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피파이(shopify)는 캐나다의 전자상거래 솔루션기업입니다. 쉽게 말해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하려는 판매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판매하는 곳으로 주문, 결제, 배송 등의 모든 관리기능을 원스톱으로 제공합니다. 국내에서는 카페24와 매우 유사한 사업모델이라고 볼 수 있죠.
2006년 서비스를 공식 론칭한 이후 온라인 쇼핑몰 구축을 위한 기능을 꾸준하게 추가해가며 성장해왔는데요. 기본적으로는 4가지의 요금제를 제공하는 구독 기반 SaaS(Software-as-a-Service) 플랫폼입니다. 2023년을 기준으로 기본 쇼피파이(29$/월)부터 대기업 판매자를 위한 '쇼피파이 플러스(2000$/월)'까지 다양한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출액의 대부분은 사실 '판매자솔루션(Merchant Solutions)'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구독솔루션(Subscription Solutions)'의 매출을 넘어섰으며 2020년 2분기를 기준으로 전체 매출액의 72.5%에 달합니다. 쇼핑몰을 구축하는 것 외에도 확장하기 위한 부가서비스로 '쇼피파이페이먼츠', '쇼피파이포스(Point-of-Sale)', '쇼피파이쉬핑' 등이 그 예입니다.
여기서 쇼피파이페이먼츠는 판매자솔루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걸 이용하지 않고 제3자 결제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쇼피파이에게 거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결제 시 30센트+결제대금의 1.6~2.8% 정도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쇼피파이페이먼츠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0.5~2% 정도의 추가적인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 이유 때문인지 2019년 말 기준 미국의 쇼피파이페이먼츠 이용률은 91%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쇼피파이포스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에 인프라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온,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옴니채널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죠. 오프라인 판매자들에게 온라인과 통합하여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으로의 진출을 정말 '누구나 쉽게' 만들어주는 서비스입니다.
✔ 플라이휠 전략
아마존과 쇼피파이의 사업모델은 조금 다른 점이 있지만 '아마존의 대항마'로 많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판매자들의 판로 확대를 위한 협업관계를 구축하기도 했는데요. 2015년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몰 호스팅 서비스, 즉 쇼피파이와 비슷한 사업모델인 'Amazon webstore'를 종료하면서 쇼피파이와 파트너십을 구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2017년에는 쇼피파이 판매자들이 아마존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통합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하죠.
이후에도 쇼피파이는 이베이, 월마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세계적인 플랫폼들과 연동합니다. 쇼피파이 안에서 다수의 판매채널이나 SNS 플랫폼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런 전략은 쇼피파이의 '플라이휠(flywheel) 전략'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판매자들의 판로 확대를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면서 판매자를 모으는 한편, 전 세계의 다양한 구매자들을 유치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인 셈입니다. 판매자로부터 선순환의 바퀴를 굴리는 거죠.
✔ 풀필먼트 기능도
2019년 6월 쇼피파이는 연례 컨퍼런스에서 'SFN(Shopify Fulfillment Network)' 출시를 발표합니다. 2023년까지 총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본격적으로 유통산업의 핵심 경쟁력인 물류를 강화하겠다고 한 거죠. 물류는 클레임 발생률이 가장 높은 산업이면서도 온라인의 특성상 필수적으로 가져가야 할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아마존의 경쟁력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것도 'FBA(Fulfillment By Amazon)', 바로 물류죠. 그와 동일하게 쇼피파이의 판매자들에게 아마존에 대적할 수 있는 경쟁력을 제공하려는 모습입니다. 배송시간을 줄이고, 재고관리를 원활하게 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거죠.
물류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투자를 진행하거나 물류기업들을 인수하기도 했는데요. 2019년에는 물류로봇 업체 '식스리버시스템즈(6 River systems)'를 4억5천만달러(약 5948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식스리버시스템즈는 아마존의 키바(Kiva) 시스템 출신들이 창업한 걸로 유명했죠.
2022년 2월에는 미국의 디지털 포워딩 플랫폼 '플렉스포트(Flexport)'의 9억3500만달러(약 1조2350억원) 규모의 시리즈 E 투자에 참여했고, 같은 해 미국의 풀필먼트 기업 딜리버(Deliverr)를 21억달러(약 2조7738억원)에 인수합니다. 쇼피파이의 프레스룸에 따르면 판매자에게 초기 재고 수령부터 빠른배송, 손쉬운 반품 등의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할 것으로 소개하고 있죠. 또한 이 데이터의 소유권을 판매자에게 보장하기까지 하고요.
쇼피파이의 2022년 거래액은 2021년 대비 12% 증가한 1972억달러(약 260조4617억원), 매출은 2021년 대비 21% 증가한 56억달러(약 7조3953억원)를 기록했습니다.
✔ 물류부문 매각
지난 4일 쇼피파이 프레스룸에 따르면 '쇼피파이물류부문(Shopify Logistics)'을 플렉스포트가 인수한다고 밝히고, 약 20%의 인원 감축을 예고했습니다. 플렉스포트가 이번 인수를 통하여 쇼피파이의 우선 물류 파트너가 되었음을 발표하며 사실상 물류를 내재화하는 것이 아닌 아웃소싱으로 재전환하는 모습이죠. 쇼피파이는 대가로 플렉스포트의 지분 13%에 해당하는 주식을 받게 됐습니다.
해당 보도자료에서 쇼피파이는 물류 인프라 구축이 온라인 쇼핑몰 구축에 필요한 부차적 조건으로 봤는데요. 물류를 운영하려면 펜, 종이, 전화 등을 자주 사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매우 세심하게 설계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식스리버시스템즈는 영국의 오카도(Ocado)에 매각하기도 했죠.
물류산업은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존이나 다른 빅 테크 기업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경기 침체에 대비하는 것처럼, 쇼피파이가 빠르게 물류부문을 매각하는 것은 핵심사업에 집중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으로도 풀이됩니다. 물류산업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직접 운영에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에,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는 전문적인 기업(플렉스포트)에게 위탁하는 전략을 더 나은 방향으로 판단했다는 거죠.
쇼피파이의 올해 1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496억달러(약 65조4571억원), 매출은 25% 증가한 15억달러(약 1조9795억원)였습니다. 오히려 실적은 좋아졌고, 물류부문 매각과 구조조정 발표 이후 주가는 23.84% 폭등하기도 했습니다.
쇼피파이는 175개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이제 단순히 솔루션만을 제공하는 기업이 아니죠. 이미 전 세계에 막강한 물류인프라를 구축한 아마존과 경쟁해야 하는 시각에서 봤을 때는 막대한 손실을 통해 아마존이 갔던 길을 따라가기보다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번 인수도 그런 방향성에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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