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DB '티맵·카카오' 포텐셜 '물류'

티맵(TMAP)모빌리티 가입자가 20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40%, 승용차 운전자 기준으로는 96%가 가입한 수치인데요. 내비게이션으로 익숙해져 있는 티맵은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위해 서비스를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티맵 앱을 접속해 보면 ‘이동의 모든 것’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대리운전, 주차/발렛, 전기차 충전, 킥보드, 렌터카 등 모든 이동 관련 기능을 포괄하는 모습이죠. 또한 목적지 주변의 인기 장소, 주유소, 주차장, 식당 등의 시설들을 간편하게 찾을 수 있다는 점도 편리하게 작용합니다.

티맵이라는 플랫폼이 이렇게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는 요인은 ‘데이터’에 있습니다. 2002년 SK텔레콤은 ‘네이트 드라이브(티맵)’를 출시하면서 이동 통신망과 GPS(위치확인시스템)을 이용해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목적지까지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 주는 서비스라고 소개했는데요. 지금 저희가 이용하는 내비게이션 서비스죠.

이후 스마트폰이 등장하게 됐고, 티맵을 앱으로 만들게 되는데요. 초기에는 유료서비스였으나 2016년, 가입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면서 MAU(월간활성이용자수)가 1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여줍니다. 지금까지, 약 22년 동안 방대한 데이터를 쌓을 수 있었던 이유죠. 그렇게 지금의 도착예정시간을 안내하고, 실시간으로 더 빠른 길을 알려주는 서비스 티맵이 탄생하게 됩니다.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얘기할 때, 사실 카카오모빌리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대표 서비스는 우리에게 친숙한 카카오T인데요. 2015년 택시를 호출하는 기능으로 시작했으며, 누적 가입자 수는 3500만명으로 국내 택시 호출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카카오T택시의 핵심적인 기능은 배차입니다. 단순히 근처에 있는 택시를 승객에게 배정해 주는 게 아닌 ‘AI(인공지능) 배차 시스템’을 활용합니다. 요일, 시간대, 택시의 수요 및 공급에 대한 현황 등의 변수를 머신러닝(기계학습) 방식으로 분석해 배차를 빠르고, 원활하게 만드는 거죠. 티맵과 비슷하게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입니다.

또한 2015년에는 국민 내비라고 불렸던 ‘록앤올(김기사)’를 인수해 ‘카카오내비’로 업그레이드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카카오T앱은 택시를 넘어 대리, 주차, 기차, 버스대절, 렌터카, 항공 등까지 확장한 모습인데요. 2021년에는 한진과 개인택배서비스를 론칭했으며, 올해는 배달대행 플랫폼 4개사와 협력해 근거리 배송사업에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티맵모빌리티와 카카오모빌리티가 공통적으로 주목한 물류영역은 바로 미들마일(중간물류)입니다. 제조단계에서부터 고객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물류라고 일컫는다면 중간 부분에 위치한 영역으로 B2B 시장으로 볼 수 있겠죠. 2020년 기준 약 33조원 규모로, 고객에게 배송해 주는 라스트마일(약 8조원)에 비해서 더 큰 시장입니다.

이 시장은 화주, 차주, 주선사 등 이해관계자가 많고 운송하는 차의 크기부터 옵션(냉동, 윙바디 등) 등이 다양하기 때문에 다소 디지털 전환이 까다로웠던 영역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티맵모빌리티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조금 다른 전략으로 이 영역에 진출합니다.

티맵모빌리티는 2021년 미들마일 솔루션 기업 '와이엘피(YLP)'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미들마일 시장을 공략하는데요. 와이엘피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화주와 차주의 매칭을 디지털화한 기업업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수요를 예측하거나, 거리에 따라 최적의 단가를 산출하는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죠.

그리고 지난해 티맵모빌리티는 ‘티맵화물’을 선보입니다. 온라인으로 견적부터 정산까지 화물운송 프로세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솔루션이죠. 와이엘피가 쌓은 110만건 이상의 운송데이터를 기반으로 배차 성공률은 90%가 넘으며, 전국에 있는 지사와 협력 운송사를 통해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와이엘피의 지난해 매출은 1000억원을 돌파했고요.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주선사연합회가 운영하는 화물중개 플랫폼 ‘화물마당(전국화물마당)’의 지분 49%를 인수합니다. 화물마당은 화주와 차주를 연결해 주는 정보 통합 플랫폼으로, 카카오모빌리티의 다이내믹 프라이싱(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을 변화시키는 전략), 최적 길찾기 등의 AI 기술을 접목해, 아날로그 방식이었던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거죠.

직접적인 진출보다는 솔루션을 지원하는 측면이라는 게 카카오모빌리티의 입장입니다. 일각에서는 2021년 미들마일 솔루션 기업 ‘위드원스’를 인수했고, '이든종합물류'로부터 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 면허를 매입한 점을 보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고요. 또한 카카오그룹의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물류 플랫폼 ‘카카오i라스’를 출시하기도 했죠.

두 기업 모두 전략은 다르더라도 물류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고도화된 정도는 다르더라도 여객이 ‘사람’을 이동시키는 것이라면 물류는 ‘화물’을 이동시키는 것으로 모빌리티플랫폼이 가지는 경쟁력이라는 점에서 유사하죠. 두 기업 모두 위치나, 경로 등의 모빌리티 데이터를 방대하게 보유하고 있고, 활용하는 노하우가 풍부하니까요.

특히 티맵화물의 핵심은 ‘최적 운임’ 기능입니다. 거리, 위치, 날씨, 품목, 부가 옵션(경유, 왕복 여부 등)에 따라 운임이 산정되는 화물운송 시장의 특성상 운임을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정산하는 것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화주는 물류비가 저렴할수록, 차주는 운임이 높을수록 좋기 때문이죠.

비슷한 사례로 미국의 승차 공유 플랫폼 ‘우버(Uber)’는 ‘우버 프레이트(Uber Freight)’라는 이름으로 미들마일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화물차 운전자들이 우버 프레이트에서 좋은 반응을 보였던 서비스는 운송비에 대한 것이었고요. 2019년 우버 프레이트의 매출액은 7억달러(약 8천억원)에서 2021년 21억달러(약 2조6천억원)로 193%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라스트마일, 근거리 배송의 영역도 꾸준하게 강화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4월에는 현대글로비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풀필먼트 생태계를 구축하고, B2B 당일배송 서비스 ‘오늘의픽업’을 접목시킬 계획입니다. 또한 올해 자율주행으로 여객과 생활물류 배송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달구벌자율차 플러스’를 선보이기도 했고요.

모빌리티 데이터는 물류에서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더라도 어느 시간에 어디로 가야 제일 안전하고, 빠른지 예측할 수 있는 요인이니까요. 더구나 두 모빌리티 기업이 글로벌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국경이 없는 물류산업과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