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 1위 포스코의 물류 대전환

탄소중립이 '그린워싱'의 마케팅 일환이 아닌 생존을 위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4/2 화요일 로지브릿지 뉴스레터입니다
2024/04/02 화요일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빈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 우리의 반응을 선택하는
자유와 힘이 있다.
그 반응에 우리의 성장과 행복이 달렸다.
 
-스티븐 코비, <의미 있게 산다는 것>-
 
 

✔ 탄소중립은 생존의 문제

 

우리나라는 자원이 거의 없습니다. 유연탄, 철광, 동광, 연·아연광 등 대부분의 자원을 수입에 의존합니다. 북으로 휴전선으로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섬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래서 물류산업의 중요성은 그 어느 산업보다 높습니다.
 
단편적인 예로 포스코는 철강을 만들기 위해 철광석의 70% 이상을 호주에서 수입하는데요. 철광석을 실어 나르기 위해서는 '벌크선'이라고 불리는 배를 띄우죠. 만약 선박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곧 철강 생산 차질로 귀결됩니다.
 
한 발 더 나아가 '글로벌 가치 사슬(Global Value Chanin)' 관점에서 보면, SCM(Supply Chain Managemnet)과 물류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됩니다. 철강산업은 제조원가에서 60~70%를 원료 가격으로 부담하는데, 니켈, 크롬, 석탄 등 대부분의 자원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구매 원가 절감을 통한 안정적인 연·원료 확보가 수익성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죠. 
 
철강은 산업의 '쌀'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그 이유는 기계, 자동차, 건설, 조선, 전자 등 거의 모든 산업에 소재로 공급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초극박 스테인리스 정밀재, 구동모터코아, 수소 연료전지 금속분리판, 배터리 파우치 소재, 스마트폰 부품 등 첨단 소재·부품 분야로 사업의 범위가 확장되는 추이입니다. 이렇듯 산업 전반에 걸쳐진 철강업의 경쟁력 약화는 곧 국내 제조사들의 '비용' 인상 요인이 되어, 수출 물동량 감소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철강을 중심으로 한 '허브항만'의 기능이 약화되는 '악순환'의 그림이 그려지죠. 
 
포스코는 근래 줄곧 ESG나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는데, 이 또한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LNG 연료를 사용하는 대형 벌크선을 도입하거나 바이오선박유를 사용해 글로벌 해상 물류 밸류체인에서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죠. 최근 현대제철도 태스크포스(TF)로 운영하던 그린스틸TF를 '실'로 격상했다고 알려졌는데요. 결국 철강산업이 직면한 ‘탈(脫)탄소’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의 일환입니다. 
 
*탄소중립이란 :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인간 활동에 의해 더 증가되지 않도록 순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으로 '넷제로(Net-Zero)'라고도 부른다. 특정 기간에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지구적 흡수량과 균형을 이룰때 탄소중립이 달성된다.
 
EU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실시해 탄소 관세를 부과할 방침인데요. 미국에서도 2022년 6월 발의된 청정경쟁법(The Clean Competiton Act)이 추진 중이며, 이 법안은 철강을 비롯한 수입제품에 대해 톤당 55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비영리기관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하 KoSIF)에 따르면 철강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에 달하며, 국내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14.2%(2020년 기준)를 차지합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자료를 보더라도, 국내 온실가스 배출 1위 기업은 포스코(7548만톤 2021년 기준), 2위는 현대제철(2849만톤 2021년 기준)으로 집계됩니다. 철강기업이 탈탄소와 탄소중립을 외치는 이유는 점진적으로 강화될 수밖에 없는 탄소세, 탄소관세 등을 돌파하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KoSIF 남나현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그린철강 수요 촉진의 열쇠"라며 "그린철강 기준 확립과 공공조달 확대로 수요를 촉진하고, 그린철강 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재정 지원과 그린수소 및 재생에너지 확대로 생산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린철강이란 : 제조 공정에서 화석연료를 쓰지 않아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한 철강을 말한다. 
 
(친환경이 트렌드뿐만 아닌,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 녹록지 않은 현실

 

광양제철소는 조강생산량(2021년 기준) 세계 1위, 포항제철소는 세계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글로벌 총 조강생산량은 3864만톤(2022년 기준)으로 세계 7위 수준입니다. 포스코는 글로벌 EGS 표준 'ResponsibleSteel 사업장' 인증을 취득하는 등 'ESG' 경영과 온실가스 저감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특히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친환경 철강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이를 위해 기존 설비의 효율 향상과 혁신기술 개발, 단계적 설비 전환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가장 큰 우려는 불확실성인데요. 풍력이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깨끗한 수소를 대규모로 확보하기 위한 공급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두 번째는 아직 수소 제철 기술이 완성되지 않은 단계에서, 기존과 동일한 고품질의 철강을 생산할 수 있을지, 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게다가 기존 용광로에서 가스를 전기에너지로 사용하던 방식을 바꾸면, 외부에서 청정전력을 조달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은 과제로 보입니다. 나아가 원자재를 조달하고 이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 부문의 온실가스까지 감안하면 포스코가 넘어야 할 장벽은 한두 개가 아닌 듯 보이죠. 
 
