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추정제, 왜 화두가 될까
정부가 이른바 ‘권리 밖 노동자’를 제도권으로 포섭하기 위한 핵심 장치로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노동계·플랫폼 업계·소상공인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긴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여러 언론 보도와 정부 설명을 종합하면, 이 제도는 단순한 노동정책 변경을 넘어 플랫폼 산업 구조와 고용 관행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됩니다.
근로자 추정제란 무엇인가
근로자 추정제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누가 근로자인지”를 판단하는 출발선을 바꾸는 제도입니다. 고용노동부 설명에 따르면, 타인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우선 근로자로 추정하고,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사업주가 입증해야 합니다. 기존에는 노동자가 스스로 근로자성을 증명해야 했던 구조였지만, 입증 책임이 사용자로 이동하는 셈입니다. 다만 이 제도는 민사 분쟁 영역에 우선 적용되며, 형사·행정 절차는 기존 체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함께 설명되고 있습니다.
왜 지금 이 제도가 등장했을까
도입 배경에는 플랫폼 경제의 급속한 확산이 있습니다. 정부와 다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배달 라이더·학습지 교사·보험설계사·프리랜서 등 전통적인 근로기준법 틀로 설명하기 어려운 노동 형태가 빠르게 늘었고, 이 과정에서 약 800만 명 이상이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문제의식이 누적돼 왔습니다. 특히 외형상 ‘사업소득세 3.3%’를 적용받는 계약 구조 속에서 실질적인 근로자임에도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웠던 사례들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는 무엇인가
정부는 근로자 추정제를 통해 근로자성 오분류 문제를 줄이고, 권리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노동부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근무 기록·업무 배정·평가 구조 등 핵심 정보는 대부분 사용자 측에 집중돼 있어 정보 비대칭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이 제도가 정착될 경우 임금 체불이나 퇴직급여 분쟁에서 구제 절차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수 있다는 기대도 함께 제시되고 있습니다.
플랫폼·업계가 느끼는 가장 큰 부담
반면 플랫폼 업계와 일부 경제 단체는 비용 구조 변화를 가장 큰 리스크로 보고 있습니다. 여러 매체 보도에 따르면, 근로자로 추정될 경우 4대 보험 중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그동안 부담하지 않던 항목까지 사업주 부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큽니다. 일부 업계에서는 라이더 월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 인건비 부담이 30~50%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부담이 고용 축소나 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반복적으로 제기됩니다.
배달 시장에서 논쟁이 더 커지는 이유
배달 시장은 ‘멀티호밍’, 즉 한 사람이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이나 퇴직금 같은 기준을 어느 플랫폼이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과거 직고용 모델을 시도했다가 근로시간 규제와 효율성 문제로 철회한 사례도 있어, 제도 도입이 라이더 자율성과 운영 효율을 동시에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노동자들도 느끼는 복합적인 시선
플랫폼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반응은 엇갈립니다. 권리 보호가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일하던 구조가 제한될 수 있다는 걱정이 공존합니다. 실제 보도에 따르면, 보험료와 세금 부담 증가로 체감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보호 강화가 곧바로 만족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자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소상공인·영세 사업장의 반발 포인트
소상공인 단체들은 특히 입증 책임 전환에 강한 우려를 표합니다. 성명과 인터뷰를 종합하면, 초단기 아르바이트·성과형 계약·가족 경영 등 다양한 고용 형태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분쟁 발생 시 법적 대응 부담이 영세 사업자에게 과도하게 전가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일부 업종에서는 4대 보험과 각종 수당이 동시에 적용될 경우 사용자 부담이 수 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노동계의 또 다른 비판 지점
흥미로운 점은 노동계 역시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노동조합들은 근로자 추정제가 분쟁 이후에만 작동하는 구조라면 결국 사후구제에 머물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정의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실제 판례 기준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됩니다. 이는 “첫걸음의 의미는 있지만, 충분한 해법은 아니다”라는 평가로 요약됩니다.
지금 점검해야 할 부분
이 제도는 단순한 제도 논쟁을 넘어, 계약·운영·비용 구조 전반을 다시 점검하게 만듭니다. 실무적으로는 위탁·프리랜서 계약이 실제 운영과 일치하는지, 업무 지시와 평가·통제 요소가 어디까지 존재하는지, 근무·정산 기록 관리가 체계적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제도 적용 시 비용 시뮬레이션과 요금 구조, 파트너 관계에 미칠 영향까지 함께 검토해야 할 시점입니다.
정리하면
근로자 추정제는 보호와 규제 중 하나를 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변화한 노동 시장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가깝습니다. 정부는 오분류 해소와 권리 보장을, 업계는 비용과 효율을, 노동계는 실효성을 각각 고민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제도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추정 규정 그 자체보다도 산업별 특성과 현실을 얼마나 세밀하게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