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항, 피더항되나?
뉴스로드에서 2월 2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제미나이 협력(Gemini Cooperation)'이 부산항을 기항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제미나이 협력은 '머스크(Maersk)'와 '하팍그로이드(Hapag-Lloyd)'가 연합한 동맹(얼라이언스)인데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죠. 전 세계 주요 항로 중 하나인 '아시아-유럽항로'에서 부산항을 직접적으로 기항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원래는 부산항을 허브(Hub)항으로 뒀었는데, 이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는 얘기죠. 피더항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피더항이란, 북유럽에서 가장 큰 항구가 로테르담항, 함부르크항, 앤트워프항이거든요. 그 외에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그리고 덴마크 이런 항구들은 직접 큰 컨테이너선이 기항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로테르담항, 함부르크항 등을 거쳐서 가는 거고요. 이걸 TS(환적)라고 하죠.
그리고 유럽과 아시아의 기간항로에서 부산, 일본, 대만, 베트남은 제외한다는 건데요. 허브항은 상해 '양산항', 최근 가장 많이 성장한 '닝보항', 말레이시아의 '탄중 펠레파스항' 이런 곳으로 두고, 일본, 대만, 베트남 그리고 부산항은 피더항으로 두겠다는 거죠.
중요한 건 이유입니다. 이 보도 자체가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팍그로이드가 '디얼라이언스(ONE+Yang Ming+HMM)'를 탈퇴한 대표적인 이유가 '정시성'이거든요. 먼저 ‘컨테이너의 정시성이 무너졌다’ 팬데믹 이전에 글로벌 선사들의 정시성은 무려 85% 이상에 달했는데, 팬데믹 때 미 서안 항만의 공급망이 붕괴·지연되면서 30%대로 추락했습니다. 그때 선사들이 역대급 매출과 영업이익을 실현한 거고요.
이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정시성이 회복되고 있었으나, 최근에 홍해사태로 인해 수에즈운하를 통하는 물동량의 30%가 차질을 빚게 되면서 정시성에 영향을 미치게 됐죠. 결국은 운송시간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하팍그로이드의 CEO 얀센이 ‘디얼라이언스 탈퇴’라는 결단을 내린 거죠. 정시성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디얼라이언스 동맹 중 점유율이 큰 하팍그로이드가 탈퇴하고, 2025년 2월에 머스크와 제미나이협력을 맺기로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하팍그로이드는 정시성을 90%로 회복하겠다는 목표인데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모든 항을 기항할 수 없게 되는 거고, 허브항만 기항해야 되는 거죠. 내륙운송에서도 볼 수 있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방식입니다. 결국 어떤 항은 허브가 되겠지만, 어떤 항은 스포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머스크와 하팍그로이드는 한국, 일본, 대만 등의 비중을 낮춘다는 거고 즉,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거죠. 동남아시아 쪽이 뜨고 있으니까 선택과 집중을 한 겁니다.
✔ 부산항 경쟁력↓
그리고 이런 부분은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간 거대한 글로벌 선사들이 부산항에 기항했기 때문에 PNC(부산신항만주식회사), 허치슨, 한진, HMM, PSA(싱가포르항만공사) 등 터미널 운영사들이 존재한 거거든요. 피더항으로 전락한다면 굳이 많을 필요가 없어지겠죠. 더군다나 동원글로벌터미널의 완전 자동화 컨테이너터미널이 개장하는데, 부산항이 허브항이 아니라면 경쟁력을 잃을 수 있고요. 진해신항, 가덕도 등 앞으로 개발될 인프라에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 결국 국가적으로 피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부산항의 물동량은 꽤 선방한 편입니다. 전국적으로는 총 3014만TEU인데 부산항만 2315만TEU로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갖고 있습니다. 그만큼 부산항이 중요하다는 거고, 전년 대비 4.9% 성장한 수치입니다. 문제는 1241만TEU(53.6%)가 환적, 순수한 수출입 물동량은 1074만TEU(46.4%)라는 건데, 이게 뭘 뜻하냐면 부산항은 환적으로 먹고산다는 거죠. 환적 물동량은 우리나라에 들렀다 가는 화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항만정책은 글로벌 선사의 전략 변경으로 인해서 수혜나, 피해를 입게 되는데요. 한마디로 글로벌 선사들이 기항을 하냐, 안 하냐가 항만의 희비를 가르게 만든다는 겁니다. 보통 GTO(글로벌 터미널 운영사)가 선석(선박들이 접안할 수 있는 장소)을 여러 개 갖고 있는데 선사와 계약할 때 보통 5~10년 정도 계약하거든요. 안정적인 작업을 위해서 장기간을 계약하고, 공생하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까 터미널을 이전하면 선사가 같이 이전해야 합니다. 지금 부산항에도 그런 상황에 대한 문제가 생겼거든요. 그런데 부산항이 피더항으로 전락한다면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선사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의 수출입 규모가 크기 때문에 중요해서 단기간에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요. 게다가 제미나이 협력에 속해있는 머스크와 하팍그로이드는 글로벌 컨테이너시장을 리드하는 선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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