외부에서 보는 단기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한국기업평가는 국내 철강산업이 전방산업의 수요 부진에 더해, 중국과 일본산 철강의 국내 수입 확대 가능성 등으로 비우호적인 사업환경에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실제로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 열연강판은 약 2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며, 엔화 약세에 힘입은 일본산 제품도 3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중국의 경우 당국 차원에서 생산량과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인 조치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 같은 내우외환의 어려움 속에서 한국의 철강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KoSIF 보고서에 따르면 수소환원제철 공정은 약 20~100%의 전력이 추가적으로 소모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린철강 전환 시 전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인데요. 그린수소 확보와 재생에너지 발전소 추가 건설 등 정부차원에서 조금 더 거시적인 원자재 조달과 에너지 공급망 전환을 주도할 필요가 제기되는 까닭입니다.
 
 
✔ 물류입찰 기준도 바뀔 것
 
포스코가 직면한 온실가스 배출 저감은 물류 전문 계열사에도 상당한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포스코그룹의 물류 전문 기업 '포스코플로우' 김광수 전임 사장은 물류 혁신의 의지가 강했는데요. 그는 옛 포스코터미날의 사명을 포스코플로우로 바꾸고, 포스코그룹의 물류를 전담하는 통합물류회사로 출범시킨 장본인 중 하나입니다.
 
그가 의지를 갖고 만들어 낸 물류 혁신의 좋은 선례가 있습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복화운송인데요. 양사는 지난 2021년 제품 운송 선박과 전용 부두 등 연안해운 인프라를 공유하고, 광양과 평택·당진항 구간에 연간 약 24만톤 물량의 복화운송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덕분에 포스코 코일로로선은 월 2항차, 현대제철 전용선은 월 1~2항차 가량 운항횟수가 줄어, 연간 약 3천톤 가량의 탄소배출 감축과 최대 6%의 물류비 절감이 가능해졌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양사가 정보를 공유하여 인프라를 공유한 점은 앞으로도 회자될 수 있는 좋은 협업 사례로 보입니다. 
 
*복화운송이란 : 두 건 이상의 운송 건을 하나로 묶어 공동 운송하는 것으로, 공차나 공선 구간을 최소화한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운송 방법이다.
 
또 김광수 사장이 재임하던 시기, 전남 광양시 금호동 796번지 일원에 약 2만 평방미터의 철도 유휴부지에 코일기준 3.9만톤을 적치할 수 있는 철송기지를 건립해, 연간 약 200만톤의 철강제품을 처리한다는 계획도 세웠는데요. 오는 6월 말, 예정대로 기지가 건립되면 태금역에서 철송기지까지 직배송하여 화물열차로 국내 주요 거점으로 이송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포스코는 이러한 철도의 역할 제고를 통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됐습니다. 
 
궁극적으로 김광수 사장은 지난해 3월 발족한 '물류혁신TF팀'의 3대 프로젝트였던 글로벌 통합 물류망 운영, 이차전지 소재 물류솔루션 구축, 친환경 연·원료 운송망 마스터플랜 수립 등을 완수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국내 15개 사업회사의 물류를 통합해 규모의 경제로 물류비 절감을 실현했고, 그룹 핵심 사업인 이차전지소재 및 리튬 원료의 공급망을 확대했습니다. 또 향후 2030년을 기점으로 암모니아, 액화이산화탄소, 광석·석탄, 및 HBI·스크랩 운송을 위해 친환경 선대 약 56척을 확보하여 포스코그룹 스코프3(Scope3) 달성을 실현할 전망입니다.
 
*스코프3이란 : 직접 생산 외에, 협력사나 물류사 등 조직이 직접 소유하거나 통제하지 않는 자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이외에도 김광수 사장은 물류 운송 입찰에서도 새로운 평가 지표를 넣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비롯해 'ESG'가 하나의 지표가 됐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입찰 가격이 저렴해도,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협력사로 들어올 수 없는 구조를 만든 셈이죠. 이는 곧 협력사, 물류사들의 온실가스 배출, ESG 경영으로 연결되어 시장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이 '그린워싱'의 마케팅 일환이 아닌 생존을 위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 회원사 '로보에테크놀로지' 소개 : AI와 3D비전을 활용해, 기존 작업장 그대로 투입이 가능한 이동형 박스 핸들링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현장에 투입한 후 10분 이내에 작업 수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유연한 운영이 가능합니다. 현재는 물류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상하차, 피킹 등의 로봇도 개발하고 있으며 곧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더 자세히 보기)
 
 
 
⦁ 회원사 '메이트플러스' 소개 : 메이트플러스 물류서비스팀은 물류시장에 대한 전문 지식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임대차 마케팅 및 물류센터 개발부터 매입/매각자문, 자산관리에 이르는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더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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