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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도전자, 위기의 승부사 정주영 이봐, 해봤어?> 이 책을 덮고 난 뒤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인간’이었습니다. 정주영이라는 이름은 흔히 기업가, 산업화, 현대그룹이라는 키워드로 기억되지만, 책 속의 그는 그보다 훨씬 따뜻하고, 동시에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걸어온 길은 단순한 성공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을 중심에 둔 신념의 여정이었습니다.
책에는 여러 상징적인 대목이 나옵니다. “그 친구들(노조)한테 둘러싸여 한참 구호와 함성을 듣고 있자니까 한순간 나도 머리띠를 두르고 그 친구들 사이로 내려가 함께 하늘로 주먹을 뻗으며 구호를 외치고 싶어지더라고. 원래 내가 노동자라서 그런 생각이 들었나 봐.” 이 구절은 그가 어떤 마음으로 노동자를 바라보았는지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는 재벌이라는 이름보다 먼저 노동자였고, 그 사실을 수용했습니다.
또 이런 말도 남깁니다. “나는 열심히 일해서 성공한 노동자일 뿐 재벌이 아니다.” 책을 읽다 보면 이 말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그의 진심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에게 노동은 생계의 수단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과 연결되는 가장 본질적인 행위였습니다. 그는 노동자들을 동료로, 함께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로 보았습니다. 그 시선 속에는 일의 존엄과 사람에 대한 신뢰가 깃들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통일에 대한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인간은 참 어리석은 데가 많아. 이데올로긴가 뭔가 하는 것이 도대체 뭐야. 서로 내세우는 이데올로기로 인해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희생자들 대부분은 이데올로기의 이자도 모르는 민초들이야.” 그의 이 말에는 이념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분명한 신념이 담겨 있습니다. 통일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라는 것,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을 다시 잇는 일이라는 것을 그는 일찍이 깨닫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지금의 이재명 대통령이 떠올랐습니다. 정주영이 산업화를 통해 나라를 세웠다면, 이재명은 사람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복지와 제도로 사회의 기반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는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니라, 사람이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산업 현장에 던지는 강한 메시지와 여러 정책들 뒤에는 노동자의 죽음을 막고 생명을 지키려는 철저한 인간 중심의 철학이 깔려 있습니다. 두 사람의 활동 시대와 방식은 달랐지만, 모두 노동을 국가의 근간으로, 사람을 사회의 중심으로 놓았습니다.
또한 통일에 대한 시선에서도 닮은 점이 있습니다. 정주영이 이념보다 인간을 먼저 생각했다면, 이재명 역시 통일을 적대의 문제가 아닌, 같은 민족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길로 바라봅니다. 그는 통일을 정치적 구호가 아닌, 더 넓은 의미의 인간애와 인류애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두 인물이 지금 함께 협력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산업과 복지가, 경제와 인간애가 하나로 이어지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그런 가능성을 분명히 느꼈습니다.
이 책은 결국 도전과 실천의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 담긴 본질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주영이 남긴 “이봐, 해봤어?”라는 말은 단순한 호통이 아닙니다. 그 말은 두려움과 핑계를 넘어, 한 번이라도 직접 부딪쳐 보라는 인간적인 격려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믿음, 노동에 대한 자부심, 인간에 대한 존중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책을 덮으면서 저는 다시 생각했습니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힘은 이념도 자본도 아닌 사람의 마음과 실천이라는 것을. 그리고 진정한 리더는 권력을 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믿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 책은 그 사실을 가장 단순하고 명확하게, 그러나 가장 깊이 있게 일깨워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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