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를 흔든다
이뿐만 아니라 자동차, 수입만 했던 자동차를 수출하기 시작했어요. 전 세계에서 자동차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가 돼버렸습니다. 600만대 이상 수출했더라고요. 물론, 현지 생산이 많긴 하지만 최대 수입국에서 수출국이 돼버렸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거든요. 이 중국이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4천만대가 넘었어요. 그런데 중국 내수시장은 약 1500만대의 수요만 있거든요. 그러면 나머지 2500만대는 어디로 갈까요. 디플레이션을 수출하는 거죠.
미국에서 2020년도쯤, 텍사스유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있었어요. 기름이 마이너스인 건 말이 안 되는 건데 말이죠. 미국이 계속 석유를 수입하다가 셰일가스가 터지면서 에너지 수출국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계속 쌓이다 보니까 포화가 되고 오히려 가져가면 '갤런당 40달러 줄게' 뭐 이런 해프닝이었거든요. 시장상황도 같이 맞물렸고요. 다만, 수입을 하던 나라가 수출로 돌아가게 되면 충격파가 온다는 거죠. 그때 유가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지금도 똑같아요. 자동차 시장이 안 좋잖아요. 중국발로 인해서 자동차의 가격이 어떻게 될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얼마 전 샤오미 자동차도 테슬라보다 압도적인 성능을 갖고 있어서 8~9천만원을 예상했는데 5천만원 언더로 가격이 책정됐어요. 물론 신생기업인 이유도 있겠죠. 그렇지만 중국은 첨단제품조차도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인프라, 제조 클러스터 등을 다 갖고 있다는 겁니다. 휴지통부터 시작해서 아이폰까지 완벽하게 수출할 수 있는 나라라는 거죠.
중국은 제조업에 올인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제조 2025, 2030, 2035 이런 식으로 글로벌을 장악하기 위해서 아직도 노력하고 있고요. 35개에 달하는 클러스터가 있습니다. 이중 1개의 클러스터가 거의 한 나라의 역량을 갖고 있을 정도로 엄청나거든요. 약 3788조에 달하는 그 물량을 중국 공산당이 철저하게 통제하면서 푸시하고, 지원하고 물건을 뿜어내고 있는 거죠. ‘하고 싶다, 안 하고 싶다’의 개념이 아니라 공산당의 목표만큼 생산해야 하는 게 중국입니다.
✔ 정부 지원까지
다시 테무 이야기로 돌아오면요. 테무가 왜 전 세계로 디플레이션을 수출하는 첨병이 됐을까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암묵적으로 혹은 적극적으로 밀고 있기 때문이죠. 상당한 보조금을 주고 있습니다. 테무를 통해서 수출하는 기업에게 보조금을 주고, 기본적으로는 물류비를 50% 공제해 주기도 하고요. 혹은 패션의 경우 총 판매금액의 20~50%를 제공해 줘요. 테무에서 주는 게 아니죠. 각 지자체에 있는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고, 지자체의 예산을 테무로 밀어주는 형태입니다.
문제는 테무는 원래도 저렴한 인건비, 제조 클러스터 등 가격이 저렴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있다는 거죠. 전 세계에서 하나의 상품군을 그렇게까지 완벽하게 모아놓은 데가 없어요. 예를 들어 캐리어는 어느 시, 여성화나 가방은 또 어느 시, 집중적으로 모아서 분류도 하고, 수출도 하는 부분이 너무 완벽합니다. 조명의 수도라고 불리는 광둥성의 중산시는 조명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거죠. 다른 나라가 따라갈 수가 없는 역량을 가진 상황에서 국가 자체에서도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알리, 테무가 들어오면서 팍팍한 생활에 도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좋죠. 근데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대만처럼 된다’ 대만을 비하하자는 얘기가 아니고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만은 자국 기업이 없어요. 제조업, 유통업 등 모든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이거나, 글로벌에 있는 물건들을 갖다 쓰는 거고, 자체 브랜드가 없는 수준입니다. 제조업이 실종돼버리면서 '메이드 인 타이완'만으로도 만족하는 그런 나라가 된 거죠.
지금 우리나라는 브랜드도 있고, 경쟁력도 강합니다. 글로벌 사이트에서도 중국 브랜드가 가격이 압도적으로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한국 제품을 찾는 경우도 있어요. 코리아 자체가 일종의 KC인증처럼 안전 방패가 된 겁니다. 여전히 우리는 잘 모르더라도 글로벌로 수출하는 중소기업, 중견기업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업들은 사실 내수가 더 중요하거든요.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계속 통제가 없다면 국가적으로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은 도태될 수 있겠죠. 그러나 건실하게 커왔던 우리나라 기업들은 보호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압도적인 인건비
마지막으로 중국을 이기기 어려운 이유가 있어요. 30년간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한데, 후커우(户口) 제도입니다. 후커우는 우리 말로 호적이라는 건데 중국은 각자 자기가 태어난 성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그 성에서 태어났으면 처음부터 죽을 때까지 교육, 의료, 직장, 주거를 그 성 안에서만 허가해 주는 거거든요. 열악한 환경인 3~4선 도시에 있는 사람이 상하이나 베이징으로 간다면 물론, 갈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녀를 학교에도 못 보내고, 의료비도 비쌉니다. 쉽게 얘기하면 외국인 노동자가 되는 셈이죠.
14억명의 인구 중에서 그렇게 성을 떠나서 외국인 노동자 취급을 받는 인구가 대략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0% 정도는 중국에서도 잘 산다고 할 수 있지만 이 70%는 '농민공'이라고 불리거든요. 그중에서도 하위 30~40%의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은 중국의 평균 소득보다도 절반도 안 되는 임금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것조차도 착취를 당하는 구조고요. 중국의 약점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겠죠. 중국은 공동 부유를 외치고 있지만, 이 사람들에게 문호를 넓혔다가는 인도처럼 될까봐 무서운 거거든요. 인도 뭄바이에 가보시면 못 사는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몰려와서 노숙하고, 모든 시가 마비될 정도입니다. 중국은 그걸 통제해서 잘 사는 사람은 잘 사는 대로, 못 사는 사람이 잘 사는 곳으로 오면 외국인 노동자처럼 저렴하게 일을 시키는 거죠.
가뜩이나 중국은 제조 클러스터가 완벽하고, 정부의 지원도 적극적인 상태에서 엄청나게 저렴한 이런 인구구조가 앞으로 몇 십년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베트남보다도, 인도보다도 더 저렴한 노동력이 중국에는 지천으로 널려 있습니다. 해안지대의 공업지역을 제외하고 공장들이 점점 내륙으로 이동하고 있거든요. 공장들이 내륙으로 가면 갈수록 더 저렴한 인건비가 쏟아져 나옵니다.
중국이 세계화가 끝나서 무너진다는 건 결코 아니라는 거죠. 여전히 세계의 공장이고 디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고, 알리, 테무, 쉬인이 우리나라를 침몰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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