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비싼 고성능 화물차의 암

강원도와 같은 지형의 특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540 정도의 마력이면 충분합니다. 우리나라에 못 가는 곳이 없어요.
10/10 화요일 로지브리지 뉴스레터입니다
2023/10/10 화요일
 
 
 
허영심은 말을 많이 하게 하고,
자존심은 침묵하게 한다.
 
- 쇼펜하우어 -
 
 
◆배화여자대학교 국제무역물류학과 구교훈 교수
◆화물연대 경남지역본부 정홍진 수석본부장
 

✔ 비싼 차 값의 악순환

 

◆구교훈 : 예전, 광양에서 트레일러 운송을 할 때 코일을 60톤 이상 적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과적에 대한 문제로 인해 25톤 이상 적재하는 경우가 안 나오죠. 그런 맥락에서 저는 이해가 안 되는 게 '화물 무게가 줄고, 도로는 평탄화됐는데 엔진 마력은 왜 늘어나는가'라는 부분입니다. 결국 차주들에게 부담이 되는 건데, 볼보, 벤츠, 스카니아 등 차량 메이커들의 상술이라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정홍진 : 제 생각도 비슷한데요. '스카니아380'이 출시됐을 때 인기가 많았습니다. 스카니아380을 끌고 가니까 쌍용 등의 차들과 비교가 되는 거예요. 그러면 이런 얘기가 돕니다. "스카니아380이 좋더라" 그러면 벤츠나 볼보 등의 차량 메이커들에서도 420, 440 등 계속 조금씩 마력이 올라간 버전의 차를 내놓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쟁심리가 있다 보니까 “스카니아380? 그게 차냐. 볼보 440이 더 좋다” 이러면 벤츠는 더 올라가는 겁니다. 이렇게 자동차 메이커들의 상술과 화물노동자들의 수요가 궁합이 맞으니까 알고도 속아 넘어가게 되는 것 같아요.

 

◆구교훈 : 이게 우리나라가 유별나요. 외국에서 차는 수단일 뿐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트레일러 기사님들은 물론 집을 떠나서 생활하시는 이유도 있지만 차량을 정말 좋게 만들어놨어요. 그래서 제가 볼 때는 그냥 안전하게 운송하면 되는데 굳이 비싼 차를 구매하고, 할부금에 허덕이고 그럴 필요 없다는 겁니다.

 

제가 한 번 휴게소에서 나이가 있는 차주를 만나서 인터뷰했을 때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왜 비싼 차를 사서 할부금을 많이 내냐고, 자기는 손자도, 집도 있고 다 있으니까 오히려 편하게 중고차를 사서 용돈벌이를 한다"라고 하더라고요. 굳이 72개월을 할부해서 비싼 차 값을 왜 내냐는 거죠. 심지어는 72개월을 갚아도 내 차라고 할 수가 없어요. 그때부터 부품 값, 수리비가 들어가거든요. 원래 외상을 다 갚으면 내 것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아닌 서글픈 현실이죠.

 

◆정홍진 : 저도 화물차주이지만 이게 악순환인 것 같아요. 열심히 일해서 생활비는 둘째치더라도, 할부금을 갚고, 완전히 온전한 내 차를 갖고 수익을 내고 싶은 거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차가 아프기 시작해요. 뭐 간단하게 수리하는 정도는 괜찮은데 꼭 부속을 갈아줘야 하다 보니까 문제입니다. 7년 전에 나온 차인데 부속 값은 지금의 물가가 더해져 훨씬 비싸지거든요. 똑같은 부품인데 가격은 훨씬 올라가는 게 미치는 부분입니다.

 

◆구교훈 : 이런 부분에서 우리나라가 규제가 부족한 것 같아요. 자유경쟁이다 보니까 차, 부품 값이나 수리비 등 다 메이커들에서 달라는 대로 차주들은 줘야 하는 거잖아요.

 

◆정홍진 : 화물노동자끼리 말하는 게 있습니다. 전구 위치 하나 바꾸고, 2천만원씩 차 값이 올라간다고요. 웃긴 게 마력 수는 똑같아요. 예를 들어 500마력이라고 치고, 다른 부분도 똑같은데 엔진 형식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우리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설명만 듣고, 알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 뭐 이렇게 얘기하죠. 엔진을 바꿔서 연비도 좋아지고, 힘도 좋아졌다. 그리고 차 값이 2~3천만원이 올라가버리는 겁니다.

