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인증 제도는 지난해 말,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됐습니다. 따라서 KC안전인증기관은 영리기관까지 확대될 전망입니다. 기존에는 공공기관 KTC, KTL, KTR과 계약을 체결한 비영리기관까지만 가능했으나, 시험설비, 인력 등 충분한 역량을 갖춘 민간 영리기관도 안전인증기관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완화한 건데요.
실제로 대기업 계열사가 KC인증 시험기관에 지정돼 제조업체임과 동시에 시험소로 기능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공급자가 직접 테스트해 보고, 결과를 공유해서 KC인증을 받는 거죠. 유럽의 CE인증도 비슷한 형태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영리기관이 국가의 인증을 담당하면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냅니다.
다만, 명확한 법적 기준을 정비해 시험기관의 신뢰성을 높이고, 무분별한 인증을 막기 위해 제도를 재정비한다면 오히려 불합리함을 해결할 지점도 보이는데요. 철저한 검증을 거친 제조업체는 소비자의 무한 신뢰를 얻겠죠. 열린 정보에 기반해 합리적 쇼핑에 나서는 소비자의 높은 수준을 감안하더라도 신뢰성에 기반한 인증 강화는 앞으로 점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방침입니다.
해외직구 뿐만 아니라 해외역직구 시장의 점진적 성장까지 고려하면 체계적인 이커머스 수출 전략이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KC인증을 넘어 글로벌의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더 높은 눈높이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선제적으로 보수적인 인증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 브랜드가 주는 신뢰
쿠팡은 최근 해외직구 제품을 판매하는 ‘로켓직구’를 일본으로 확대해 일본의 인기제품들을 로켓배송하기 시작했는데요. 로켓직구의 본질은 '신뢰'에 있습니다. 쿠팡이 1차적으로 검수하고 검증이 완료된 상품이라는 심리적 안정을 줍니다. 쿠팡직수입, 쿠팡직구 이런 단어들은 단순히 마케팅이 아닌, 쿠팡이 주는 브랜드의 힘이기도 한데요.
예컨대 국내로 보면 컬리가 잔여 농약 성분을 조사해 안전한 신선식품을 제공한다면, 그 자체로 '컬리'라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는 거죠. '컬리에 입점한, 컬리에서 검수해 판매하는 상품이라면 믿고 먹을 수 있다'라는 소비자의 인식이 강화되고 확산되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신뢰'에 기반해 반복적인 구매를 하고, 충성도가 높아지는 선순환이 마련되게 됩니다. 단순히 가격이나 빠른 배달을 넘어선, 컬리라는 '브랜드'의 힘이 구매에 영향을 주는 거겠죠.
쿠팡이나 컬리를 비롯해 여러 제조·유통기업들이 소비자 신뢰를 위한 더욱 철저한 '검증'과 '인증'에 선제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농후해 보입니다. 글로벌로 확장해 보면, 글로벌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인증 체계에 부합한 상품개발에 매진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한 까다로운 인증 기준을 기업 내부에서 스스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로켓직구'를 신뢰하는 것처럼, 유통사 각자가 일종의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를 만드는 셈입니다.
✔ 커머스+탄소배출
올해 1분기 국내 온라인몰의 해외역직구 규모는 399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7% 상승했습니다. 저희가 누차 강조하지만 한국이나 중국, 미국, 일부 유럽 국가를 제외하고 아직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은 태동기에 불과합니다. 한국이 이커머스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로서, 앞으로 전 세계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며 강화된 안전이나 인증을 선제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Made in Korea(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들이 한류 열풍에 힘입어 수요가 증가한다는 통계도 있죠. 앞으로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더 많은 기회의 문이 열리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어쩌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발암물질' 검출과 'KC인증' 등의 소란스러운 사태는 일종의 미래를 준비하는 '예방주사'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해외직구와 역직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문제는 무엇이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개선이 필요한지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값진 일이죠. 저희는 이번 KC인증 사태를 보면서 오히려 탄소배출까지 계산해 수출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6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 '탄소국경제도'는 철강, 알루미늄, 비료 등 6개 품목의 생산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이, EU 자체 제품보다 많으면 차이만큼 수출 기업에 비용을 부과합니다.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에게도 각종 의무가 부과돼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직까지 온라인 커머스와 탄소배출량을 연동해 판매하는 모델은 본 적이 없는 까닭에 오히려 기회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이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을, '오픈마켓' 혹은 유통사가 주도적으로 나서 표준을 만들고, 탄소배출량을 계산해 역직구로 수출하는 모델을 만든다면 좋겠습니다. 여기다 물류까지 연동해 원자재의 이동과 최종 소비자에 전달되는 모든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공급망' 역량을 갖춘다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