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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소비는 커졌지만 속도는 느려졌습니다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다시 한 번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시장은 여전히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 속도를 들여다보면 분위기는 조금 다릅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거래액은 272조원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보다 늘긴 했지만 증가율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온라인으로의 이동은 계속되고 있지만, 예전처럼 폭발적인 확장은 아닌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성장률은 둔화됐고 시장은 성숙해졌습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소비는 생활의 기본이 됐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이제 온라인은 새로운 소비 방식이 아니라 익숙한 기본값이 됐고, 이미 많은 수요가 옮겨온 상황에서는 추가 성장이 자연스럽게 완만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2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던 흐름은 1자릿수로 내려왔고, 지난해는 4.9% 증가에 그쳤다는 점이 강조됩니다. 시장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성장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배달과 식료품이 시장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영역은 여전히 성장세가 뚜렷합니다. 배달을 포함한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41조4,882억원으로 집계되며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온라인쇼핑 전체에서 음식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는 흐름으로 나타났습니다. 음·식료품 역시 증가세를 이어가며, 장보기부터 즉석식품까지 온라인으로 해결하는 소비 패턴이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온라인 소비가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 된 영역부터 성장의 힘이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자동차까지 온라인으로 들어왔습니다
눈에 띄는 변화도 확인됩니다. 자동차 및 자동차용품 거래액은 7조5,751억원으로 전년 대비 30.5% 늘었습니다.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통한 전기차 판매와 중고차 거래 활성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고가 상품은 오프라인에서만 산다는 공식이 약해지고 있고, 온라인 소비의 범위가 생활 소비를 넘어 자산 성격의 상품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모바일 중심 소비는 더 굳어졌습니다
온라인쇼핑의 중심은 여전히 모바일입니다. 지난해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211조1,448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고, 전체 온라인쇼핑 거래액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77%대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음식 서비스는 거래의 대부분이 모바일에서 이뤄지는 구조로 나타나며, 주문과 결제가 손 안에서 끝나는 소비 방식이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 됐음을 보여줍니다. 플랫폼 경쟁 역시 모바일 환경을 중심으로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쿠폰은 줄고 신뢰는 흔들렸습니다
반대로 줄어든 영역도 분명합니다. 이(e)쿠폰 서비스 거래액은 전년 대비 27.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이후 소비자들이 쿠폰 거래를 줄인 영향이 상반기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 함께 나옵니다. 한 번 흔들린 신뢰는 회복에 시간이 걸리고, 온라인 시장이 커질수록 플랫폼의 책임이 더 무거워진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역직구는 3년 연속 늘었습니다
해외를 향한 온라인 판매는 다른 흐름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 이른바 역직구 거래액은 3조234억원으로 전년 대비 16.4% 증가하며 2023년 이후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지역별로는 미국과 중국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고, 상품별로는 음·식료품이 49.2% 늘며 1,129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 폭이 컸습니다. 화장품도 20%대 증가로 집계되며, 한국 브랜드에 대한 해외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직구는 중국 비중이 더 커졌습니다
국내 소비자의 해외 직접 구매액은 8조5,080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증가했습니다. 다만 구조는 더 중국 중심으로 기울었습니다. 중국 직구는 5조5,742억원으로 전체의 65.5%를 차지했고, 전년 대비 1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미국 직구는 1조4,1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7.6% 감소했습니다. 가격 경쟁력과 상품 다양성, 배송 경험이 소비자의 선택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 더 분명해졌습니다.
숫자는 성장, 체감은 포화에 가깝습니다
정리하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시장은 규모 면에서는 분명 커졌습니다. 하지만 성장률은 둔화됐고, 시장은 성숙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배달과 식료품 같은 생활 밀착 영역은 견고해졌고, 자동차처럼 고가 상품도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신뢰가 흔들린 영역은 즉각적으로 위축됐고, 해외 직접 구매는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강화됐습니다. 온라인 소비가 커진다는 말은 이제 단순한 확장보다 구조 변화의 신호로 읽어야 하는 시점입니다.
남은 과제는 속도가 아니라 구조입니다
앞으로의 관건은 얼마나 더 커지느냐보다 어떤 구조로 유지되느냐에 가깝습니다. 플랫폼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고, 데이터와 신뢰, 정산과 책임에 대한 요구도 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온라인쇼핑은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됐고, 시장은 성장 자체보다 누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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