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기업을 넘어 국가 전략이 되다

마지막에는 국가 차원의 산업 정책과 제도 설계까지 이야기를 넓혀 갑니다.
 
2026/1/20 화요일
 

🤔공급망은 이제 기업을 넘어,

국가 전략의 문제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 오늘 다룬 이야기
 
  1. 왜 기존 공급망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나
  2. 효율 중심 공급망이 흔들리는 이유
  3. 운영이 아닌 설계의 문제로 바뀐 공급망
  4. 기업은 이제 무엇을 조율해야 하나
  5. 선택지와 분산이 경쟁력이 되는 구조
  6. 기업을 넘어 국가 전략으로 확장된 공급망
  • 출처: World Economic Forum  
 
세계경제포럼은 1월 글로벌 컨설팅사 커니와 함께 Global Value Chains Outlook 2026 Orchestrating Corporate and National Agility(바로가기)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지금의 공급망을 어떻게 더 잘 운영할 것인가보다는, 기업과 국가가 공급망을 어떤 구조로 설계하고 조율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는데요. 보고서는 공급망 방식의 한계를 짚는 데서 출발해, 기업이 실제로 참고할 수 있는 실행 중심의 가이드를 제시하고, 마지막에는 국가 차원의 산업 정책과 제도 설계까지 이야기를 넓혀 갑니다. 물건을 잘 나르는 문제를 넘어서 위기가 와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다룬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 글로벌 공급망 이야기가 다시 중심에 서게 됐을까요. 보고서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이제 공급망이 구조적 변동성의 시대로 들어섰다고 진단합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주요 경제권 사이에서 벌어진 관세 인상과 맞대응만 해도 수천억 달러 규모의 무역 흐름을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홍해와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차질이 겹치면서 해상 운송 비용은 전년보다 크게 올랐고, 동시에 선진국 제조업 생산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약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보고서는 이 모든 현상을 개별 사건이 아니라, 공급망 환경 자체가 달라졌다는 신호로 바라봅니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는 기술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자동화는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가치가 만들어지는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습니다. 데이터와 에너지, 인재 같은 핵심 요소가 특정 기술 생태계에 더 강하게 모이면서, 한쪽에 대한 의존도는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실제로 공급망과 제조 운영 분야의 인공지능 투자는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늘었지만, 첨단 반도체나 클라우드 인프라 같은 핵심 요소에 접근할 수 있는 국가는 여전히 제한적입니다. 보고서는 이런 흐름이 기술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고 짚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기존 공급망 모델은 점점 힘을 잃고 있습니다. 어디서든 만들고 어디로든 보내면 된다는 단순한 구조는 더 이상 현실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대신 지역 단위로 나뉜 시스템이 나타나고, 효율과 회복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지정학과 에너지 전환, 기술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무엇을 어디서 만들고, 어떻게 옮기며, 누구와 거래할지에 대한 기준이 다시 쓰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역할도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많은 기업이 이제 효율을 조금 더 높이는 데서 벗어나, 버티기 위한 재배선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조달처를 늘리고 생산 거점을 나누며, 상황이 바뀌면 빠르게 방향을 틀 수 있도록 디지털 가시성에 투자하는 흐름입니다. 공급망을 관리해야 할 비용 항목이 아니라, 처음부터 설계해야 할 전략 자산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공통된 실행 원칙도 제시합니다. 핵심 키워드는 구조적 민첩성입니다. 운영을 잘하는 것보다, 구조 자체가 유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혼자 잘하는 것보다, 생태계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경쟁력을 가른다고 봅니다. 이 관점은 다수의 글로벌 기업 리더들과의 대화와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정리된 내용입니다.
 
먼저 보고서는 기업이 스스로를 운영자가 아니라 생태계 조율자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전통적인 운영자는 자신이 가진 자산을 관리하는 데 집중하지만, 조율자는 직접 소유하지 않더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합니다. 다극화된 경제 환경에서는 어느 한 기업이 혼자서 회복력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공급업체와 기술 기업, 물류 파트너를 함께 묶어 움직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안정성이 생긴다고 설명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선택지를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보고서는 선택지를 단순한 보험이나 중복 투자로만 보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선택지는 위기를 견디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장 기회를 잡기 위한 구조이기도 합니다. 민첩성은 위험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성장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조건이라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공급망 구조 역시 집중에서 분산으로 기본값이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하나의 대형 거점이 효율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취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희소성과 분절, 변동성이 이제 예외가 아니라 상시적인 특징이 됐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생산과 공급 네트워크를 하나로 모으기보다는, 조율된 분산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이런 변화는 기업만의 과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보고서는 국가 차원의 역할도 분명히 짚습니다. 핵심은 제도적 민첩성입니다. 정책 비전을 세우는 것보다, 그것을 얼마나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는 뜻입니다. 제조와 공급망을 둘러싼 제도와 인프라, 인재 정책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움직일 때 국가 경쟁력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실무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미래를 가장 정확히 예측하는 조직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갈래의 미래를 전제로 구조를 설계한 조직이 살아남는다는 메시지입니다. 그래서 이제 현장에서는 다음 위기를 맞히려 애쓰기보다, 어떤 상황이 동시에 와도 구조가 버틸 수 있는지, 그리고 필요할 때 빠르게 재배치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쪽으로 고민이 옮겨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급망은 더 이상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할 설계의 문제라는 점을 이 보고서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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