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동성이 큰 산업
해운산업이 유독 전환을 가속화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해상운임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해운사들이 벌어들인 돈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국적선사인 HMM(세계 8위)만 보더라도 2022년 매출은 18조5828억원, 영업이익은 9조9494억원을 기록했고요. 그야말로 해운호황이었고, 막대한 현금을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엔데믹 전환 후, 공급망이 정상화되면서 치솟았던 해상운임은 정상으로 회귀하게 되는데요. 연결기준 지난해 HMM의 매출은 8조4010억원, 영업이익은 5849억원으로 각각 55%, 94% 감소했습니다. 머스크는 비용 절감을 위해 1만명(전체의 약 10%)이 넘는 대규모 감원을 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죠. 홍해 리스크, 가뭄 등 일련의 리스크들로 인해 일부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팬데믹 기간 대규모로 발주했던 선박들이 공급되고 있어 앞으로의 해운시황은 안 좋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해운은 변동성이 아주 큰 산업 중 하나이기 때문에 종합물류기업으로의 전환이 규모를 키우면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겁니다. 해운산업이 침체기를 맞이할 경우 항공, 육상 등에서 이를 만회할 수 있고, 기업의 규모가 커지니까 운임을 조정할 힘도 보유하게 되고요. 이를 실현하게 해줄 막대한 현금도 갖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해운사들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행보에 대해서 우려하기도 합니다. 기존의 고객이었던 DHL, 퀴네앤드나겔 등의 대형 포워더들, 혹은 다른 물류기업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셈이거든요. 업계 실무자에 따르면 머스크 에어카고는 자체적으로 항공기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운임경쟁에서 아주 낮은 단가를 제시해 우위를 점하는 경우도 확인됩니다. 아직은 비교적 규모가 작지만, 해운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치킨게임’을 시작할 수도 있겠죠.
✔ HMM은?
그렇다면 HMM은 어떻게 나아가게 될까요. HMM은 벌크선을 기존 35척에서 2026년까지 55척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항공이나 육상으로의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은 확인할 수 없으나, 컨테이너 부문의 리스크를 분산시키겠다는 건데요. 지난해 HMM의 벌크 부문 매출은 1조2431억원, 영업이익은 1861억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5%, 143.6% 상승해 실적을 방어했습니다. 동시에 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도입해서 선대는 줄이지만, 선복량은 늘리는 중장기적인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이고요.
한편, 업계에서는 HMM의 매각이 불발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이 가시화되면서 ‘HMM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를 인수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약 10조원의 유보금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 여력도 충분하고, 대세가 된 해운사의 종합물류사업 진출 측면에서도 적합하다는 건데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1조6071억원으로 국내 2위의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지금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LCC(저비용 항공사)들의 완주 여부에 대해서도 불투명한 상태죠. 인수금액이 부채를 포함해 1조원 이상으로 거론되고 있어 부담이 적지 않거든요. 업계에서는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그리고 대명화학그룹이 대주주인 ‘에어로케이’가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전략적 투자자(SI)로 물류 대기업을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화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등 시너지를 내기에도 좋고, 사모펀드에서 엑시트를 하기에도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LX그룹, 동원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고요.
HMM의 공식적인 입장은 밝혀진 바 없지만,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를 인수하게 될 경우 인수를 원하는 대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입니다. 지난 HMM의 매각 당시 대기업이 인수 의향을 밝히지 않았던 이유에는 예견된 해운불황, 좁은 사업 포트폴리오 등도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죠. 단순히 몸값을 낮추기보다는 확실한 ‘매력’을 제시해 대기업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는 겁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해운업계의 꿈이라고 불리는, 육해공 종합물류기업의 탄생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지 궁금해집니다. 또, 방향성은 다르더라도 거대 기업들의 통폐합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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