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선두주자 '틱톡'이 한국에 숍을 연다면

인도네시아에서 한 번 쓴 맛을 보고도, 현지 기업을 인수하며 다시 공격적으로 진출한 사례를 보면, 한국 시장을 어떤 형태로 공략하게 될지도 궁금해집니다.
12/21 목요일 로지브릿지 뉴스레터입니다
2023/12/21 목요일
 
 
 

이미 존재하는 현실과 싸운다고

변화를 일으킬 수는 없다.

무언가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모델을 구식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라.

 

- 버크민스터 풀러 -
 
 

✔ 틱톡숍

 

틱톡은 전 세계 사용자 수가 10억명에 달하는, 숏폼(짧은 길이의 영상)의 선두주자 같은 존재인데요. 15~60초가량의 시간으로 영상을 제한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습니다. 출근길과 같은 이동 시에도 집중력 없이 콘텐츠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시청자는 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상호작용을 하고, 구축된 데이터를 모아 다른 콘텐츠를 추천해 주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숏폼을 소비하게 됩니다. 

 

인스타그램의 '릴스', 유튜브의 '쇼츠', 네이버의 '클립'과 비슷한 형태의 플랫폼인데요. 유튜브와 네이버가 업데이트를 거치면서 숏폼 카테고리를 메인화면에 띄워주는 등의 변화만 보더라도 숏폼이 대세임을 실감할 수 있죠. 지난 8월 기준, 숏폼 플랫폼의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은 46시간 29분으로, 넷플릭스, 티빙 등의 OTT플랫폼(9시간 14분)보다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틱톡숍은 이 틱톡에 커머스 기능을 더한 것으로 지난 2021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6개국, 영국, 미국 등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지난해 틱톡숍의 매출은 44억달러(약 5조8천억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올해는 200억달러(약 26조원)를 목표로 삼고 있죠. 틱톡은 최근 이 사업을 본격적인 수익원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인도네시아 현지 소상공인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정부의 규제에 의해 철수했었으나, 현지 이커머스 플랫폼과 합병하는 방법으로 재진출했거든요. 고투그룹 토코피디아의 지분을 인수하고, 향후 15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할 예정입니다.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3위인 토코피디아와 4위인 틱톡숍이 통합하면서 1위인 쇼피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모양새죠.

 

 

✔ 자체 스토어 강화

 

유튜브도 최근 카페24와 협력하면서 유튜브 쇼핑 카테고리를 키우는 모습인데요. 그러나 틱톡숍과는 조금 다른 형태입니다. 유튜브는 외부의 플랫폼으로 연동시키는 형태라면, 틱톡은 자사의 스토어로 연동하고, FBT(Fulfilled by TikTok)를 통해 보관, 포장, 배송 등 물류의 영역까지 담당하고 있거든요. 셀러 또는 크리에이터가 틱톡숍을 이용하도록 편의성을 제공하는 모습이죠.
 
게다가 지난 8월 외신 보도에 따르면 틱톡은 자사의 콘텐츠에서 아마존 등의 외부 구매 링크를 금지할 계획입니다. 정확한 시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외부 플랫폼의 마케팅 경로가 아닌 틱톡숍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건데요. 현재 틱톡숍은 4가지 기본 쇼핑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완전한 틱톡 인앱 쇼핑을 지향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틱톡은 2021년부터 쇼피파이와 협력하여 쇼피파이의 '쇼핑 탭'을 통해서 이용자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했었는데 최근 이 기능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6월에는 자체 제작 제품을 판매하는 '프로젝트S'를 영국에서 준비 중이었으나,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요.
 
(최근 유통시장을 보면 이익만 맞아떨어질 경우, 어떤 형태로의 협업이든 가능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 한국에 오나?

 

최근 틱톡코리아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틱톡숍' 상표를 출원하면서 한국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 내에서는 일일 거래액이 30만달러(약 4억원),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는 일일(24일) 3300만달러(약 430억원)에 달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 내 틱톡 이용자는 1억5천만명에 달하기도 하고요.

 

물론, 틱톡숍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보여주기에는 아직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틱톡은 올해 2분기 기준, 12분기 연속으로 전 세계에서 다운로드 수 1위인 앱이지만, 국내에서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 밀려 아직 영향력이 부족한 상황이거든요. 또한 틱톡은 중국앱이기 때문에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리스크가 존재하고, 그 결과 세계적으로 '틱톡 금지'가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틱톡이 1020세대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은 유의미한데요. 이들은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낮기에 저가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으며, SNS를 통한 콘텐츠를 빠르게 접하고 소비합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다뤘듯, 다이소 제품을 구매하고 소개하는 콘텐츠가 결국 다이소 제품의 구매로 이어지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죠. 중국발 초저가 이커머스앱들인,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도 이 후기 콘텐츠 열풍의 주인공 중 하나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틱톡숍이 한국으로 진출한다는 것은 또 다른 셀러와 크리에이터를 모집하는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글로벌 숏폼 플랫폼(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을 제외하더라도 카카오톡 '펑', 네이버 '클립', 당근마켓 '당근 스토리', 다이소 '오늘의 발견' 등 콘텐츠와 커머스 기능을 연계시키는 시장이 고도화됐거든요.

 

네이버만 보더라도 올해 1분기 쇼핑라이브 숏클립 콘텐츠 참여 셀러가 전분기 대비 119% 증가했습니다. 특히 SME(중소상공인)는 숏클립 전체의 80%를 생산하고 있고요. 셀러들이 숏폼을 직접 만들거나, 크리에이터와 협력하는 등의 커머스 문화가 활성화되고 있죠. 틱톡도 '크리에이터 아카데미', '로컬 인플루언서 프로그램' 등 신규 인플루언서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이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칠수록 틱톡숍의 판매량이 성장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죠.

 

이렇듯 강력한 경쟁력이 있음에도 틱톡숍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이미 초저가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중국발 이커머스앱들이나, 전국에 쿠세권을 구축하고, 이커머스 1위를 점유하고 있는 쿠팡 등과 비교했을 때 제품, 물류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이 뒤처지니까요. 

 

그렇지만 인도네시아에서 한 번 쓴 맛을 보고도, 현지 기업을 인수하며 다시 공격적으로 진출한 사례를 보면, 한국 시장을 어떤 형태로 공략하게 될지도 궁금해집니다. 이미 콘텐츠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기에 온라인으로 확장하려는 다이소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할지도 모르죠. 올해 예상치 못하게 아마존과 쇼피파이가 제휴를 맺은 것만 보더라도 어떤 방향에서든 국내 기업들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해야함이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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