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휘 :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알리(알리익스프레스)·테무와 쿠팡의 경쟁이 불이 붙었습니다. 알리가 한국에 1조5천억원 정도 투자를 예고하고, 여기서 약 2600억원을 물류거점 확보에 투자할 계획이고요. 쿠팡도 3조원을 투자해 약 70%였던 쿠세권을 90%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사실 글로벌로는 테무가 돈을 많이 썼고 알리는 오히려 주춤한 모습이었거든요. 그런데 한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면서 올해 1분기 자본금도 증자하고, 본격적으로 '케이베뉴(K-Venue)'라든지, 역량을 집중하는 것 같아요. 다만, 물류센터 거점을 확대하는 부분은 올해 안에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종수 : 실질적으로 착공부터 해서 준공까지 받으려면 2년 이상 걸리죠.
◆조철휘 : 알리가 지금 한국에 물류센터를 지으려면 인허가 맡은 거점을 확보해서 공사를 시작해야 하거든요. 5만평 정도 공사하려면 최소 1년 반에서 2년 이상 걸립니다. 장기 계획으로는 가능하지만 올해 안으로는 쉽지 않고요. 속도를 내려면 이천, 덕평 그런 쪽에 물류센터를 진행 중인 것을, 준공했던 물류센터를 확보해서 세팅하는 게 가장 빠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종수 : 이미 알리가 평택 인근에 물류센터가 있지만 물류센터 구조는 여러 개거든요. '통과형 물류센터(Transfer Center)'가 있고, '재고형 물류센터(Distribution Center)', 화두가 되고 있는 FC, 풀필먼트 센터(Fulfillment Center)' 그중에서 지금 알리가 하고자 하는 건 풀필먼트센터거든요. 지금 있는 평택 쪽 물류센터는 임시 물류 정도만 될 거고, 궁극적으로는 임차로 들어왔던 부분을 본격적으로 풀필먼트센터로 들어가느냐, 아니면 보세물류로 들어가느냐. 이런 여러 가지 전략 때문에 아직은 고민 중일 겁니다.
◆조철휘 : 기본적으로 중국발 물동량은 차이냐오가 컨트롤하고 있죠. 항공과 해상, 두 루트가 있을 텐데 국내 다수 기업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통관하는 데에 지금 많은 기업을 사용했더라고요. 용마로지스, ACT코아, CJ대한통운 등이 통관은 다 해주는데 결국은 통관에서 오래 걸리니까 지금 병목현상이 너무 심한 상황입니다.
◆마종수 : 평택 세관만 하더라도 30명이 조금 넘는 인력으로 연간 4천만건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인당 하루에 5천개의 상품을 혼자서 검수 후 통관 처리하는데, 그 상태에서는 아무리 알리가 물류센터를 확장해도 통관이 막혀버리거든요. 지금 물량에서 확대가 되는 건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저렴하고, 질 좋은 품목이 들어온다고 하면 망설일 이유는 없지만 이슈가 많이 나오고 있죠. 허용기준치의 700배가 넘는 중금속이 나온 액세서리, 어린이 학용품이나 가방에도 기준치의 50배가 넘는 유해물질. 통관이 더 이상 이슈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 이 부분을 안전판을 잡을 것인가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과연 세금을 지원해서 통관을 강화하고, 직원을 늘리면 특정한 업체에만 혜택이 들어가는 거라서 그건 또 아니죠. 유독 지금 두 업체만 들어오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혜택이 들어가는 것도 안 된다고 봅니다. 적당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죠.
◆조철휘 : 그리고 쿠팡이 공격적인 전략을 펼칠 예정입니다. 2014년부터 9~10년 동안 전국 거점으로 6~7조원을 쏟아부으면서 약 70%의 쿠팡 권역, 쿠세권을 만든 바 있죠.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가 2022년부터 인구가 줄기 시작했고, 주요 항만·공항 거점인 부산도 330만명 정도로 매년 인구가 줄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가 5131만명, 서울시도 줄어서 938만명, 인천은 300만명. 그리고 줄은 인구들은 동탄이라든가 신도심 쪽으로 이동했고요. 경기도가 1363만명 정도로 수도권이 인구의 과반수를 넘었고, 물동량은 65~70%가량 차지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수도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게 맞겠죠.
