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HMM의 매각에서 우려되고 있는 것

무조건적인 민영화보다는 지배구조, 정책 등 국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1/12 금요일 로지브릿지 뉴스레터입니다
2024/01/12 금요일
 
 
 
오늘이라는 날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
 
- 단테 -
 
 
※ 본 콘텐츠는 11일(목)에 진행한 [HMM 매각 긴급 토론회]를 요약·정리한 내용입니다. 로지브릿지 뉴스레터는 화, 목요일에만 발행되는 것으로 변경하였으나, 시의성에 따라 금일 발송하는 것임을 안내드립니다.
 

✔ 매각 현황 정리

 

HMM은 현대상선에서 2020년 사명이 바뀐 기업입니다. 과거 장기 해운 불황과 함께 고유가, 고용선료로 엄청난 적자와 더불어 글로벌 선사들의 치킨게임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죠.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지금의 지분구조가 됐습니다. 산은(산업은행)이 29.2% 해진공(해양진흥공사)가 28.68%로 합계 57.8%에 해당하는 지분에 대해서 매각 계획을 세우면서 민영화를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영구채로 각 1억6800만주씩 보유 중입니다.

 

2023년 7월 HMM의 지분 매각 공고 및 예비입찰이 있었고, 하팍로이드, 하림, 동원, LX가 참여했습니다. 9월 하림, 동원, LX가 입찰적격후보로 선정됐고, 11월 하림, 동원이 본입찰에 참여했습니다. 12월 하림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요. 그리고 지금까지 인수 목적 및 인수자금 관련 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주요 논란을 살펴보면, ‘인수 목적이 HMM 유보금 때문이다’, ‘팬오션이 HMM 인수 후 인수자금을 갚기 위해 합병할 것’, ‘영구채 전환 3년 유예는 배당금을 더 받기 위한 것’ 등인데요. 이에 대해 하림(그룹)은 HMM의 유보금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최우선 사용하겠으며, 인위적인 합병은 없을 것이고, 추가 배당금을 받지 않겠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밝히지 않은 것은 구체적인 HMM의 운영계획 및 인수자금 상환에 대한 내용이죠.

 

현재 예상되는 바는, 팬오션의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재무적투자자 인수금융으로 2조원 등 자기자본 없이 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때문에 팬오션은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해운산업은 기업의 이익과 상충되는 공공재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홍해사태만 보더라도 물류대란을 막기 위해 HMM은 임시선박을 투입했죠. 관련해 민간기업이 보유했을 때 생기는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또한 선대 다양성 확보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HMM은 비전 선포식 때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차원에서 벌크선대를 55척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요. 그렇게 되면 인수주체인 팬오션과 사업이 중복됩니다. 팬오션의 2023년 6월 반기보고서를 보면, 해운업부문에서 약 80%가 벌크 매출인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HMM은 모기업의 수익성을 해칠 수 있게 되는 거죠. 만일 이를 예방하기 위해 HMM의 벌크선대 확장을 취소한다면 HMM의 경쟁력이 낮아지는 결과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풀버전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모든 것이 불확실

 

먼저 이 HMM의 매각과정에 있어서 문제는 '공개되는 정보가 제한적이다'라는 점입니다. 현재 인수자금은 6조4천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하림의 자기자본 조달비율은 30%가량입니다.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계획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죠. 결국 HMM을 인수하게 되면 이 막대한 금액 때문에 하림의 전체 재무 상태가 안 좋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HMM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받게 되는 거죠. 때문에 이 비용을 HMM의 현금흐름, 자산 등을 이용해서 충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HMM의 경쟁력은 하락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또한 HMM이 보유하고 있는 10조원가량의 자금에 대해서도 현재 글로벌 선사들은 더 많은 돈으로 친환경, 탈탄소 트렌드에 대응하는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사용될 경우 HMM 즉, 우리나라 해운산업에도 큰 타격이 있다고 보고 있고요.

 

특히 사모펀드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수익 보장을 요구하게 되고, 무리한 조건들이 포함될 확률이 높아 민영화에 대한 목적을 이룰 수 있는지가 불투명해지기도 합니다. 산은과 해진공의 자금 회수가 아닌, HMM의 경쟁력 훼손되냐, 되지 않느냐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또한 핵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쟁점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 전환입니다. 지배구조를 결정할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요. 현재 매각 예정인 지분은 약 58%인데, 다가오는 2025년 4월에는 HMM이 발행한 영구채가 중도상환 기일이 됩니다. 이자가 큰 폭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중도상환 신청을 하게 되고, 잔여 영구채를 전환하게 되면 하림 지분은 약 58%에서 약 39%로 하락하게 됩니다. 그러면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이 33%로 2대 주주가 된다는 거죠. 거기에 국민연금, 신용보험과 같은 정부 관련 우호 지분을 합치면 더욱 대주주가 불확실해지고요.

 

 

✔ 성급할 필요 없다

 

지금 단계에서는 일단 매각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관한 정보, 매각예상가, 영구채 처분 계획 등이 공개되고, 절차를 진행해야 하며, 인수자금 조달계획을 제시할 수 있는 적합한 대상을 찾아야 된다는 건데요. 사기업으로만의 역할이 아닌, 공적자금이 포함된 공공재의 역할까지 충분히 하고 있기에 민영화에 대해 성급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무엇보다도 해운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이니 만큼 정부의 개입도 필요하다는 지적인데요. 특히 해운산업 자체의 성장성이나 다른 고민보다는 금융논리가 더 우세해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분석입니다. 노조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가 사회적 여론을 구성하는 방식이 필요하며, 이대로 매각이 진행되고,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면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준비도 동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의 선사 하팍로이드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지분을 조화롭게 갖고 있는 좋은 사례입니다. 포워딩 1위 기업인 퀴네앤드나겔 관련 기업이 30%, 함부르크시가 14.8%, 카타르 투자청 산하 기관이 14.4%, 사우디 국부펀드가 10.1% 등 건실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는 거죠. 때문에 앞서 언급했던, 영구채 전환에 대해서도 산은과 해진공이 오히려 견제 주주가 될 수 있는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기에 주식으로 전환하는 등의 방식보다는 충분한 고려가 동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고요.

 

IMF(국제통화기금)가 정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2.9%로 낮고, 월드뱅크도 2.4%를 전망한 상황입니다. 컨테이너선의 공급과 수요 밸런스만 보더라도 결국 운임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이런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적합한 인수 예정자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해 보이며, 무조건적인 민영화보다는 지배구조, 정책 등 국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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