 

◆구교훈 : 저도 이런 게 화물노동자들에게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차 값 자체가 부담되는 상황이거든요. 1990년대 전, 6바리 현대차가 5천만원이었어요. 그때 컨테이너 샤시(Chassis)가 한 천만원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한 4천만원 정도로 알고 있거든요.

 

◆정홍진 : 제 기억으로 말씀드리면, 평판 슬라이드를 기준으로 5천만원 정도 거든요. 근데 지금은 2~3년 전부터 확 올라서 7천만원이 넘습니다. 그렇다고 평판 슬라이드라고 해서 바뀐 건 없거든요. 그런데 2천만원이 오른 겁니다.

 

◆구교훈 : 제가 볼 때도 바뀐 건 없는데 값은 엄청 올라가고 있어요. 그러니까 특장 회사들이 자꾸 생기잖아요.

 

◆정홍진 : ICP, 한국특장, 미래특장 등 특장 회사들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더 많이 생겼죠. 그럼 우리가 생각했을 때 만드는 곳이 많으면 경쟁을 하면서 가격이 다운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단합을 한 건지 같이 가격이 올라가요.

 

평판 슬라이드, 라인 샤시 등 일명 꼬리(트레일러)를 구매해서 쓰는데 이런 것들이 5년 쓰고 버릴 게 아니라 10~20년 쓰는 거거든요. 근데 꼬리는 계속 만들어내고, 가격은 계속 올라가요. 이해를 못 하겠는데 원자잿값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습니다.

 
(비싼 차 값은 차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 과도한 성능의 차량

 

◆구교훈 : 그래서 저는 차량 할부 시스템이나 차 자체의 용량, 트레일러의 출력, 엔진 등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바위(높은 바위)도 없고, 과적도 안 하잖아요. 예전에는 제한이 없으니까 큰 엔진 출력이 필요할 수 있다고 쳐도, 지금은 90km로 맞춰져 있으니까 오히려 엔진이 작아져야죠.

 

◆정홍진 : 지금 알기로는 엔진 마력이 750 정도까지 나왔어요.

 

◆구교훈 : 그렇다면 예전에는 320 정도였으니까 2배의 엔진 출력이 나왔다는 건데 속도 제한은 낮아졌습니다. 그렇다고 견인 능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죠. 오히려 요새는 컨테이너 적재를 많이 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굳이 큰 엔진이 필요 없다는 거고요. 결론적으로 지금 트레일러와 같은 특장차가 용량이 과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정홍진 : 그렇습니다.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경험해 본 바로는 우리나라의 곳곳을 가봤을 때 강원도와 같은 지형의 특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540 정도의 마력이면 충분합니다. 우리나라에 못 가는 곳이 없어요.

 

◆구교훈 : 그럼 통영, 거제, 광양, 순천 등에서는 그런 차도 필요가 없다는 거잖아요.

 

◆정홍진 : 거제지역은 철판이나 긴 화물 등을 싣고 다니니까 어느 정도 화물이 무게가 있다고 보긴 합니다. 그렇지만 예전과 비교해 보면 훨씬 마력이 적은 차로도 잘 싣고 다녔거든요. 나이가 있는 차주들은 이 근방만 다니니까 굳이 수입차가 필요 없다고 느끼고, 국산차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차들도 마력이 전보다 높은 것 같아요.

 

저희도 다른 지역의 차주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는 자리가 있는데, 젊은 차주들의 차를 보면 정말 좋아요. 이런 현상들에 대해서 화물차주가 아닌 지인들과 얘기를 할 때가 있는데, 다들 물어보더라고요. “화물차들이 고급지고, 이쁘고 좋더라” 그럼 저는 이렇게 얘기해요. “우리 어릴 때 학교 마치고 나오면 문방구 앞에 사장님이 애들 오기 좋게 사탕, 장난감 등을 갖다 놓지 않느냐, 이것과 똑같다” 

 

※ 2023.10.12 목요일 뉴스레터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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