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경제적 플랫폼이 될 수 있습니다

유명 가수를 섭외하고 축제를 홍보하는 것도 분명 중요하겠지만, 그 지역 자체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고 홍보하기 위한 축제가 우선시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6/8일 목요일 로지브리지 뉴스레터입니다
2023/06/08 목요일
 
 
 
한 사람이라도 큰 성당의 이미지를 품고
돌무더기를 본다면,
그 순간 더 이상 그것은 돌무더기가 아니다.
 
- 생텍쥐페리 -
 
 

✔ 7만원

 

요즘 몇몇 지역 축제에서 다소 높은 음식 가격을 책정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 출연진이 방문한 ‘영양산나물축제’가 대표적 사례인데요. 1박2일팀은 영양산나물축제 기간 시장을 찾아 옛날과자를 구매했는데, 1봉지(1.5kg) 가격이 약 7만원에 달해, 이를 본 시청자들은 가격이 너무 높다고 분노했습니다.

 

여론이 점점 악화되자 영양군 측은 입장문을 냈는데 "해당 인물은 축제 기간 방문한 외부 상인"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여론은 더 악화됐고, 영양군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관리 감독의 부재

 

8일 저희는 영양군청과 영양축제관광재단 관계자를 통해 몇 가지 궁금한 사항을 질의했는데요. 이번에 열린 제18회 영양산나물축제는 영양군청이 영양축제관광재단에 금액을 지원하여 개최된 행사입니다.

 

영양축제관광재단은 축제의 먹거리와 볼거리를 더욱 다양하게 구성하기 위해 전통시장 상인회에 축제 기간 부스 운영의 일부 권한을 위탁하고, 상인회는 다시 외부 상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부스당 약 10~20만원(4일)의 비용을 받고 입점을 허용합니다.

 

외부 상인들은 약 4일 간의 축제 기간 동안 자신들이 투자한 '비용' 이상의 수익을 내기 위해 다소 높은 가격으로 판매가를 책정하는 구조로 보입니다. 타 지역에서 이동할 때 발생하는 운반비, 부스비,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일견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축제'에 찬 물을 끼얹는 과도한 바가지 요금을 두둔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지금 논란의 일차적 문제는 행사를 주최/주관하는 '영양축제관광재단'에 있음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애초에 폭리를 취할 수 없도록 가이드를 마련하고, 부스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시 강제 퇴거를 하는 등 강력한 관리/감독의 부재가 아쉽습니다. 재단 관계자도 이번 논란을 계기로, 내년 축제에서는 부스 운영 시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영양군청 관계자는 지역을 방문한 관광객께 산나물도 선물로 드리고, 저렴하게 다양한 산나물을 맛볼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많았는데, 이번 논란으로 단점만 부각이 되어 안타깝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특히 이번 논란을 큰 교훈으로 삼아, 내년 축제에서는 한층 강화된 위생관리와 운영이 가능하도록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꼭 가수가 있어야 할까

 

사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축제는 대개 비슷한 콘셉으로 유사한 구조를 보입니다. 함평군에서 열린 나비축제에 방문한 한 일본인 유튜버 역시 노점에서 판매하는 높은 음식 가격을 경험하고는 "한국의 물가가 진짜 비싸졌다"라는 하소연을 한 바 있죠.

 

특히 막대한 지자체 예산으로 유명 가수를 초청하여 사람을 끌어 모으는 관행은 '축제의 흥행을 위한' 치열한 고민이 없음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더구나 비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는 재단의 특성상 '흑자' 운영을 고민할 필요도 없죠.

 

지자체의 논리는 비록 예산으로 운영해도, 외부 관광객이 유입되어 창출되는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더욱 크다는 건데요. 물론 타당한 말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아쉬움 점은 유명인에 기대어 행사를 흥행시키는 단순한 접근보다는 조금 더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리고, 지역 주민들에게 수익을 환원할 수 있는, 선순환의 구조가 마련되는 방향을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세계 3대 축제로 알려진 독일의 '옥토버페스트'는 186년째 진행 중인 맥주 축제입니다. 2조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거둬, 뮌헨시의 주요 수입원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각 지자체의 특색을 살려, 이색적인 콘셉의 축제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경제적 플랫폼

 

지역 축제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례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강원도 화천의 ‘화천 산천어축제’를 꼽을 수 있겠는데요. 2006년 이후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축제 기간 화천을 방문했고, 최대 인파를 기록한 2019년에는 경제 파급효과가 3196억원에 달한다고 하죠.

 

이렇게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화천군의 지원 때문인데요. 겨울축제인 만큼 겨울이 없는 동남아시아를 주요 타깃으로 설정해 해외 현지 여행사와 협약을 맺는 등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했습니다. 또한 주말 셔틀버스는 물론이고, 제40임시주차장까지 구축해 교통 편의성에 심혈을 기울인 듯 보였습니다.

 

게다가 바가지요금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지역의 숙박업소, 음식점과 협력해 기준 가격표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바가지 영업 행위가 발각될 경우 입점 자격을 영구 박탈 하는 등 즉각적으로 대응한다고 밝혔죠. 또한 입장료를 내면 일정금액 지역상품권으로 돌려주어 화천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축제가 지역의 경제 플랫폼이 되기도 합니다. 세계 3대 축제로 알려진 독일의 ‘옥토버페스트’는 186년째 진행 중인 맥주 축제인데요. 매년 전 세계 약 650만명의 손님이 방문하며, 12억유로(약 1조6800억원)의 수익을 창출하는데, 이는 뮌헨 시의 주요 수입원 역할을 합니다.

 

큰 특징으로 축제의 맥주만을 마셔야 하고, 마스라고 부르는 1리터짜리 잔에 제공되죠. 이 맥주는 뮌헨 시의 6개의 양조장에서 만들어집니다. 또한 독일 전통의상을 입는 것이 관례입니다. 이런 특징 덕분에 이 축제 자체가 경제적인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맥주 브랜드, 의상 브랜드를 비롯해 인프라들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직접적인 수익, 홍보수단으로 축제를 활용합니다.

 

 

✔ 지역을 브랜딩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지역축제는 총 1129건입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화천 산천어 축제나, 보령 머드축제 등을 제외하면 국민들이 아는 축제도 많지 않죠. 팬데믹이 끝나면서 올해 행사가 봇물 터지듯 개최되고 있지만 재밌었다는 후기보다 비난 여론이 생기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유명 가수를 섭외하고 축제를 홍보하는 것도 분명 중요하겠지만, 그 지역 자체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고 홍보하기 위한 축제가 우선시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더현대에서 경쟁력 있는 팝업스토어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듯, 경쟁력 있는 축제를 개최한다면 방문객들은 늘어나고, 지역을 알리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지역화폐를 이용해 지역 소상공인들과 상생을 꾀하고, 유모차를 대여해 주어 가족 단위 방문객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등의 방안이 많을 것 같습니다. 아예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통역 인력을 별도로 고용할 수도 있겠고요. 또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상인들에게 충분한 수익과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상인, 지역주민, 관광객 등 모두가 즐거울 수 있으면서도,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좋은 의미의 지역축제가 더욱 확대됐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축제가 지역을 브랜딩하는 역할이 되고, 나아가서는 축제를 즐기기 위해 전 세계에서 방문하는 모습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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