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유통포럼 조철휘 회장
◆ 한국유통연수원 마종수 교수
◆ 쉐퍼시스템즈 신성일 이사
✔ 아마존은 물류로 돈을 번다
◇진행자 : 다음은 두 기업의 물류 운영 전략은 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여쭤보겠습니다. 이렇게 단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했다면, 당연히 물류자동화나 물류운영에도 특별한 점이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거든요. 실제로 어떻습니까?
◆신성일 : 두 회사 모두 운영적인 측면에서는 비슷하다고 봅니다. 특히 뛰어날 정도로 자동화가 된 건 아니고요. DAS(Digital Assorting System)라는 시스템으로 구축되어 있어 자동화 시스템 측면에서 봤을 때는 크게 높은 레벨의 자동화라고 볼 수는 없어요.
앞으로 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업규모를 키워야 합니다. 앞서도 언급이 됐던 1~2만개 규모의 SKU(품목수)로는 앞으로 경쟁을 할 수가 없는 구조가 되죠. 뒤에 다시 말하겠지만 객단가에 대한 이슈도 있고요.
지금 새벽배송이 많이 축소가 되긴 했지만 다시 경기가 회복되거나, 다른 기업이 새벽배송을 시작한다든지 아니면 기존의 물류센터를 활용한 대규모 마케팅 활동을 하게 되면 결국은 필연적으로 치킨게임에 말려들게 되죠.
그리고 국내 모 기업은 저온이나 냉동이나 냉장을 아예 자동화해서 2023년에 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그러면 인력이 반 이상 절감이 되는데 그 가격경쟁력으로 다시 경쟁하게 되면 결국은 밀리게 되는 거죠. 그런 부분의 이슈가 있을 수 있고요.
또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객단가를 높여야 합니다. 하나의 주문에서 많은 것을 주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하거든요. 그러면 배송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비싸고 많이 팔리는 SKU를 늘려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동화를 할 수밖에 없거든요. 기존에 1천명의 인력이 1만개의 오더(주문)를 한다고 한다면 2만개의 오더를 하려면 2천명이 아니라 3~4천명이 필요합니다. 점점 인력에 대한 부담이 커지게 되는 거죠.
그래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SKU를 많이 구비하는 동시에, 오더라인을 늘려 객단가를 높여야 하는 거죠.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쿠팡이 아마존을 벤치마킹했던 전략 중 하나가 플라이휠 전략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반도체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는 치킨게임 전략이 있는데, 두 전략 모두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죠.
아마존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자체적인 자동화 설비, 시스템이 있었고 높은 레벨의 자동화를 스스로 구축했죠. 즉 투자비를 회수하고 나면 흑자로 전환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플라이휠 전략을 성공할 수 있었고요.
반도체에서 회자되는 치킨게임 전략도 기술혁신과 자금력이었습니다. 둘 중 한 가지만 있어도 안 되고 둘 다 가지고 있어야하는데 과연 이 기업들이 그 준비를 하고 있느냐가 관건이고요.
그리고 제가 아마존의 직원분들을 만났을 때 아마존은 어떤 회사인지 물어보면 물류회사라고 얘기합니다. 근데 쿠팡이나 이런 회사들을 만나면 IT회사 또는 유통회사라고 말합니다. 근데 원론적으로 봤을 때, 컬리와 오아시스 같은 온라인 비즈니스 회사는 물류센터에서 돈을 버는 거거든요. 물류센터의 역할은 배송품질을 높이는 거고요. 물론 IT도 중요합니다. IT는 인프라하고 플랫폼이기 때문에.
그런 IT인프라나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높은 레벨의 자동화를 어떻게 가져 가는지에 대한 딜레마를 앞으로 겪게 될 것이라는 거죠. 오아시스가 지금까지는 소규모로 운영을 하며, 흑자를 냈잖아요. 그런데 앞으로 좀 더 높은 레벨의 경쟁을 하게 될 텐데, 그런 부분에서 생존을 할 수 있을지, 확장을 할 수 있을지 굉장히 좋은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전문몰 외연 확장의 딜레마
◆조철휘 : 추가로 부연하면, 물류도 중요하지만 물건을 팔아야 하잖아요. 유통 물류가 같이 가고, IT가 받쳐주는 겁니다.
유통에서 MD역할이 중요하잖아요. 팔리는 상품을 전진배치해서 고객이 선택을 해 줘야, 출고가 빨리 되고 회전율이 좋아지죠. 그리고 고객이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구매력을 높이면, 객단가도 올라가고요.
