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겨울을 대표하는 제철 생선, 방어가 어떤 여정을 거쳐 우리 식탁으로 오는지, 그 과정을 역추적 해보려고 합니다.
방어는 울산에 있는 방어진이란 항구에서 많이 잡혀서 '방어'라고 부른다는 설도 있고, 방어의 모양이 방추형이라 '방어'라고 부른다는 설도 있습니다.
국내에 유통되는 방어는 크게 자연산과 양식이 있는데, 자연산 방어는 동해안과 제주도 모슬포 인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사이 기후변화로 수온이 오르면서, 근래에는 동해안의 방어 조업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양식의 경우 동해안과 제주에서 잡힌 방어를 해상가두리 양식장에서 사료를 주고 키운 다음 출하하는 방식입니다. 또 겨울철엔 방어 수요가 늘어, 일본에서 양식 방어를 수입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쿠로시오 해류 영향을 받는 서남부에 위치해 있습니다.
✔ 모슬포 방어
동해안에서 방어를 잡는 방식은 정치망어업인데요. 이 방식은 통발 같은 큰 그물을 설치해 대량 포획을 하는 방법입니다. 반면 제주도 모슬포에선 자리돔을 미끼로 외줄낚시 방법으로 방어를 잡습니다. 11월부터 2월이 방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 시기입니다. 사실상 지금이 가장 맛있을 제철이죠.
제주 어부들은 손끝의 감각에 의존해 방어를 잡는데, 1~4kg 미만은 소방어, 4~8kg 미만은 중방어, 8~10kg 미만은 대방어, 10kg 이상은 특대방어라고 부릅니다. 방어는 크기가 커야 가마살(목살), 뱃갈, 등살, 배꼽살 등 다양한 부위를 즐길 수 있습니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특성이 있어, 낚시 포인트를 잘 선정하면 한 장소에서 여러 마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외줄낚시로 방어를 잡으면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육질이 좋다는 어부들 사이의 설도 있답니다.
✔ 방어는 어떻게 식탁에 올까
어부들이 잡은 방어는 모슬포항 가두리로 옮겨지는데요. 이곳에서 모슬포수협 중개업자를 통해 전국 각지의 도소매 혹은 식당으로 판매가 됩니다.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더 좋은 등급을 받아 값을 잘 받죠.
방어는 식당 등 판매처로 옮겨지기 전까지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가두리에 보관이 되다, 어창과 항구를 거쳐 활어차에 옮겨집니다. 이후 활어차가 수산시장, 식당 등 각 구역을 돌며 방어를 배송해 주죠.
사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맛보는 대부분의 방어는 동해안 자연산 방어이거나, 서해나 남해안에서 사료를 먹고 자란 양식 방어입니다. 물론 생물 상태의 제주산 방어를 맛볼 순 없는 건 아니지만, 활어차를 통해 산소를 공급하며 배를 타고 다시 내륙까지 운송이 되어야 하는 까닭에 공급량이 많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모슬포항에서 잡힌 특대방어를 회로 떠서, 항공을 통해 택배로 배송을 받을 순 있는데, 아무래도 신선도나 맛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활어차의 생명은 '위생'
활어는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어류이기 때문에, 이를 운반하는 활어차는 위생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활어가 생존하기 위한 충분한 해수 등의 용수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하고,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합니다.
수조 내부는 내수성·내부식성 재질로 설치하여 세척이 용이한 구조로 만들어여 하고, 주행 등의 흔들림으로 수조의 물, 거품 등이 새거나 날리는 것도 방지해야 합니다. 또 수조에 적당한 크기의 개폐가 가능한 입구와 운반 후 남은 해수를 배출할 수 있는 배수구도 있어야 하죠. 수조에는 해수 등의 물 이외에는 동물용의약품, 이끼 방지 또는 제거용 약품을 사용해도 안 되고, 산소공급 장치의 적기적 관리 점검도 받아야 해요.
운반 적재 과정에서도 수조 1톤당 정해진 용량(어종별 마리수 제한)이 있으며, 활어 운반 종사자는 활어운반일지를 기록하고 이를 2개월 이상 보관해야 합니다. 이밖에도 세척, 소독, 용수, 얼음 등 각 구간별로 지켜야할 '활어운반차량 위생관리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 수산물, 물류 표준이 없다
우리가 전국 각지의 수산물을 맛볼 수 있는 배경에는 유통과 물류가 있습니다. 하지만 수산물이 종류가 다양하고, 고착화된 작업관행으로 인해 여전히 포장규격이 정비되지 않아, 물류의 자동화나 기계화가 더딘 상황입니다. 즉, 물류의 표준화가 어렵다는 의미인데요. 예컨대 오징어 어상자만 하더라도 구룡포에서는 10kg 박스 660(가로)x425(세로)x155(높이)mm를 사용하는 반면, 통영에서는 540(가로)x345(세로)x150(높이)mm를 이용합니다.
위판장별로 오랜 기간 사용하던 규격이 다르고, 또 여러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표준화가 어려웠던 겁니다. 때문에 정부는 2018년 제1차 수산물 유통혁신 로드맵을 발표하고, 수산물 유통 물류 혁신에 힘을 쏟고 있으나, 아직까지 전국적인 표준화를 이루지는 못 했습니다.
그럼에도 600(가로)x400(세로)를 수산 용기의 표준 기준으로 세우고, IoT(사물인터넷), RFID와 같은 기술을 수산 유통 부문에 적용하여, 표준 어상장 공동이용 회수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점차 더 신선하고 맛 좋은 수산물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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