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렌드는 '홈술'
술 좋아하시나요? 저희도 가끔 회식을 하면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소주, 맥주, 하이볼 등 선택지가 훨씬 다양해졌더라고요. 최근에는 '제로슈거' 제품이 늘어나면서 건강도 챙기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다음날 숙취도 덜하다고 하고요.
이외에도 유독 많이 들려오는 키워드가 바로 '홈술'입니다. 이제는 매번 식당, 술집에서 음주를 즐기는 시대만은 아니라는 거죠. 소주, 맥주 가격이 최근 오르는 추세를 보이는데, 택시비도 오르니 자연스레 집에서 간단하게 음주하는 문화가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다들 집에만 있었던 게 첫 번째 이유가 되겠고요.
자연스럽게 술값, 안주 값, 교통비에 해당하는 비용은 집에서 먹는 고급 주종으로 녹아들게 됩니다. 전통주, 와인, 위스키 등으로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이른 바 '유통공룡'들이라 불리는 기업들이 최근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와인시장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 수입업계는
국내 와인 수입사는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 4개사가 많이 언급이 됩니다. 1위인 신세계엘엔비(L&B)는 2008년 설립된 신세계그룹의 와인 수입사로 2016년 이후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기존의 1위인 금양인터내셔날을 제친 기업입니다. 지난해 206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116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15% 증가, 45% 감소한 수치입니다.
2위인 금양인터내셔날은 1989년 시작한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은 1414억원, 영업이익은 18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 29% 감소한 수치입니다. 올해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영업이익이 급감한 만큼 예상했던 기업가치(5000억원)보다 축소될 확률이 높은 상황입니다.
3위인 아영FBC는 1987년 시작한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은 1242억원, 영업이익은 8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 26% 감소한 수치입니다. 최근 홍대입구역 인근에 '와인나라 홍대점'을 오픈했는데, 와인을 바로 체험할 수 있는 '테이스팅 존', 아로마 키트를 체험할 수 있는 '아로마 존' 등 와인에 대한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4위인 나라셀라는 1997년 시작한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은 1071억원, 영업이익은 12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0%, 1.6% 증가한 수치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와인 수입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데, 국내 비교할 수 있는 상장사가 없기 때문에 아직 기업가치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급감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인건비, 물류비 등이 상승하면서 와인 생산 업체들이 출고가를 올렸고, 경기 침체로 인해 수요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3년간 연평균 18%의 고성장을 해왔던 와인 수입량은 지난해 7.3% 감소했습니다.
✔ 와인전쟁인가
그렇지만 와인시장이 최근 큰 폭으로 성장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2020년 8000억원대에서 2021년 1조5000억원, 2022년에는 2조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거든요. 2008년 이미 신세계가 와인 수입사업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유통공룡들은 직접 와이너리(양조장)을 인수하거나, 별도의 주류전문매장을 강화하는 등의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세계는 앞서 언급한 신세계엘엔비를 설립해 업계 1위를 차지한 이후에도, 2021년 국내 유통 대기업 최초로 미국의 와이너리 '쉐이퍼빈야드' 를 30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올해에는 스타필드 하남점에 대규모 주류전문매장 '와인클럽(WINE CLUB)'을 오픈할 예정이며, 전국 각지 40여개의 주류전문매장 '와인앤모어(WINE & MORE)'도 보유하고 있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늘(24일) 이마트24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 주류 체험형 매장 'R광안리센터점'을 오픈했다고 밝히면서 주류와 유통채널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모습입니다.
롯데의 '보틀벙커(BOTTLE BUNKER)'는 대규모 와인 전문매장으로 2021년 12월 잠실 제타플렉스 점에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폭발적인 인기를 보이자 창원과 광주 롯데마트에 2, 3호점을 오픈하게 됐고요. 제타플렉스점의 지난해 매출 성장률은 6배에 달하며, 창원중앙점과 광주상무점도 각각 12배, 7배 성장했습니다. 올해에는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4호점을 오픈할 준비 중이라고 알려졌으며,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4분기 IR 자료에서 국내외 와이너리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3월 와인 유통사인 '비노에이치'를 설립했으며, 같은해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SPACE1)에 아웃렛 최초 대규모 와인숍 '와인리스트(WINE LIST)'를 선보였습니다. 기존에도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을 시작으로 총 4개의 와인 전문 매장 '와인웍스(WINE WORKS)'도 운영 중입니다. 올해 VIP 마케팅을 본격화하면서 소규모 프리미엄 와인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한화와 두산도 와인사업에 발을 들이는 모습인데요. 지난해 한화솔루션은 미국의 와이너리 '세븐 스톤즈'를 454억원에 인수했으며, 두산은 두타몰 지하 2층에 와인을 체험할 수 있는 '탭샵바(TAP SHOP BAR)'를 오픈했습니다.
✔ 왜 주류일까
어찌 됐건 유통기업들이 와인사업에 관심이 높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특히나 그룹의 오너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유명하죠. 정용진 부회장은 평소 와인에 대해 전문가라고도 하며, 와이너리 인수 당시 직접 미국 나파밸리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인 SNS로 와인을 자주 소개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러나 업계에서는 와인시장의 성숙기가 왔다는 평가도 있고,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활용해 와이너리를 인수하는 등의 전략은 중소·중견 기업들의 점유율도 앗아간다는 지적도 공존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대형마트와 편의점 사업 등의 오프라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유독 주류사업에 진심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1 주류 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선호하는 음주 트렌드 순위 중 '편의점 구입'이 67.4%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홈술'이 48%로 뒤를 이었습니다. 주로 술을 구매하는 유통채널 중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이 수요가 높다는 거죠.
아울러 온·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전통주를 제외한 주류들이 온라인 배송이 불가하다는 점도 주목해 볼 만합니다. 소비자와의 점접을 확대하면서 주류사업에서 이커머스 기업들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겠죠. 게다가 주류를 구매할 때 안주 등을 함께 구매하면서 객단가가 높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차별화된 주류를 개발하거나,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은 강력한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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