그래서 유통, 물류, IT가 함께 받쳐주는 방향으로 컬리와 오아시스가 나아가야 할 것 같아요. 물론 재고량도 소진시켜야 하겠지만요. 그런 쪽으로 발전해야 이익구조가 나올 것 같아요.
◆마종수 : 두 분이 정확하게 얘기를 해주셨는데요. 핵심은 아마존에서 출발한 게 지금 우리나라에 온 것 같아요. 플라이휠 전략이라는 것 자체가 상품을 저렴하게 팔고 더 좋은 고객경험이 발생하면 더 많은 고객이 몰리고, 그러면 더 많은 셀러가 들어와서 더 많은 구색이 생기고. 그런 식으로 돌아가서 선순환이 되는 거거든요.
그렇게 되면 상품을 더 저렴한 방법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서 계속 돌아간다는 거죠. 계속 가격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상품을 팔아서 돈을 남길 생각은 없는 겁니다.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가 1995년도부터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낸 게, '우리는 절대로 이익을 남기지 않겠다. 오직 현금유동성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었거든요. 그 결과는 지금 아마존 주가가 말해주고 있잖아요.
그 전략을 그대로 따라한 게 쿠팡이었고 쿠팡은 어떻게 보면 엑시트에 성공했죠. 지금 시가총액이 35조원 정도. 한 때 100조원까지 갔던 회사기도 하고요. 그런데 지금 그 뒤를 따라가던 회사들이 발목을 붙잡혀 있지 않습니까?
대표적으로 오늘회나 정육각처럼 스타트업으로 성공해서 몇 천억에서 몇 조원 단위로 몸 값을 평가 받았던 기업들이 볼륨을 키우다, 한 순간에 멈췄습니다. 이 기업들은 시작을 한 가지 상품으로 했습니다. 회나 고기 등 하나에 집중하다가, 거기에 점점 계란, 화장지 등이 붙고. 그렇게 제2의 쿠팡으로 달려 나가던 중 제동이 걸려서 어려운 사태에 빠져 있죠. 컬리도 똑같다고 봅니다.
사실 큐레이션 회사였지 않습니까. 좋은 식품, 좋은 식재료를 가지고 뛰어들었고 그게 김슬아 대표의 철학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이제는 뷰티, 가전, 여행, 양말 등 잡화까지도 판매가 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정체성 자체가 모호해진 점이 있죠.
그런데 컬리는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물어오는 멍멍이라고 부르는, 'OSP(Ocado Smart Platform)에 준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그래서 다른 기업과 달리 컬리는 그런 데이터 분석이나 초개인화가 어느 기업보다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은 앞으로 사업을 더 끌고 갈 여지는 있어 보이는데, 그럼에도 위험부담은 커 보여요. 그래서 컬리가 외연을 확장하는 이 길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부담감은 있을 것 같아요.
오아시스도 온라인과 오프라인(매장)을 연동한 국내 유일한 업체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시너지가 있죠. 그러나 컬리와 동일한 이유로, 확장성 부분에서는 부담이 있을 것 같아요.
자동화와 관련해서는 저는 자동화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지, 그에 대해서는 좀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좀 이따 자세히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조철휘 : 온라인 종합몰이냐, 전문몰이냐. 원래 전문몰로 돈을 잘 번 기업들이 있었어요. 스타트업으로 작게 시작하다가, 시리즈 투자를 통해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사실 2021년 이미 경고가 있었죠. 연준이 11월부터 금리 무조건 올린다고 말했지만, 많은 기업들이 '올려도 어느 정도 올리겠지.'라는 안일한 생각과 대응을 했잖아요. 그래서 6개월 동안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했고, 지금도 그런 상황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요즘 정말 한 달 예측이 어려운 것 같아요. 올리브영도 IPO(기업공개)한다고 했다가, 지금 보류를 시켰죠. SSG닷컴, 11번가도 그렇고요. 그렇게 많은 기업들이 판은 벌였지만, 현재 변수가 크다보니까, 그런 모습들이 있죠.
컬리는 지금 평택을 비롯해 지방권까지 다 준비를 해놨어요. 가속도는 붙었지만 브레이크를 못 밟는 겁니다. 과거부터 유통 물류의 키워드는 매장에서는 상품을 압축해야 하고, 물류 현장에서는 재고를 압축해야 한다는 것이었거든요.
지금 전 세계적으로 재고를 소진하기에 바빠요. 지금 센터를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품과 재고, 양쪽을 다 고려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2023년 1월 5일 목요일 뉴스레터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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