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17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모든 유통업체들이 차별화 전략에 따라 각자의 PB상품을 우선적으로 추천 진열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에 따른 입장 표명으로 보였는데요. 커클랜드나 노브랜드를 언급했죠. 쿠팡 측은 여러 사진자료를 보여주며, 대형마트 PB상품이 골든존에 배치되고, 여타 쇼핑몰에서도 자사 PB상품이 상단에 있음을 공개했습니다.
'유통업계의 관행이자, 많은 기업들이 유사한 전략을 벌이는데, 왜 우리만 갖고 늘어지느냐'라고 토로하는 듯 보였는데요. 쿠팡 관점에서 보면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억울할 것 같기도 하고요. 반대로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를 보면 대체로 맞는 말 같습니다. 쿠팡이 개선해야 할 지점도 많아 보이고요. 어쩌면 두 곳 모두 틀리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쿠팡은 업계의 관행을 따른 거고, 공정위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거였겠죠.
쿠팡의 작년 매출액은 31.8조원 규모로 국내 유통업계 1위에 올랐습니다. 왕관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질 것 같은데요. 이제는 업계의 '나쁜 관행'을 바꿀 위치에 있습니다. '로켓배송'과 같은 새로운 길을 개척했던 그 정신을 상기할 시점 아닐까요. 직매입을 하고, 정규직 배송기사를 채용하며, 직영화를 통해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려던 그 노력의 흔적들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쿠팡도 업계의 '관행'을 따른 것 같아, 아쉬움이 있습니다. 로켓배송은 택배가 아니라 '서비스'라고 강조하면서도, '관행'이라는 미명 아래 '퀵플렉스'와 같은 지입 형태의 택배대리점을 운영하며 택배 영역으로 깊게 발을 들였습니다. 직매입을 고집하면서도, '로켓그로스'와 같은 3PL 혹은 '풀필먼트'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물류 영역까지 뿌리를 넓혔고요. 나아가 PB상품까지 확대하며 '상생'이라는 본래의 가치마저 잃어버린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한국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소비자 편익을 개선하려던 그 진정성과 혁신은 존경하고, 지금도 김범석 의장을 대단한 경영자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누구도 쉽게 할 수 없었던 새 길을 개척했으니까요. 로켓배송 초창기를 상기하면, 많은 소비자들이 열광했고, 응원했습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정말 큰 편익을 누리게 됐고, 쿠팡이 메기 역할을 한 덕분에 전반적인 유통 물류의 서비스 품질도 향상됐다고 생각하죠.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존재합니다. 쿠팡이 지금의 '성장통'을 지혜롭게 극복해 더 좋은 기업으로 거듭나면 좋겠습니다. 정부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도, 단일기업인 쿠팡만을 문제로 삼기보다, 유통업계에 만연한 PB상품 우선노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게 옳은 것 같습니다. 더 본질적 문제를 짚어, 뿌리부터 개선될 수 있도록 힘써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