9월 9일 공개된 Kpler 잠정 집계에서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하루 6척까지 줄었습니다. 최근 10일 평균은 약 12척이었습니다. 같은 해협을 지나더라도 보험과 전쟁위험 비용은 예전과 달라졌고, 선박연료 가격도 원유보다 빠르게 뛰었습니다. 북미에서는 관세를 앞두고 화물을 미리 들여온 흔적이 항만 물동량에서 확인되고, 파나마운하는 하루 통항 슬롯을 줄였습니다. 반대편 북극에서는 중국 선사가 한 번의 시험운항을 8회 운항 일정으로 늘렸고 한국 컨테이너선도 북극해를 통과했습니다. 원인은 제각각입니다. 다만 물류를 맡은 사람에게는 같은 계산이 남습니다. 문제가 생긴 다음 움직이면 얼마를 더 내야 하는가.
호르무즈, 하루 6척까지 줄었습니다
9월 9일 로이터가 공개한 Kpler 잠정 자료를 보면 전날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6척이었습니다. 하루 전 9척, 최근 10일 평균 약 12척보다 적습니다. AIS를 끄고 지나간 선박은 잡히지 않기 때문에 실제 통항량과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자료도 같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추정한 걸프 지역 전체 원유 수출은 이른바 다크 크로싱까지 포함해 하루 1500만~1600만배럴 정도입니다. 전쟁 이전의 약 3분의 2입니다. 호르무즈에서 잡히는 선박 숫자와 걸프 전체 수출량이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화물을 보낼 때 실제 부담하는 비용입니다. ENOC의 폴 브래드쇼는 9월 9일 APPEC에서 원유 화물 보험비가 화물가치의 5~6%까지 올라 약 1000만달러가 더 붙는 사례가 있고, 별도의 전쟁위험 비용도 최고 10% 수준까지 거론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가 제시한 사례에서는 한 번의 운송에 1000만~2000만달러 수준의 추가 부담이 발생합니다. 이 돈은 이란이 일률적으로 걷는 공식 통행료가 아닙니다. 보험과 전쟁위험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생긴 비용입니다. 같은 날 브렌트유는 배럴당 101.21달러에 마감했습니다. 배가 지나가느냐만 보던 단계에서 벗어나 어떤 배가 어떤 조건으로 얼마를 내고 지나가느냐까지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선박연료는 원유보다 더 빨리 올랐습니다
운임지수가 내려간다고 실제 운송비도 그대로 내려간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벙커입니다. 로이터가 싱가포르와 암스테르담·로테르담·앤트워프, 푸자이라의 재고를 집계한 결과 연료유 재고는 최근 3년 같은 시기 평균보다 약 30% 낮았습니다. 싱가포르의 저유황유 가격은 이란 전쟁이 시작된 뒤 9월 1일까지 76% 올라 톤당 825달러에 조금 못 미쳤습니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 상승률은 약 40%였습니다. 정유시설이 공격을 받거나 가동에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정유사들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휘발유와 경유 생산을 먼저 챙기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동의 연료유 공급도 줄었습니다. 여기에 홍해와 바브엘만데브를 피해 멀리 돌아가는 선박이 늘면 같은 화물을 옮기는 데 필요한 연료부터 많아집니다. 화주가 받는 최종 견적에서는 컨테이너 운임보다 벙커할증료가 먼저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해상운임 지수만 챙겨 봤다면 계약서에 어떤 연료 기준이 들어가 있는지도 다시 볼 때가 됐습니다.
관세는 공장보다 먼저 재고를 움직였습니다
북미에서는 관세가 다시 실제 통관비용으로 들어왔습니다. 캐나다는 9월 8일부터 276억캐나다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15%, 25%, 50%의 보복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철강과 알루미늄, 유제품, 가전, 농업장비, 펄프·종이, 전자제품 등이 포함됩니다. 미국의 조치에 맞춰 품목별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LA항 물동량과 이번 캐나다 관세를 직접 연결하면 시간 순서가 맞지 않습니다. LA항의 기록은 이미 6월부터 8월 사이에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기업이 관세를 앞두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LA항은 6~8월 석 달 동안 290만TEU가 넘는 화물을 처리해 개항 이후 가장 많은 3개월 연속 물동량을 기록했습니다. 8월만 95만5907TEU였습니다. 항만 측은 연말 상품을 일찍 들여온 물량이 증가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고, 로이터가 취재한 유통업계도 새로운 관세와 높은 연료비, 운송 차질을 피해 할로윈과 연말 상품 반입을 앞당겼다고 설명했습니다. 관세가 오르면 어느 나라에서 생산할지만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물건이라도 8월에 통관하느냐 10월에 통관하느냐에 따라 원가가 달라집니다. 재고를 최대한 적게 가져가는 것과 필요한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것 사이의 계산이 다시 복잡해졌습니다.
