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적인 행위도 자동화
현재 ChatGPT는 한국어로도 대화가 가능하지만 데이터가 많을수록 퀄리티가 좋아집니다. ChatGPT가 학습한 데이터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히 영어 문서고요. 그다음으로 가장 많은 문서는 파이썬입니다. 덕분에 ChatGPT가 파이썬을 굉장히 잘합니다. 한국어는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한 게 10년 정도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영어로는 지난 30~40년 자료가 있고요. 때문에 저는 영어로 주로 질문을 하는데, ChatGPT가 창작을 잘 한다고 알려져 있어서 몇 가지 조건만 주고 한국의 막장 드라마 이야기를 써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첫 번째, 주인공에게 출생의 비밀을 주고, 두 번째, 주인공은 암이 생기고, 세 번째, 삼각관계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이름을 한국 이름으로 바꾸더니 주인공은 강남에 사는 지선이고, 미국에 사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편지를 남겼고, 거기에 이런 충격적인 얘기가 있다는 거예요. “이 얘기는 평생 안 하려고 했었는데 사실 너는 입양된 애다” 출생의 비밀이 충족됐죠.
이 주인공이 충격을 먹어서 쓰러지고 병원에 입원했는데 암이 발견된 거예요. 두 번째 조건도 충족됐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퇴원하고 나서 이제 뭐 인생이 다 무너졌으니까 가장 친한 친구의 남자친구를 뺏기 시작하더라고요. 다시 말해서 제가 말했던 조건을 어떻게 해서라도 다 충족했어요. 재밌는 건 똑같은 값을 입력하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나옵니다.
흥미로운 건 이런 스토리를 만드는 시간이 1분이 안 걸린다는 겁니다. 결국 우리는 '지적인 행위 역시 자동화되고 대량생산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이슈에 대해서 논의를 해야겠죠. 지금까지의 기계는 물질적인 것을 대량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지적인 행위, 코딩, 글을 쓰는 것, 연구를 하는 것, 회계, 비즈니스 전략을 세우는 것 등 많은 부분에서 자동화, 그리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슈일 것입니다.
✔ 검색의 시대가 끝날까
이런 일들이 사회에 엄청난 파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검색의 시대가 끝나는 것이 아닐까'라는 부분이겠죠. 덕분에 구글 CEO가 회사 내부에서 코드 레드(cord red)를 발동하기도 했어요. 긴급한 사태라는 거죠. '98년 창업 이후에 처음으로 회사가 망할 수 있는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를 합니다. 구글 관점에서는 사실 짜증 날 거예요. OpenAI가 사용한 핵심기술(트랜스포머)은 97년에 이미 본인들이 개발한 거니까요.
그런데 사실 2021년에 구글은 이미 트랜스포머 알고리즘을 사용해서 '람다(LaMDA)'라고 부르는 대화하는 AI를 개발했었어요. 그런데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요. 첫 번째는 람다 역시 이상한 스토리텔링을 하기 시작했고, 두 번째로는 제가 듣기로는 내부적으로 어마어마한 토론이 있었다는 거예요. 구글의 주요 비즈니스는 광고입니다. 매출의 90% 이상이 광고인데요. 구글이 잘하는 건 사람들이 질문을 했을 때 비슷한 질문을 한 사람들은 어떤 홈페이지에 방문했는지 그 확률분포를 가지고 있는 거죠. 페이지 랭크(page rank)라는 알고리즘으로.
그래서 우리가 구글에 질문하면 링크를 찾아줍니다. 수백개의 링크를 보여주고 우리가 링크에 들어가서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덕분에 검색은 클릭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들이 스폰서링을 한 광고들이 검색에서 상위에 올라오기 시작하고, 또 내가 클릭하는 것을 기반으로 나의 성향, 선호도를 분석해서 추천 알고리즘을 돌리고 광고를 띄울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소비자가 정말 원하는 건 링크가 아니에요. 질문에 대한 답을 원하는데 그 답을 줄 수 없으니까 그런 답을 찾았던 사람들이 방문했던 링크를 자꾸 보여주는 겁니다.
그런데 ChatGPT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준다면 클릭할 필요가 없으니까 클릭 숫자가 10분의 1로 줄어들고 광고주는 떨어지고 매출이 추락할 것이라는 예측. 덕분에 람다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OpenAI는 광고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 않으니 공개가 가능했던 거고요. 결국 구글도 혁신가의 딜레마에 빠진 거예요. 본인들의 기술로 어마어마한 조 단위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데 본인들이 개발한 기술로 그 비즈니스가 사라질 수 있게 된 거죠. 그런데 OpenAI가 2022년 11월 30일 ChatGPT를 공개해버렸으니 어쩔 수 없이 구글도 바드를 공개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OpenAI에 1조원을 투자했었어요. 계약 조건 중 하나가 OpenAI가 만들어 낸 기술의 첫 번째 사용권, 활용권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New Bing을 소개하죠. 아무도 쓰지 않는 검색엔진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 93%가 구글을 사용하고, 약 3%만 Bing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실 이 기회에 구글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먼저 검색이 필요 없게 만들어서 광고시장에서 구글을 무너지게 할 수 있고요. 또 이 생성형 AI의 계산량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데스크톱으로 할 수 없고 클라우드를 써야만 하거든요.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ChatGPT를 기업적으로, 비즈니스적으로 활용하려면 절대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애저(azure)를 사용해야 합니다. 다른 서비스에는 못 싣게 했어요. 그 얘기는 본인들이 가진 클라우드가 이제 새로운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아마존이 클라우드 비즈니스가 위험해지니까 놀란 거죠.
✔ 애플이 조용한 이유
올해 들어와서 이 IT업계에 어마어마한, 세상을 바꾸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죠. 30년 동안 주도권을 가졌던 검색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클라우드에 대한 주도권이 마이크로소프트 쪽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고요. 이 모든 일들이 벌어질 때 신기할 정도로 애플은 아무 이야기가 없습니다.
사실 여러 이유가 있는데요. 저희 눈에는 애플이 어마어마한 기술을 가진 기업처럼 보이지만 애플은 디자인이 뛰어난 것이고 AI 기술은 없습니다. 기계학습 또는 심층학습 분야는 처음에 만들어졌을 때부터 이것을 선도하신 과학자들은 카피라이트(보호)보단 카피레프트(허용)를 지원하셨던 분들입니다. 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기계학습 분야에서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면 코드를 다 깃허브(GitHub)라는 곳에 공개했어야 해요.
덕분에 오늘날 누군가가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면 3일 후면 전 세계 사람들이 그냥 쓸 수가 있었어요. 그래서 혁신이 빨리 된 거죠. 그런데 기업은 본인들이 개발한 코드를 공개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 겁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은 다 허락했는데 애플만 금지시켰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실리콘밸리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애플에 입사를 안 하죠. 가는 순간 본인 연구를 공개 못하니까요. 그리고 공개 못한다는 것은 우리 분야에서 '같이 안 놀겠다'라는 거예요. 아웃사이더가 되어버려서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애플은 리딩하는 전문가들이 부족하게 된 거죠.
현재 AI 기술력을 가진 곳은 당연히 구글, OpenAI, 딥마인드(Deepmind) 그리고 영국 스타트업 StabilityAI 이 정도이지 않을까 싶고요. 소문으로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Academy for scienceAI가 상당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하는데 중국에선 ChatGPT가 금지됐습니다. 왜냐면 ChatGPT로 시진핑 얘기를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정부에서 통제할 수 없는 생성형 서비스이기 때문에 금지시켰습니다. 그런 리딩 서비스를 접속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혁신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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