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항은 아픔이 있습니다.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 이후, 부산과 원산, 인천과 목포, 진남포와 마산에 이어 1899년 개항한 군산항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양곡과 물자를 빼돌리기 위한 물류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호남과 논산에서 생산된 쌀은 전군(전주-군산)가도를 따라 군산항에 모여, 해상을 통해 일본으로 운송되었습니다. 군산항은 1905년부터 1938년에 걸쳐 축항공사를 진행하는데, 해안 매립공사와 접안시설 등의 공사를 거쳐 내항 인입 철도 연결까지 완료하여 대규모 화물의 이동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1909년 조선총독부의 조사에 따르면 군산항의 수출입액의 약 90% 이상이 일본을 상대로 한 무역이었으며, 사실상 호남 등지의 질 좋은 쌀을 수탈해 간 '적출항'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국제항으로 성장
군산은 '군산임해공단' 조성에 맞춰 1979년 군산항 제1부두를 준공한 이후 부두를 지속 확장하여, 지금은 제7부두까지 확장한 상황입니다. 또 유연탄부두와 모래부두, 국제여객부두, 역무선부두 등 부두의 기능을 다각화하며 국제항으로 규모를 꾸준히 확장해 나가고 있는데요.
군상항이 운영되는 체계를 보면, 부두의 소유 및 관리자는 해양수산부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이 맡고, 실제 운영사(하역사)는 쌍용양회, 동양시멘트, CJ대한통운, 군장신항만, 군산컨테이너터미널, 선광, 세방, 한솔로지스틱스, 금석해운, 제범 등이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각 부두는 취합하는 화물의 성격과 부두의 형태가 조금씩 다른데, 1~3부두는 디귿자형으로 연결된 굴입식 부두로 주로 목재료와 곡물류, 일반잡화와 액체화물을 취급하고 있으며, 4부두는 자동차 전용부두로 국내 최대 자동차 수출 전진기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5부두는 자동차와 펄프, 곡물과 원목 등 다양한 화물을 취급하는 다목적부두로 운영되며, 6부두는 양곡을 취급하는 전용부두로 양곡 사일로 4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또 6부두는 컨테이너 전용부두의 기능도 하여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도 전담하고 있습니다.
7부두는 군산에서 최대 접안능력을 갖춘 부두로 잡화 화물을 처리하고 있으며, 유연탄부두 모래부두 등은 각 화물의 성격에 특화된 구조로 설계 및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 국제 및 연안여객부두가 운영되어 중국과의 교류확대 및 인금 섬 지역으로의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운반선의 운송 프로세스를 볼 수 있습니다)
✔ 자동차 선박 부족
군산항의 대표적인 수출품목 중 하나는 단연 자동차입니다. 하지만 2018년 한국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자동차 수출물동량은 급격하게 하락하게 되는데요. 2007년 연간 수출 32만934대에서 2020년 4만8349대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2021년 이후 다시 수출 물동량이 16만9184대로 크게 증가하여, 올해 상반기 누적 물량은 12만3370대로 올해 20만대를 가뿐하게 넘어설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는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준입니다.
군산지방해양수산청 항만물류과 관계자는 "자동차 수출물량 증가는 환적화물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특히 국외가 아닌, 국내 항만 간 연안환적화물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군산시에 위치한 물류기업 제일선박복무사 관계자는 "일본이나 중국 등 국외 환적이 증가한 게 아니라,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신차의 연안환적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군산항에서 자동차 부두를 운영하는 C사 관계자는 자동차 운반선((Pure Car Carrier '이하 PCC') 부족과 미국, 호주 등의 '체선' 문제도 군산항으로 연안환적이 증가하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선박이 부족하기 때문에 선복량을 효율적으로 높이기 위하여 연안환적을 하는 사례가 증가했으며, 점진적인 국제환경기준을 충족하는 메탄올 연료를 사용하는 신조 발주까지 고려하면, 당분간 PCC 부족과 항만 체선 등의 복합적 이유로 연안환적화물 증가는 지속될 전망입니다.
여기다 새만금 산업단지에 중고차 수출과 매매업체 등 관련 시설을 집적화할 자동차 수출복합센터가 계획대로 2025년 상반기 개장한다면, 군산항의 자동차 수출기지로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 퇴적 문제 발생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군산항과 장항항의 정밀수심측량 결과, 부두가 위치한 항 내측의 항로 구역은 토사의 퇴적으로 인해 과거 수심과 비교해 일부구간에서 1~3m 정도 수심이 얕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항로와 항로 주변부의 해저지형은 준설공사로 인해 불규칙한 모습을 보였으며, 군산항 제7부두 북측과 모래부두 북동측, 장항항 신항부두 진입로에서는 최대 수심 17~27m의 세굴된 형태의 해저지형도 보였습니다.
전북연구원이 발표한 <전라북도 항만물류서비스 특성화 방안 연구>를 보면, 전문가들은 군산항 활성화의 중요한 현안으로 안전한 수심확보를 위한 준설공사와 준설토사 투기장 확보 등을 꼽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군산대학교 국제물류학과 웨이치 씨(박사과정)와 원승환 교수는 '항만 수역시설의 디지털 트윈 모형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는데, 해당 논문은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습니다.
원승환 교수는 "하구둑이 생기면서 하류의 퇴적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서해안의 특성상 간조와 만조로 24시간 항구를 사용하지 못하여 입항하던 배가 못 들어오는 문제가 있다"며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수심을 모니터링을 하며 예측을 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군산항과 관련한 수 많은 관계자들이 퇴적과 수심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상황인데요. 향후 군산항의 수출입 물동량 증대와 안전한 선박 운용을 위해서라도, 토사 '퇴적'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1순위 과제로 보입니다.
※ 군산대학교 국제물류학과 : 본 콘텐츠는 군산대학교 국제물류학과 원승환·박호 교수의 자문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군산대학교 국제물류학과는 새만금과 함께 세계로 나아가는 지역 제일의 특성화 대학을 비전으로, 실무형 미래인재 양성을 목표로 앞세우고 있습니다. 물류기업 실무자들과 협업하여 직접 교과목을 개설하는 등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고, 인턴십으로 연계하는 등 전문성을 갖춘 수요 지향적 전문인력 양성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학과 방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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