그런데 쿠팡은 3조원을 투자해서 밀집도가 낮은 지방까지 쿠세권을 확대한다는 게 효과가 있을까요.
◆마종수 : 사실 쿠팡이 발표한 물류센터 거점들은 2020~2021년도에 확정이 됐어요. 김천, 부산, 제천 등 부지를 미리 샀거나 임대차 계약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김천 2만7천평, 1천억원 투자. 부산 5만1천평에 2200억원 투자. 제천 3만평에 1천억원 투자 등 이미 4년 전에 확정이 됐는데 속도 조절을 했다고 볼 수 있어요.
‘언제 지을까, 지을까 말까’도 고민한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으니까 알리 때문에 미뤘던 숙제를 해 나가는 거라서 3조원이라는 게 새로운 돈만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은 기존 센터를 확정한 부분을 짓기 시작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알리의 첫 번째 목적은 사실 국내에 있는 업체들의 물건을 풀필먼트라는 이름으로 받아서 서비스 비용, 즉 물량을 위탁으로 보관, 포장 비용을 받고 피킹, 반품이라든지 그런 서비스를 해주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쿠팡의 로켓그로스처럼 판매자들에게 수익을 올리는 3PL로 진출하기 위한 걸음이라고 볼 수 있겠죠.
✔ 압도적인 쿠세권
◆마종수 : 사실 국내에서 쿠팡과 알리는 비교가 안 됩니다. 쿠팡의 물류센터가 2021년도에 110만평, 22년도에 143만평, 23년도에 155만평이니까 물론, 여기에는 대만, 미국도 일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면 아마 CJ대한통운보다도 넓은 면적을 갖고 있을 거예요. 거기에 근무하는 직원만 약 6만5천명이고요.
알리가 지금 내후년도에 5만평의 물류센터가 들어오고, 몇 백명의 직원이 들어올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쿠팡은 우리나라에 전체 260개의 시군구에서 180~182개 정도에 물류센터가 들어가 있는 거고요. 70%죠. 90%까지 가겠다는 게 2027년까지 230군데의 시군구. 90%까지 로켓배송 혹은 새벽배송을 받게 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만 보더라도 알리가 따라가려면 최소한 쿠팡처럼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릴 수 있고, 이전에는 건축비나 토지비가 저렴했지만 지금은 최소한 20조원의 돈을 들여야 하니까 더 어려운 거거든요.
◆조철휘 : 게다가 알리는 한국에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죠. 이미 벌써 쿠세권으로 국내의 70%가량이 채워진 건데, 알리의 물류센터는 이제 시작일 뿐이고요.
◆마종수 : 저는 사실 그래서 쿠팡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회의적인 마음도 있습니다. 물류라는 게 어차피 비용과의 상충관계잖아요. 쿠팡이 들어가려고 하는 대부분의 지역이 인구소멸지역이거든요. 김천이라든지, 제천이라든지 점점 인구가 줄어들어서 거의 없어져 버릴 수도 있는 도시들 중심입니다. 남은 곳이 그런 곳뿐이고요.
김천만 하더라도 사실 20만 가까운 인구도 있고, 혁신도시니까 도시 중심으로도 발전되는 곳이 있는데 김천조차도 쿠팡 물류센터가 없다는 거죠. 그 김천까지 오는 게 실제로는 구미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30km 가량 이동해서 하루에 2배송을 기사들이 하기 때문에 물류비 측면에서 비효율적이죠.
지금의 쿠팡은 어쩔 수 없이 달려가고 있지만, 쿠팡의 손익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수도권에서 전체 인구의 50.7%가 살고 있습니다. 강원도만 보더라도 전체 인구가 250만명인데, 인천이 300만명입니다. 이렇게만 보더라도 강원도 전체를 커버하기 위해서 드는 물류비가 엄청나겠죠.
물론 아직까지는 쿠팡이 강원도 쪽에서는 활발하지 않지만, 어쨌든 앞으로 짓는 쿠팡의 물류센터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꽤 많이 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손익에서는 레드라이트가 켜질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조철휘 : 여기에 다른 변수도 있죠. 최근 글로벌 리포트를 보면 유가가 1배럴에 80달러대입니다. 유류할증료도 90~100달러로 간다는 리포트가 나오고요. 일련의 이슈들이 있어서 산유국이 제한시켰기 때문에 아마 물류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류비 문제도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