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류센터 짓겠다
◆조철휘 : 알리는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예고하기도 했었죠. 그렇다면 복합운송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공항이나 항만 옆에 물류거점을 구축하고, 미국으로 배송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알리도 이 부분을 전략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이유가 단순하게 물건을 한국에 파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배후단지에 물류센터를 짓느냐. 최종 배송은 어떻게 하느냐. 이런 고민이 많아요. 타협을 해서 같이 가면 좋은데 쉽게 안 되거든요. 그래서 이번 물류사 입찰에 주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마종수 : 사실 알리와 CJ대한통운은 지난해에 잘 했으니까 올해도 같이 갈 줄 알았는데 10개가 넘는 업체에게 의향서를 보내고, 비딩을 하고 있죠. 사실 이런 부분은 국내 기업들, 정부에서도 유의 깊게 보고 대응해야 합니다. 알리가 한국에 투자하는 금액 중 첫 번째가 2600억원을 들여서 물류센터를 짓겠다는 거였거든요.
이게 압박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습니다. '단독으로 할 것인지, 국내 물류사와 함께할 것인지' 물류업계에서는 이게 욕심이 나고, 두 팔 벌려 환영이죠. 그런데 사실은 물류업계만 볼 게 아니라 국익 차원에서 이 부분을 '보세물류로 갈지, 일반물류로 갈지', '허가를 낼지 말지'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에 알리가 일반물류로 들어온다고 하면 기존에 KC인증, 부가세 면제 등 혜택을 받아왔던 이런 금액을 전부 지불하고, 물류센터를 수도권 인근에 짓는다고 하면 가능하겠죠. 근데 그러면 기존 대비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또한 알리와 테무는 직매입을 하지 않고 위탁매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재고에 대한 책임이 없어요. 그런데 물류센터를 짓고 위탁으로 운영한다면 재고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습니다.
아마 알리나 테무가 가장 바랐던 부분은 인천이나 평택 쪽 항만의 물류단지에서 10만평 정도 되는 부지를 분양받는다거나, 사업자로 참여해서 보세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싶었을 겁니다. 근데 그렇게 된다면 큰 파란이 있을 거예요. 수입해서 세금을 면제해서 통관할 수 있게끔 지원해 준다면 알리가 훨씬 유리해지는 겁니다. 아직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우리나라에서도 전자상거래 물량을 보세물류센터에서 낱개로 출하하는 경우는 없었고요.
보세라는 게 세금을 보류해 준다는 개념으로 주로 제조업에서 원자재를 갖고 왔다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잠깐 두는 거거든요.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물건의 93%가 그래서 보세로 들어가는 거고, 가공해서 반도체로 나가는 것처럼 활성화를 위해서 만든 겁니다. 그런데 해외직구를 보세로 세금을 감면시킨다면 위험한 발상이죠.
◆조철휘 : 비슷한 부분으로 이미 국내에서는 이커머스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 중이죠. 정부와 민간이 계획을 잡아놨습니다.
◆마종수 : 그렇죠. 이미 로지스밸리, 하나로TNS 등 몇몇 업체들이 입찰해서 2027년까지 구축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알리가 여기와 협력해서 갈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요. 자유경쟁시대니까 무조건 막을 수 없으나, 국익 차원에서 보면 사실은 오히려 알리나 테무를 우리가 조종해야 한다고 봅니다.
중국에서 원래 먼저 만들었어요. '콰징 전자상거래'라고 해서 10개가 넘는 항만에 물류센터 단지를 크게 만들고, 해외에서 들어오는 것들을 보세물류센터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낱개로 출하해서 중국 내로 빼서 수출하는 겁니다. 우리나라에도 똑같이 요구할 수 있을 거예요. 중국도 이렇게 해서 한국의 기업들이 이용하고 있는데 한국도 똑같이 해달라고 할 수도 있죠.
◆조철휘 : 그러면 알리나 테무가 일찍 진출한 미국이나 유럽에 이런 요구를 한 적은 있나요?
◆마종수 : 없죠. 전자상거래 전용 보세물류단지조차도 재작년에 처음 입법이 돼서 이제 조성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시행된다면 알리, 테무, 쉬인 등의 상품들을 보세물류센터에서 물건을 장기간 보관하고, 오늘 주문 들어오면 내일 배송해 줄 수도 있는 거거든요.
◆조철휘 : 특히 지금의 국내 인프라로 보면 익일, 당일배송이 가능해지는 거네요.
◆마종수 : 그렇다고 글로벌 시대에서 우리만 쇄국정책으로 빗장을 잠굴 수 없기 때문에 이건 대응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에서도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인증을 보완한다든지, 클레임을 제기한다거나 하고 있잖아요. 사실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해요.
국내 소비자의 보호도 중요하지만 물류인프라, 특히 보세구역 내에서 해외직구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주체나 영업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선행되어야 C커머스 업체의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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