파나마는 슬롯을 줄이고, 북극에서는 운항 횟수를 늘렸습니다
파나마운하청은 강수량 부족을 이유로 9월 3일부터 네오파나막스 일일 통항 슬롯을 9개로 조정했습니다. 파나막스는 25개를 유지하다 9월 15일부터 23개로 줄입니다. 흘수 제한과는 별개 조치입니다. 예약 없이 도착하는 배는 대기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같은 시기 북쪽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국계 선사 Sea Legend는 지난해 한 차례 운항했던 중국~유럽 북극항로를 올해 8회 운항 일정으로 늘렸습니다. 8월 15일부터 10월 3일까지 매주 한 차례씩 출발하는 계절 서비스입니다. 첫 선박 Dubai Tower는 9월 9일 영국에 도착했습니다. 애초 발표된 기항지는 펠릭스토우였지만 실제로는 티스포트에 접안했습니다. 이런 변경 자체가 북극항로를 아직 수에즈와 같은 수준의 정기선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한국의 팬스타 아크로호도 9월 9일 오후 4시 15분께 북극해 경계를 지나 북극 구간 운항을 마쳤습니다. 8월 22일 부산을 출항한 지 18일 만이며 12일 영국 펠릭스토우 도착이 예정돼 있습니다. 기존 항로 하나가 막히면 곧바로 북극으로 돌리면 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중국은 8회 반복운항으로 상업성을 시험하고 있고, 한국은 이제 첫 컨테이너선 시범운항 데이터를 쌓는 단계입니다. 차이는 분명합니다. 그래도 지도에만 있던 길이 실제 운항 일정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JD물류의 300만대 계획은 지난주와 다른 신호입니다
지난주에는 AI가 물류 현장에서 사람을 바로 밀어내기보다 운임 산정과 배차, 재고배분, 통관처럼 판단이 많이 필요한 업무에 먼저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고 봤습니다. 이번 주 JD물류가 내놓은 숫자는 다른 쪽도 같이 봐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JD물류는 9월 9일 베이징에서 열린 행사에서 앞으로 5년 동안 로봇 300만대, 무인차량 100만대, 드론 10만대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현재 300만대가 가동되고 있다는 뜻이 아니고 300만대가 모두 휴머노이드인 것도 아닙니다. 창고의 피킹과 분류, 이송, 배송 등에 쓰이는 여러 종류의 장비를 합친 계획입니다. 숫자가 워낙 커서 계획과 실적을 더 엄격하게 나눠 볼 필요도 있습니다. 실제 구매 속도와 현장 배치량, 투자비, 사람 한 명당 생산성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는 앞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도 물류 AI를 소프트웨어 안에서만 보는 시각은 좁아졌습니다. JD처럼 대규모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은 판단을 자동화하는 AI와 실제 상자를 움직이는 기계를 한꺼번에 묶으려 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에는 운임보다 결정 시점이 더 까다로워졌습니다
이번 주 뉴스들을 하나의 위기라고 묶을 이유는 없습니다. 호르무즈의 군사 위험과 선박연료 부족, 캐나다 관세, 파나마의 강수량, 북극항로, JD의 로봇 투자는 원인도 시간도 다릅니다. 다만 회사 안에서 구매와 재고, 운송계획을 짤 때는 자꾸 같은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언제 움직일 것인가입니다. 호르무즈를 통과하겠다고 결정해도 보험료가 달라졌고, 배를 돌리면 연료비가 더 들어갑니다. 관세가 확정된 뒤 물건을 들여오느냐 그전에 들여오느냐에 따라 통관비가 바뀝니다. 파나마에서는 원하는 날짜의 슬롯을 확보했느냐가 대기시간을 가릅니다. 북극항로는 이제 실제 배가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 계절과 운항 경험이 제한돼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같은 주 HMM이 브라질 발레와 4조6972억원 규모의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30년부터 21만톤급 벌크선 8척을 투입해 선박당 25년간 운항하는 계약입니다. 이 계약을 이번 중동 사태의 대응이라고 연결할 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시간축이 전혀 다른 사례입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비교해 볼 만합니다. 현물시장에서 매번 선복과 가격을 다시 정하는 방식과 수십 년 동안 화물과 선박을 묶는 방식은 위험을 받아들이는 방법부터 다릅니다.
지난주에는 우리 회사의 두 번째 선택지에 실제 빈자리가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이번 주 숫자를 보고 나니 그 질문만으로는 조금 부족합니다. 그 빈자리를 오늘 확보했을 때와 사고가 난 뒤 확보했을 때 가격이 같을지도 봐야 합니다. 보험료, 연료할증료, 창고비, 관세, 선복 예약비는 모두 따로 움직입니다. 대체항로가 있다고 적어둔 회사라도 그 길을 쓰기 위해 필요한 계약과 비용을 평소에 계산하지 않았다면 실제 상황에서는 다시 처음부터 견적을 받아야 합니다. 공급망의 여유는 남는 공간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그 여유를 미리 계약하고, 누군가는 문제가 생긴 뒤 시장가격으로 삽니다. 이번 주에는 그 차이가 숫자로 조금 더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본 브리핑은 최근 관측되는 시장 흐름에 기반하여, 로지브릿지의 기획과 편집 기준에 따라 공급망·물류 흐름을 해석한 주간 분석입니다.
분석 초안은 AI를 활용해 구성하였으며, 이후 복수의 AI 도구를 통해 사실 관계와 논리 구조를 교차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해석과 판단의 기준은 로지브릿지의 편집 방향을 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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